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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연구는 거시경제를 위에서만 볼 게 아니라 가계와 기업의 실제 행동에서 출발해 읽어야 한다는 。을 다시 확인시켰다.
- 경기둔화와 공급충격이 동시에 나타날 때 섣부른 수요 부양은 인플레이션을 키울 수 있다. 물가안정이 무너지면 경기안정도 어렵다.
- 중앙은행의 역할은 금리를 정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경제 현장을 정확히 읽고, 향후 정책 방향을 시장과 경제주체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것도 통화정책의 일부다.
- 결국 워시 의장의 성패는 현장을 얼마나 잘 읽고, 얼마나 잘 소통하느냐에 달려 있다.
2026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로버트 E. 홀(Robert E. Hall) 스탠퍼드대 명예교수와 마이클 우드퍼드(Michael Woodford) 콜롬비아대 교수다. 오늘날 우리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뿐 아니라 향후 금리 경로와 정책 메시지까지 주목하게 만든 이론적 토대를 세운 이들이다. 이들의 연구는 이미 중앙은행의 정책 결정에 실제 사용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충격으로 중앙은행의 역할이 새삼 주목받는 과정에서 이들의 연구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은 꽤 의미심장하다. 이들의 연구 업적을 살펴보면 앞으로 중앙은행의 행보를 예측하는 데도 상당한 도움이 될 만해 보인다. 이를 두 가지 질문과 그에 대한 답으로 요약해보자.
‘(기준)금리가 더 오를까?’
‘케빈 워시(Kevin Warsh) 연준 의장은 잘하고 있는 걸까?’
현실 경제와 거리…케인스주의의 한계
전통적인 케인스(Keynes) 모형은 인플레이션·실업·소비·생산 같은 주요 거시경제 변수 사이의 통계적 관계가 비교적 안정적이고 대체로 선형적이라고 가정했다. 실업률이 높을 때 인플레이션은 낮아지는 경향이 있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필립스 곡선(Phillips curve)이 대표적이다.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면 소비도 증가한다는 접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1970년대 석유파동 때 실업률이 상승하는데도 인플레이션이 올랐다. 소득과 소비 사이의 관계도 기존에 가정했던 만큼 안정적이지 않았다. 경기둔화와 실업에 대응해 수요를 지나치게 부양하면서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악화시켰고, 그 결과 수년 동안 낮은 성장률과 높은 물가라는 장기적인 후유증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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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E. 루카스 주니어(Robert E. Lucas, Jr.)가 이런 접근의 한계를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은 수많은 기업의 가격 결정에 의해 만들어진다. 민간소비는 수많은 가계의 의사결정에서 나온다. 생산량도 개별 기업과 노동자의 결정에 의해 정해진다. 거시경제 현상은 개별 경제주체의 행동을 연구하고 이를 모두 합쳐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게 루카스의 주장이었다.
사람은 정보에 반응한다…발상의 전환
루카스가 요구한 ‘미시적 기초’를 소비 영역에서 구체화한 대표적인 연구자가 로버트 E. 홀이다. 홀은 가계가 소비를 바꾸는 데 이미 예상된 정보보다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정보’가 중요하다고 봤다. 월급이 내년에 오를 것이 확실하다면 사람들은 내년이 돼서가 아니라 지금부터 그 사실을 소비 계획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판단을 바꿀 ‘새로운 정보’가 들어와야 소비 계획도 달라진다.
우드퍼드는 이런 미래지향적인 소비자를 거시경제 모형 안으로 끌어들였다. 이때 중요한 변수가 금리다. 현재 금리 하나가 아니라 앞으로 예상되는 실질금리의 경로다. 금리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면 현재 소비보다 저축의 매력이 커지고, 반대라면 현재 소비가 늘어난다. 중앙은행은 현재 금리를 조정하는 동시에 미래 금리에 대한 기대를 변화시켜 지금의 소비와 투자를 움직일 수 있다.
기업의 가격 결정에도 같은 미래지향적인 논리가 적용된다. 기업은 경쟁업체의 가격과 자신의 비용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를 예상해 현재 가격을 정한다. 결국 중앙은행이 앞으로 인플레이션과 금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라고 사람들이 믿느냐가 현재의 물가에도 영향을 준다. 우드퍼드가 중앙은행의 신뢰성과 투명성, 정책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하게 본 이유다.
홀과 우드퍼드의 연구로 발전한 신케인스 모형은 에너지가격의 급격한 상승, 국제 공급망의 교란, 그 밖에 경제의 생산 잠재력에 갑작스럽게 영향을 주는 ‘공급 충격(supply shock)’ 상황에서는 단순한 수요 부양과 다른 처방을 내릴 수 있다.
당장의 성장 둔화를 감수하더라도 수요를 줄어든 공급능력에 맞춰 물가 상승이 통제 불능 상태로 번지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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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가 나쁘다는 이유로 금리를 낮춰 수요를 더 자극하면 부족해진 생산능력에 더 많은 수요가 몰리면서 인플레이션을 오히려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① 금리는 더 오를까? “그럴 듯”
그럼 이제 질문에 답을 해보자.
먼저 금리다. 미국 경제 지표를 보면 소비가 약하지 않다. 8월 실질 개인소비지출(PCE)은 전월 대비 0.6% 늘었고, PCE 물가는 전년 대비 3.4%, 근원 PCE도 3.0% 상승했다. AI 투자에 따른 막대한 자금 수요와 일부 공급 병목, 전쟁에 따른 에너지 등의 공급충격도 계속되고 있다. 홀과 우드퍼드의 틀에 지금 미국 경제를 대입하면 적어도 금리를 서둘러 내릴 상황은 아니다. 오히려 추가 인상의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다.
실제 기준금리를 인상한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을 보면 연준 참석자들은 AI 투자로 총수요가 총공급을 웃돌 가능성과 에너지 충격, 여전히 높은 물가를 지적했다. 일부는 중립금리 추정치를 실제로 높였다. 여러 명은 연 3.75~4.00%인 현재 기준금리가 ‘긴축적이지 않거나 약간만 긴축적’이라고 판단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준금리가 4%에 가깝다는 숫자 자체가 아니다. 현재의 금리가 중립금리에 비해 실제로 얼마나 높은 가가 중요하다. AI 투자와 생산성 향상, 대규모 재정수요 등으로 경제의 중립금리 자체가 높아졌다면 과거에는 충분히 높은 금리였던 4%가 지금은 생각만큼 강한 긴축이 아닐 수도 있다.
워시 의장도 9월 기준금리 인상에 찬성하며 임명권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와 달리 매파적 성향을 내보였다. 시장 역시 연준이 중간선거 직전인 10월 회의에서 금리를 올리기는 어렵더라도 12월에는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② 워시는 잘하고 있나? “잘 해야”
다음은 워시다. 워시는 취임 이후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에 줄곧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시장이 경제 자체보다 연준만 바라보게 만들어 가격 발견 기능을 왜곡할 수 있다는 이유다.
워시에게도 논리는 있다. 연준이 미래의 금리 경로를 지나치게 친절하게 알려주면 시장은 경제에서 나오는 실제 정보보다 연준의 입만 바라보게 된다. 그런데 연준은 다시 그렇게 형성된 시장가격을 보고 정책을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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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시가 경계하는 일종의 ‘거울의 방(hall of mirrors)’이다.
하지만 반대쪽 위험도 만만치 않다. 경제주체들이 중앙은행의 정책 방향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얻지 못하고 인플레이션과 금리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 금리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위험 프리미엄도 높아진다. 그 결과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시장금리가 더 높아질 수 있다.
결국 워시의 실험은 우드퍼드 이후 현대 중앙은행이 구축해 온 ‘기대 관리’ 전통에 대한 도전이다. 과도한 포워드 가이던스의 폐해를 지적하는 워시가 맞을까. 아니면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중앙은행이 신뢰할 만한 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우드퍼드의 통찰이 여전히 더 중요할까. 워시는 금리 결정에서는 우드퍼드식 처방과 비슷한 선택을 하면서, 정작 정책을 전달하는 방식에서는 우드퍼드 이후 중앙은행의 전통에 도전하고 있다.
5% 넘어선 미국 장기국채 금리…경고? 기회?
최근 금융시장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높은 장기금리다. 고유가, 미국의 재정적자와 국채 공급, AI 기업들의 대규모 채권 발행, 모기지 관련 헤지(hedge) 거래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주로 단기금리에 직접 반영되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인식과 중앙은행의 대응은 장기금리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연준이 충분한 긴축 의지를 보여 인플레이션 기대를 낮추고 경기 과열을 식힌다면 중장기적으로 장기금리를 끌어내릴 요인이 된다. 반대로 연준의 대응이 미흡하다고 시장이 판단하면 인플레이션 기대와 위험 프리미엄이 장기금리를 높은 수준에 묶어둘 수 있다.
중요한 것은 12월 연준 회의 때의 경제 상황이다. 장기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최근 AI 투자와 반도체 호황에 대한 경계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5%를 넘어서면서 위험자산을 회피할 명분은 그만큼 커졌다.
AI 투자가 위축되고 폭락한 국채 가격의 매력이 부각되면 경기와 주가가 동시에 꺾일 수 있다. AI 투자 위축과 주가 하락, 경기둔화 우려로 장기금리가 내려간다면 연준이 추가 긴축에 나설 명분도 약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남아 있다. 이란과 러시아 발(發) 에너지 충격이 물가를 계속 자극한다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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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과 우드퍼드의 연구를 다시 떠올리면 이 경우 연준의 선택은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긴축일 수 있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다면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적인 재정 확대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국채 공급과 장기금리를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경기에는 부정적이다.
결국 앞으로 미국 금리를 결정할 싸움은 비교적 명확하다.
한쪽에는 약해지는 경기와 고용이 있다. 다른 한쪽에는 높은 물가와 공급충격,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는 중립금리가 있다. 전자가 이기면 금리는 내려간다. 후자가 이기면 지금의 고금리가 더 오래 지속되거나 추가 인상까지 가능하다. 현재까지의 흐름은 후자를 무시하기 어렵다는 쪽이다.
높은 금리가 필요한 경제, 높은 금리가 흔드는 경제
이번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연구를 현재 미국에 대입했을 때 나오는 결론은 역설적이다. 미국 경제의 문제는 금리가 너무 높은 데 있지 않을 수도 있다. 경제가 그만큼 높은 금리를 필요로 할 정도로 수요와 물가가 강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하지만 그 높은 금리가 다시 AI 투자와 주식·채권 등 자산가격을 흔들기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연준이 강하게 긴축하면 경기와 자산가격이 다칠 수 있다. 반대로 천천히 움직이면 인플레이션과 장기금리가 쉽게 꺾이지 않는다. 높은 금리가 필요한 경제가 결국 그 높은 금리 때문에 흔들릴 수도 있는 셈이다. 아마 12월 FOMC까지 시장이 가장 주목해야 할 지.도 여기일 것이다.
변동성 유독 큰 한국에 더 험한 길…해법은?
주가와 환율의 변동성이 유달리 큰 한국 증시에는 더 큰 부담이다. 미국의 높은 금리와 장기금리는 위험회피 성향을 높여 외국인 자금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최근 달러 강세에도 불구하고 원화가 반도체발(發) 수출 증가 등의 영향으로 강세를 보이는 것도 양면적이다.
이미 국내 주식을 보유한 외국인에게 원화 강세는 환차익을 실현할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원화 강세는 수출기업의 원화 환산 매출과 이익을 줄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더구나 최근 한국 증시를 이끌어온 반도체와 AI가 바로 높은 금리와 장기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는 대규모 투자 산업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리 문제가 한국에서는 주가·환율·기업 투자에 동시에 전달될 수 있다.
대외 여건은 첩첩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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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글로벌 톱 수준에서 하반기 글로벌 꼴찌 수준으로 추락한 우리 증시에 그나마 스스로 만들 수 있는 방어막이 있다면 결국 기업가치다. 외부 금리를 우리가 바꿀 수는 없다. 주요 기업들이 주주환원과 자본효율을 높여 높은 금리를 견딜 수 있는 기업가치를 만드는 것이 그나마 우리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이다.
조선시대에 ‘관풍(觀風)’이라는 말이 있었다. 관풍찰속(觀風察俗), 즉 백성의 풍속을 살핀다는 뜻이다. 민간에서 유행하는 노래와 시를 통해 정치의 득실과 세상 형편을 읽는 일이었다. 도(道)를 관할한 최고 지방관인 ‘관찰사(觀察使)’라는 명칭도 이러한 관풍의 전통과 연결된다.
여기서 시는 단순한 문학작품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노래였고, 그 안에는 희로애락과 삶이 담겼다. 정치의 득실과 사회의 명암은 자연스럽게 백성들의 노래에 드러난다. 위정자들이 민간의 노래를 모아 세상을 읽으려 했던 이유다. 사실 조선보다 훨씬 오래된 전통이다.
《한서(漢書)》 식화지(食貨志)는 봄이 되면 관리가 길을 돌며 시를 채집해 태사에게 바치고, 이를 천자에게 들려줬다고 기록한다.
“왕은 창문으로 엿보지 않고도 천하를 안다(王者不窺牖戶而知天下).” Chinese Text Project
같은 책 예문지(藝文志)에는 그 뜻을 더 분명히 설명한다.
“옛날에는 시를 채집하는 관리가 있었다. 왕이 이를 통해 풍속을 살피고 득실을 알아 스스로 바로잡았다(故古有采詩之官, 王者所以觀風俗, 知得失, 自考正也).”
더 거슬러 올라가면 《예기(禮記)》 왕제(王制)는 천자가 순수(巡守)할 때 태사에게 “시를 펼쳐 백성의 풍속을 살피게 한다(陳詩以觀民風)”고 기록한다.
《시경(詩經)》의 국풍(國風) 160편은 이러한 생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유산이다. 15개 지역의 노래를 담고 있다. 궁궐 안에서 천하를 알려면 궁궐 밖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정부터 살펴야 한다는 발상이다.
홀과 우드퍼드가 현대 거시경제학에서 취한 것도 결국 이런 보텀업(bottom-up) 접근이다. 소비·가격·생산을 결정하는 개별 가계와 기업의 행동, 즉 마이크로(micro)를 모아 매크로(macro)를 읽는다.
자산관리에서도 생각해볼 만하다. 거대한 경제지표만 바라볼 게 아니라 사람들이 무엇을 사고, 기업이 어디에 돈을 쓰며, 시장이 어떤 새로운 정보에 반응하는지를 읽어야 한다. 세상은 먼저 사람들의 일상에서 움직이고, 거시지표와 정책은 그 뒤를 따라온다.
자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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