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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30일,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에서는 어린이 환우와 가족을 위한 가족뮤지컬이 상영됐다.
ⓒ 이규승
객석 한쪽에 의료 기기가 세워졌다. 병원복을 입은 어린이는 보호자와 나란히 앉았고, 커다란 스크린에는 "작고 약하지만 용감한 와니니를 함께 응원해 주세요!"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평소라면 공연장에서 만났을 가족뮤지컬이 이날은 어린이병원 안으로 들어왔다.
9월 30일 오후 1시 30분,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CJ홀에서 '예술극_장(場) 시네마' 특별상영회가 열렸다. 이날 객석에는 어린이 환우와 보호자·간병인, 병원 관계자들이 자리했다. 치료와 병원 일정으로 외출이 쉽지 않은 어린이들을 위해 공연영상이 직접 병원을 찾은 것이다.
상영작은 이현 작가의 동명 동화를 무대로 옮긴 가족뮤지컬 〈푸른 사자 와니니〉다. 어린이 환우가 주요 관객인 만큼 아이들이 쉽게 이야기에 다가가고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이 선택됐다. 공연 장소만 병원으로 옮긴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작품을 만날 관객까지 고려한 선택이었다.
대학로 밤을 밝히던 스크린, 이번에는 병원으로
▲ 상영회 장면
ⓒ 아르코
몇 주 전 이 공연영상이 관객을 만난 곳은 대학로 한복판이었다. 지난 9월 초 아르코예술극장 앞마당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시민들이 야외에서 공연영상을 즐기는 '예술극_장(場) 시네마'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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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안에 머물던 공연을 거리와 맞닿은 공간으로 끌어낸 자리였다.
창작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을 비롯해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댄스필름 〈피버 FEVER〉, 이해니의 무용작 〈판 옵션: 언신 코드Pan_Opticon: Unseen_Code〉, 가족뮤지컬 〈푸른 사자 와니니〉 등이 사흘 동안 스크린에 올랐다. 티켓을 예매하고 극장을 찾은 관객뿐 아니라 대학로를 지나던 시민들도 공연과 자연스럽게 마주할 수 있었다.
대학로 야외상영이 공연장을 낯설게 느끼는 시민에게 먼저 다가가는 자리였다면, 이번에는 공연장을 직접 찾기 어려운 관객이 있는 곳으로 스크린이 이동했다.
공연을 보기 위한 외출이 누구에게나 가벼운 일은 아니다. 치료 일정이나 몸 상태 때문에 병원을 벗어나기 어려운 어린이에게는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문화 행사조차 쉽게 참여하기 어려울 수 있다. 아이 곁을 지켜야 하는 보호자와 간병인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번에는 관객을 밖으로 불러내는 대신 공연이 병원으로 들어왔다.
병원복을 입은 아이도 이날만큼은 '관객'
▲ 상영회 장면
ⓒ 아르코
이번 특별상영에서 눈길을 끄는 또 하나는 작품의 내용과 관객의 만남이다. 〈푸른 사자 와니니〉는 작고 약하다는 이유로 무리에서 밀려난 어린 암사자 와니니가 초원을 떠돌며 친구들을 만나고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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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를 이기는 강한 영웅의 이야기라기보다 서로 다른 존재를 만나고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성장담에 가깝다.
이날 CJ홀의 풍경에서는 작품의 메시지와 병원이라는 공간이 자연스럽게 겹쳐 보였다. 스크린에는 와니니를 응원해 달라는 문구가 떠 있었고, 그 앞에는 병원복을 입은 어린이와 가족들이 앉았다. 객석 한쪽에는 아이와 함께 이동해 온 의료 기기도 놓여 있었다.
상영이 시작되자 대형 스크린은 공연 무대로 바뀌었다. 배우들의 움직임과 음악이 영상으로 이어지는 동안 어린이와 보호자들은 같은 화면을 바라봤다. 객석 뒤편에서는 의료진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공연을 지켜봤다.
병원에서 어린이는 자연스럽게 '환자'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진료를 받고 검사를 기다리며 치료 일정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병원에서의 일상이다. 그러나 이날 CJ홀에서는 병원복을 입은 어린이도 한 편의 뮤지컬을 보러 온 관객이었다.
공연 한 편이 치료를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문화예술을 경험한다고 해서 병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진료와 검사, 기다림 사이에 아이와 가족이 함께 한 편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는 .에서 이날의 풍경은 평소와 달랐다.
공연이 관객이 있는 곳으로 움직이다
▲ 상영회 장면
ⓒ 아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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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영상은 실제 공연장에서 배우와 관객이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는 경험을 그대로 대신할 수 없다. 하지만 영상이기 때문에 공연장을 벗어날 수 있고, 그만큼 공연장에 직접 오기 어려운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다.
'예술극_장(場) 시네마'가 보여준 것도 바로 그 가능성이다. 대학로에서는 거리의 시민들이 공연을 만났고, 이번에는 어린이병원에서 어린이와 가족들이 공연을 만났다. 같은 공연영상이 서로 다른 공간에서 각기 다른 관객을 만난 셈이다.
병원 복도를 따라 CJ홀로 들어서면 〈푸른 사자 와니니〉 공연실황 영상 상영을 알리는 안내 배너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대형 스크린과 객석이 펼쳐져 일반적인 공연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그러나 객석 사이의 의료장비와 병원복 차림의 어린이, 뒤편에서 공연을 지켜보는 의료진의 모습이 이곳만의 풍경을 만든다.
공연은 대개 관객이 극장을 찾아오는 데서 시작한다. 이날은 그 방향이 반대였다. 관객이 극장으로 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연이 관객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대학로 야외를 밝혔던 스크린은 이날 어린이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그 앞에는 평소 병원에서 '환자'로 불리는 어린이들이 가족과 나란히 앉아 있었다. 화려한 무대보다 오래 남는 것은 어쩌면 그 장면일지 모른다. 의료 기기 곁에서 스크린을 바라보던 어린 관객들. 이날 공연은 그들에게 극장으로 오라는 대신, 먼저 찾아왔다.
▲ 상영회 입구에 걸린 포스터
ⓒ 아르코
뿐 아니라 대학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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