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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우리 사회는 태어나는 아이들의 수에 촉각을 기울인다. 출생아 수, 합계출산율, 조출생률과 같은 통계가 발표될 때마다 일희일비한다. 왜 오르고 왜 내렸는지 원인을 분석하고 그에 맞춰 대책을 논한다.
반면 그만큼 중요한데도 관심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수치가 있다. 죽는 아이들의 숫자, 사망 아동 통계다. 언제 어디에서 어떤 아이가 특히 ‘왜’ ‘어떤 과정을 거쳐’ 죽는지, 세계적으로 비교해봤을 때 우리 사회는 꽤 모르고 또 무심하다. 성긴 통계와 자극적인 언론보도 사이에서 짐작만 한다.
원인을 모르니 예방책을 세우지 못한다. 아동 사망 예방을 위해 영국·미국·오스트레일리아(호주)·타이완·일본 등에서 시행하는 아동사망검토제도(Child Death Review, CDR)가 우리나라엔 없다. 비슷한 죽음이 반복될 때마다 대책 또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뱅뱅 돈다. 그러는 사이 데자뷔 같은 경로로 또 한 명 아이를 잃는다.
〈시사IN〉은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아무도 모르는 아이들의 죽음’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아동 사망에 관련된 통계, 현장, 인물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아이들의 죽음에 대해 무엇을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 탐구해보는 기획이다.
영아·신생아 살해, 아동학대, 방임, 자녀 살해 후 자살, 각종 사고사(화재사·익사·교통사고사), 아동·청소년 자살 등이 이 기획에서 다룰 주제다. 나이별로 위험이 다르다. 0세는 영아돌연사증후군과 타살(가해), 1~9세는 운수사고·익사 등 사고사, 10~19세는 고의적 자해(자살)가 많다. 예방할 수 없었는지 살펴야 할 죽음들이다. 첫 번째 기사에서는 현행 아동 사망 통계의 맹。과 함께, 가장 미지의 영역이 넓은 ‘0세 아기들의 죽음’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국가데이터처는 매년 9월 사망원인통계를 발표한다. 사망신고서 등을 바탕으로 전년도의 연령별, 성별, 시도별 사망자 수를 집계하고 사망원인을 분류한 결과다. 사망원인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사인 분류 지침과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따라 알파벳과 숫자로 구성된 코드로 나뉜다. 질병뿐 아니라 사고·타살·자살 등 외부 원인에 의한 사망(외인사)까지 포함하는데, 외인사에는 주로 V·W·X·Y로 시작하는 코드가 붙는다.
최근 발표된 2025년 사망원인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0~19세 아동·청소년 사망자 수는 총 1544명이다. 그중 절반이 열 살이 되기 전에 죽었다(0~9세 사망자 764명). 그 가운데 3분의 2는 첫돌을 치르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0세 사망자 512명). 위험은 어릴수록 .。 더 몰려서, 그 안에서 또 생후 4주를 못 채운 아기가 272명, 일주일을 채 못 넘긴 아기가 168명이다(〈그림 1〉 참조).
왜 죽었을까? 0세의 사망원인 1, 2위는 ‘P00~P96(출생 전후기에 기원한 특정 병태, 49.8%)’과 ‘Q00~Q99(선천기형, 변형 및 염색체 이상, 15.8%)’이다. 뱃속에 있을 때나 태어난 직후 발생한 장애나 손상, 건강 문제로 생존에 실패한 경우다. 3위는 ‘R00~R99(달리 분류되지 않은 증상, 징후와 임상 및 검사의 이상 소견, 15%)’이다. 영아돌연사증후군이나 원인 미상의 기타 돌연사 등이 여기 포함된다. 사고사, 가해(타살) 등의 외인사(V01~Y98)는 전체의 11.3%이다. 이 비율만 보면 다수가 ‘어쩔 수 없는 죽음’으로 여겨진다. 선천적으로 약하게 태어났거나 말 그대로 ‘돌연’ 숨지는 걸 어떻게 다 막을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아동 사망 사례를 가까이에서 다뤄온 여러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증언한다. “미심쩍은 아기들의 죽음이 너무 많다.” 그리고 지적한다. “이 미지의 영역을 다루는 정책 체계가 전무하다.”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라 아기들이 죽는 게 아니라, 뭘 제대로 해보지 않았기에 아기들의 죽음이 그냥 흘려보내지고 있다는 것이다.
뿔뿔이 흩어진 아동 사망 데이터
그 잘못된 첫 단추가 ‘흩어진 사망 데이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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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터처의 사망원인통계, 경찰청 범죄통계, 보건복지부 아동학대통계 등에서 아동 사망 데이터를 일부 다루고 있지만 일관된 기준과 체계가 없다. 의료·수사·아동보호 기관에서 보유한 정보가 있어도 각자의 데이터베이스 안에만 갇혀 서로 연계되지 못한다. 그래서 사망원인통계에서 아이들의 사망원인을 아무리 세세히 분류한들 실질적으로는 내용이 텅 빈 문자열에 가깝다.
이를테면 0세 사망원인 3위를 차지하는 R00~R99, ‘달리 분류되지 않은 증상, 징후와 임상 및 검사의 이상 소견’을 보자. 국가데이터처 마이크로데이터통합서비스(MDIS)에서 제공하는 2024년 사망원인통계 상세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사망원인이 ‘R’ 코드로 기록된 0세 아동이 98명이고 그중 절반 정도(47명)가 R95, 영아돌연사증후군이다.
영아돌연사증후군(Sudden Infant Death Syndrome, SIDS)은 사실상 질병 진단명이 아니다. 정확한 정의는 ‘부검과 사망 현장 조사, 병력 검토 등 철저한 조사에도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만 1세 미만 영아의 갑작스러운 죽음’이다. 온갖 검토를 했음에도 원인을 찾지 못했을 때에만 붙이는 사망 코드이지만, 실제로는 철저한 검사와 조사 없이 영아의 죽음을 SIDS로 처리하는 관행이 적지 않다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98명 중 SIDS가 아닌 51명의 사인은 더 미궁 속에 있다. 49명은 ‘기타 불명확하고 상세불명의 사망원인(R99)’, 2명은 ‘지켜본 사람이 없었던 사망(R98)’이다. R98의 다른 용어 풀이는 ‘시체가 발견되고 아무 원인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의 사망’ ‘죽은 채로 발견됨’이다. 이런 모호한 구분은 호흡 관련 기타 불의의 위협(W75~W84, 32명), 의도 미확인 사건(Y10~Y34, 2명) 등에서도 발견된다. 복잡하고 다양한 명칭으로 흩어진 사망원인들 속에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팩트는 단 하나뿐이다. “우리는 아기들이 왜 죽는지 모르고 있다.”
비교적 관심을 받는 아기들의 죽음은 사망원인통계에서 X85~Y09, ‘가해(타살)’에 몰려 있다. 0세 사망 중 2024년 12명, 2025년 8명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아동학대 사망사건’으로 세간에 알려진 사례들을 포함한다. 절댓값은 크지 않지만 인구 대비 비율로는 전 연령대 중 1위다(〈그림 2〉 참조). 사람의 생애 중 가장 죄 없고 순진한 시기에 남의 손에 죽임을 당할 확률이 가장 높은 이 아이러니는, 그 시기가 동시에 가장 약하고 고립된 상태이기도 해서 발생한다. 아기들은 어른이 ‘무엇을 해서(직접적 가해)’뿐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음(방임)’으로도 쉽게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고려하면 공식 가해 사망률 역시 현실을 정확히 반영한 숫자가 아닐 확률이 높다. 가해자가 특정되고 확실한 증거가 확보되며 고의성이 입증된 경우만 이 분류로 집계된다. 나머지 은폐되거나 모호한 사건들은 다시 R·W·X·Y 알파벳 분류 아래 뿔뿔이 흩어진다. 흩어진 데이터는 다음 아기의 죽음을 예방하는 밑 재료가 되지 못한다.
이 흩어진 죽음들이 잠시나마 모이는 곳이 있다. 변사체를 부검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다. 원인을 알 수 없이 숨진 아기들 중 일부도 이곳을 거친다. 국과수 법의심리과 김희송 실장과 정규희 연구원은 2018년부터 이 죽음들을 깊이 들여다봤다. 계기는 반복되는 정황이었다. “죽음에 이르는 경로에서 자꾸 비슷한 패턴이 보였다.”
이를테면 이런 사건들이다(구체적인 정보는 여러 사례를 섞어 재구성했다).
#1. 생후 3개월 남아가 어느 날 숨을 안 쉰다며 신고가 들어왔다. 부검해보니 경막하출혈이 보였다. 또래에 비해 말랐고 목주름의 때, 엉덩이 발진 등이 관찰됐다. 엄마는 20대 초반 미혼모. 전날 우유를 먹이다 놓쳐서 머리가 바닥에 부딪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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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주 전부터 같이 살고 있는 20대 동거남은 “아이가 왜 죽었는지 모르겠다”라고 진술했다. 몇 달 전엔 그가 아이 엄마를 폭행해 경찰에 신고가 접수된 적이 있다.
#2. 4개월 여아가 아침에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아무런 외상이 없고 발육 상태도 양호하다. 친부모는 밤에 함께 술을 마시고 아이와 한 침대에서 잠들었는데 일어나 보니 아기가 죽어 있었다고 진술했다. 아기는 푹신한 침구 위에 엎드린 채 숨져 있었다. 양육 스트레스로 최근 부부 싸움이 잦았다는 주변인 진술이 나왔다.
#3. 6개월 여아가 원인 미상으로 숨졌다. 집 안은 쓰레기로 가득 차 있고 바닥은 알 수 없는 물질로 끈적인다. 요금을 내지 못해 전기와 수도도 끊겨 있다. 아기는 지적장애가 있는 미혼모가 키웠는데 주변인들 진술로는 엄마가 아이를 무척 아끼며 돌봤다고 한다. 수년 전 비슷하게 원인 미상으로 숨진 첫째 아이가 있었다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졌다.
이런 사건 중 일부는 고의적인 가해나 방임 증거가 발견돼 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이 열리고 언론에 떠들썩하게 보도된다. 하지만 범죄의 구성요건을 밝히지 못한 적지 않은 사건들이 경찰 단계에서 종결 처리된다. 영아돌연사증후군, 상세 불명의 사망, 의도 미확인 사건 등의 사인으로 분류된 이 아이들의 죽음은 이후 어디에서도 참고 자료가 되지 못한다. 김희송 실장과 정규희 연구원은 흘려보내지는 아이들의 사망 데이터가 아깝게 느껴졌다. “가해자를 찾고 처벌하기 위한 사법적 관。이 아니라, 비슷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기 위한 예방적 관.으로 보면 사건의 분류는 완전히 달라진다.”
첫 연구는 2016년 한 해 국과수에서 부검한 아동(0~18세) 341명을 대상으로 했다(법의부검 자료를 기반으로 한 아동학대 사망의 현황과 유형, 형사정책연구, 2019). 사망진단서, 부검 자료, 수사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아동 한 명 한 명의 사인을 정성적으로 분석해봤다. 명백하고 고의적인 가해뿐 아니라 보호자의 극단적 방임, 부주의 등이 아동의 사망을 초래하거나 관련됐는지도 살폈다. 그 결과 학대로 인한 사망이 ‘확실’하다고 판단한 사례는 84명이었다. ‘거의 확실’ 13명과 ‘강한 의심’ 51명을 더하면 148명까지 늘어났다. 2016년 같은 해 공식 아동학대 사망 통계는 36명이었다. 4배가량 차이 났다.
이어 양경무 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과 최인석 검시과 실장도 연구팀에 합류했다. 두 사람은 부검실에서 아동 사망원인을 정확히 밝히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경험해온 이들이다. “예를 들어 약독물 검사를 하려 해도 영아는 채취 가능한 혈액량 자체가 너무 적어서 거기에서부터 막힌다(최인석).” 26년간 아동 시신을 부검해온 양 소장도 말했다. “아이들 사망은 성인에 비해 미스터리한 부분이 너무 많다. 부검 결과 의학적으로 학대가 의심된다는 의견을 내도, 형사 사법적으로 모두 학대 판정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묻히는 죽음이 너무 많아 이런 연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몇 년 뒤 국과수 연구팀은 아동 중에서도 1세 미만 영아 사망 사례를 심층 분석했다(위험 요인을 가지고 있는 영아 사망의 고찰: 아동복지적 관.에서, 대한법의학회지, 2023). 영아돌연사증후군, 심근병증, 급성폐렴, 두부외상 등 공식 사인이 서로 다른 영아 사망 사례들에서 비슷한 위험 요인이 반복해서 나타났다. 친모의 어린 연령, 경제적 어려움, 양육자의 흡연·음주, 비위생적이고 불안정한 주거 환경, 가족 간 폭력 전력 등이다.
이것들이 영아 사망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다. 다만 한꺼번에 겹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연구팀은 ‘스위스 치즈 모델’이라는 개념에 비유했다. 불규칙하게 여러 군데 나 있어 일렬로 정렬했을 때 잘 관통되지 않던 치즈 조각의 구멍들이 여러 번 정렬하다 보면 우연히 비슷한 위치에 일치되는 현상이 나타나듯, “큰 안전사고 이면에 개개의 거의 ‘무해’하며 ‘사소’해 보이는 다양한 위험 요인들이 존재하다가 그 모든 조건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순간에 대형 사고(사망)로 번지는 양상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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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에는 출생 직전과 직후의 죽음으로 시야를 넓혔다. 2018~2021년 법의부검 자료에서 ‘의심스러운 주산기 사망(Suspicious Perinatal Death)’ 71건을 찾아 분석했다(의심스러운 주산기 사망의 탐색적 연구, 형사정책연구, 2025). 임신 24주부터 출생 후 24시간 사이 발생한 사망 가운데, 임신 은폐와 산전 관리 부재, 의료기관 밖 단독 분만, 시신 은닉이나 신고 지연 등의 정황이 있는 사례들이다. 아이가 살아서 태어났는지, 살해의 고의가 입증됐는지에만 매이지 않고 위기 임신과 출산의 맥락에서 신생아의 죽음을 살폈다.
‘의심스러우면 아동의 이익으로’
연구팀은 지금도 데이터를 계속 축적해나가고 있다. 부검 기록에 아이를 둘러싼 환경을 덧붙였다. 손상의 종류와 부위, 발달 상태뿐 아니라 의료·복지기관 접촉 이력, 가족의 직업과 경제 상황, 정신건강 상태 등 380개 항목으로 정리한다. 2015~2021년 부검된 아동 2239명의 데이터를 심층 분석해본 결과, 연구팀은 학대 사망으로 추정되는 아동을 1147명으로 집계했다. 같은 기간 정부 공식 통계는 243명이다. 역시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부검 의뢰되지 않는 원인 미상 사망도 많기 때문에, 연구팀은 “이 숫자마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라고 말한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관。의 차이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의 대전제는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이다. 무고한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어내지 않기 위한 원칙이지만 아동 사망 검토에서만큼은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는 게 국과수 연구팀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채택한 대전제가 ‘의심스러우면 아동의 이익으로’다. 아동복지·공중보건적 관。이다. 형사적 관。은 처벌이 목적이고 아동복지·공중보건적 관。은 예방이 목적이다. 전자는 ‘고의성이 있었나’ ‘증거가 있는가’를 묻지만 후자는 ‘아이에게 무엇이 필요했나’ ‘어디서 막을 수 있었나’를 묻는다. 영국, 미국, 호주, 타이완, 일본 등에서 시행하는 ‘아동사망검토제(Child Death Review, CDR)’가 바로 이 관.에 바탕을 둔다.
범죄로 규정된 사건만 사회적 공론화와 대책 마련의 재료가 되는 기존 관.과 달리, CDR의 관。은 경계가 모호한 회색지대의 사건들도 아동 사망 예방을 위한 데이터 풀(pool)로 끌어들일 수 있다. 이를테면 이런 사건들이다.
#1. ADHD가 있는 유아가 평소 창문가에서 자주 놀았으나 양육자는 제지하지 않았다. 어느 날 아이는 창문가에 놓여 있던 가구를 딛고 올라가 추락사했다.
#2. 어린 미혼모가 혼자 아기를 키우면서 분윳값을 벌기 위해 2시간 동안 집을 비웠다. 그사이 아기 가슴에 놓여 있던 쿠션이 아기 얼굴을 덮어 숨이 막혀 죽었다.
이런 사건들 중 어떤 건은 재판과 처벌로 이어지고 어떤 건은 그냥 묻힌다. CDR은 수사나 재판에서 내리는 결론과 상관없이 무지, 부주의, 혹은 우연에 의한 안타까운 사건들까지, 무고한 피의자 만들기의 위험 없이 공적 테이블 위에 올릴 수 있다. 반복되는 패턴이 관찰되면 그 빈 구멍에 공적 자원을 투입한다. 243명보다 1147명의 사망 데이터를 놓고 보았을 때 더 많은 반복 패턴을 찾고 더 효과적인 예방책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에, CDR의 관.에선 아동학대 사망의 범위를 비교적 넓게 잡는다.
오래전부터 CDR의 필요성을 절감해온 현장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소아응급실이다. 류정민 순천향대천안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장(대한소아응급의학회장·소아청소년과학회 소아청소년보호위원장)은 의사 생활 초기부터 원인 모를 영유아 사망 사례가 너무 많다고 느꼈다. “소아과 전공의 2년 차 때 응급실을 도는데, 비슷한 패턴으로 오는 아기들이 너무 많았다. 어제까지 멀쩡했는데 아침에 자고 일어나니 죽어 있더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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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연구(영아 돌연사의 응급실 대응 및 진단의 문제.과 개선안 제시, 대한응급의학회지)도 그 의아함에서 출발했다. 1998년 9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서울아산병원 소아응급실에 호흡정지, 심정지 또는 도착 시 사망으로 내원해 심폐소생술을 받은 생후 8일 이상 12개월 이하 영아들 가운데, 당시 담당 의사 판단으로 명백한 원인을 찾을 수 없어 사망 당시 영아돌연사증후군(R95), 원인 미상의 기타 급사(R96), 사망원인 미상(R99) 등으로 진단된 아기 19명의 의무기록 등을 후향적(현재 시。에서 과거 기록을 거꾸로 추적)으로 살폈다.
연구는 사례 분석을 통해 높은 복와위(엎드려 자는 자세) 발견율, 현장 심폐소생술 시행 저조, 응급실까지의 도착 지연, 응급실 담당의의 의무기록 부실과 사망 상황 조사 부재, 저조한 부검률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연구 대상 중 두 사례에서는 아동학대 의심 소견이 뒤늦게 발견되기도 했다. 발견 당시 영아의 코에서 피가 나와 굳어 있었던 경우와, 응급실 담당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만취한 친부가 또래 대비 저체중의 영아를 응급실에 데리고 온 경우였다.
류정민 센터장은 “과거엔 영아 사망원인을 잘 모르겠으면 부검도 추가 조사도 없이 돌연사증후군(SIDS)으로 사망진단서를 끊는 일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실제 섣부른 SIDS 진단의 문제.을 지적하며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SIDS를 공식적인 사망원인으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제안한 연구도 있다(김문영 외, 진단서와 부검, 그리고 영아급사증후군에 대한 소고, 대한법의학회지, 2021).
지금은 그런 관행이 많이 개선됐음에도 여전히 영아돌연사증후군 사망으로 기록된 영아가 별로 줄지 않았고 소아 인구 대비로는 오히려 과거보다 늘었다(인구 10만명당 2004년 15.4명→2024년 20.4명). 왜일까? “그 이유를 우리가 모르는 거고, 그러니까 CDR과 같은 별도의 사망 조사가 필요한 거다. 돌연사나 원인 미상이라 하고 끝이 아니라, 그 안에 뭐가 있는지를 밝혀내야 아이들의 생명표가 완성된다.” 류 센터장은 조금이라도 의아한 구석이 있는 영아 사망은 하루빨리 전수조사를 시작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생아 수 자체가 많이 줄었기에 영아의 경우 (확실한 병사를 제외하면) 한 해 300명 정도밖에 안 될 거다. 충분히 할 수 있다. 나라에서 적은 예산으로 생색내기 참 좋은 정책인데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
지난해 기준 0~19세 전체 아동 사망에서 명백한 병사로 기록된 아동을 빼면 754명이 남는다. 적다면 적지만 많다면 많은 수다. 이 정도 규모의 사망 사례를 국가 차원에서 다 검토하는 건 행정력 낭비 혹은 불가능한 일은 아닐까?
미국·영국·호주·타이완·일본에선 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몇몇 국가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하고 있던 일이다. 미국은 1978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최초의 다기관 아동사망검토팀이 출범했고 1996년 50개 모든 주로 확산됐다. 영국(잉글랜드 기준)은 2008년부터 지역 아동보호위원회에 관할 지역 18세 미만 아동 사망을 검토할 법적 의무를 지웠다. 호주(뉴사우스웨일스주 기준)는 1996년 전체 아동 사망을 대상으로 하는 CDR 팀을 설치했다. 타이완은 2016년 시범사업, 2019년 입법화를 거쳐 2020년부터 6세 이하 아동 사망 전수조사를 시작했다. 일본은 2020년부터 모델 사업을 시작해 2024년 기준 10개 현에서 CDR 팀이 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나라별로 구체적인 시행 체계는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근거 법령 아래,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나서서, 공공 예산을 지원받으며, 다학제·다기관의 참여로 운영된다는 공통.이 있다. 포괄적 정보 접근권을 가지고 데이터를 수집해 다른 사건들과 유사성을 살피며, 비슷한 유형의 사망사건에 어떤 ‘수정 요인(복지 서비스 등 사회적 개입이 사망을 막을 수 있었던 기회)’이 있는지 검토한다. 수정 요인들은 보고서에 담기고 관련 기관 정책에 반영되며 대중 캠페인에도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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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다음 죽음을 막는 데 쓰인다.
예를 들면, 호주에서 생후 5개월 아기가 휴대용 접이식 아기 침대에서 자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남호주 아동사망·중상해검토위원회(CDSIRC)가 심층 검토해본 결과 ‘공기주입식’ 아기 침대가 문제였다. 침대 바닥과 옆면 사이에 생긴 움푹한 틈에 얼굴이 눌려 아기가 질식사한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2009년에 휴대용 아기 침대의 어떤 부품에도 공기주입식 구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 생겼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아동사망태스크포스(CFTF)는 임대주택에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하거나(2008년), 액상 니코틴 용기에 어린이가 쉽게 열 수 없는 포장과 니코틴 함유 표시를 의무화하는(2015년) 등의 법률 추진을 이끌었다. 단순 사고사로 지나갔을 수도 있었을 아동 화재사·중독사를 깊이 검토한 끝에 나온 예방책이었다.
사고사를 넘어 선천적 질병으로 인한 사망 아동도 CDR의 범위에 들어갔다. 영국 국가사망데이터베이스(NCMD)의 근친혼 관련 아동 사망 검토가 대표적이다. CDR을 통해 모인 2019년 4월~2023년 3월 사망 아동(0~17세) 1만3045명 데이터를 검토해보니 전체 사망의 7%, 926명이 근친혼 부모에게서 태어났고 이 집단의 주요 사망원인 중 59%가 염색체·유전·선천성 이상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사망 아동 부모에 대한 유전검사와 상담, 다국어 안내와 의료진 교육 등을 관련 기관에 권고했다. 선천성 질환으로 분류된 죽음에서도 예방 요인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CDR 도입은 우리나라에서 2021년부터 여러 차례 법안으로 발의됐지만 아직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현재 22대 국회에 아동 사망 검토에 관한 법률안 3건이 올라와 있다. 더불어민주당 장종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아동안전 증진을 위한 아동사망 검토 및 예방에 관한 법률안’의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이 3년마다 아동 사망 실태조사, 5년 단위로 아동 사망 검토 및 예방 기본계획을 수립하며, 국가·지역아동사망검토위원회를 설치하고 국가아동사망정보시스템을 구축할 근거 등이 담겨 있다.
이와 별개로 지난 2월 신설된 아동복지법 제29조의9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아동학대 의심 사건 사례를 분석할 수 있도록 했다. 8월4일에는 사건분석특별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관련된 시행령·시행규칙도 신설됐다. 하지만 포괄적 CDR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CDR 법안 발의 과정에 참여한 전민경 변호사(사단법인 온율)는 “개정된 아동복지법은 분석 대상을 ‘재판이 확정되거나 종결된 사건’으로 한정했다. 이 경우, 수사 단계에서 종결되거나 기소되지 못한 사망사건은 분석에서 제외될 수 있다. 더욱이 분석 시.도 재판이 다 끝난 시기에 후행적으로 실시하게 되어 있어 한계가 크다. 현행 제도가 판결문 중심의 사후 분석 정도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아이들의 죽음과 그 이후를 계속 지켜봐온 아동보호나 소아 의료 현장에는 오래전부터 잔인한 말 하나가 떠돈다. “아동보호(소아 의료) 정책은 아이들 피를 먹고 자란다.”
더 끔찍한 것은 그 피를 그냥 흘려보내는 일이다. 미국 국가 사망검토·예방센터(NCFRP) 등이 2018년 펴낸 ‘아동학대·방임 사망 사례 검토 지침서’는 마지막 단락에서 각 지역 CDR 팀에게 8가지로 정리된 임무를 전하며 다음과 같은 문구를 덧붙였다. “이 모든 일을 함으로써 여러분은, 대다수 사람이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사망한 아동의 삶을, 다른 아동의 사망 예방으로 기릴 수 있다.” 이것이 아기들의 죽음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유일한 애도가 아닐까.
○아동학대 의심 신고: ☎112(경찰)
○긴급 생계·의료·주거 지원 상담: ☎129(보건복지상담센터, 긴급지원 상담 24시간)
○위기 임신·출산 상담: ☎1308(위기 임산부 비밀 상담, 24시간)
○가정폭력 피해 상담·긴급보호: ☎1366(여성긴급전화, 2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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