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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회 작성일 26-10-24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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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 작곡가 겸 거문고 연주자 ‘음악계 백남준’ 김진희 “자존심이 상해서 한국을 떴죠. 국악이 클래식에 눌려 전혀 대우받지 못했거든요. 젊은 여성 작곡가가 국악계에서 할 수 있는 일도 없었습니다.” 1980년, 스물셋 나이에 거문고 하나 달랑 메고 태평양을 건넌 ‘여전사’가 있다. ‘선비들의 악기’ 거문고를 서구 현대음악 최전선에 이식시킨 작곡가이자 거문고 연주가 김진희(69) 웨슬리언대 교수다. 도미하자마자 존 케이지, 필립 글래스 등 현대음악 거장들과 교류하며 전자거문고를 개발해 ‘음악계 백남준’으로 알려졌다. 최근 그의 음악 여정을 집대성한 음반 ‘김진희 컬렉션(The Jin Hi Kim Collection)’이 미국 현대음악 레이블 노이마 레코즈에서 나왔다. 9장의 CD에 장장 10시간에 달하는 총 52곡의 실황 녹음이 담겼고, 영문 자서전 『Duality of Ancient Korean Roots and Western New Music』과 함께 웨슬리언대 세계음악 아카이브에 영구 소장됐다. “새로운 영토를 개척하고 거장들과 맞닥뜨린 오디세이”(미국 ‘포인트 오브 디파처’), “현대음악계 가장 대담하고 혁신적인 예술가 중 한 명의 세계를 파노라마처럼 펼친다”(프랑스 ‘파리 무브’) 등 해외 리뷰가 쏟아지는데 정작 국내 반응은 조용하다. 국립국악고 1기, 서울대서 국악 작곡을 전공한 ‘국악 엘리트’지만 졸업과 동시에 도미해 국내 기반이 없다. 14일 화상으로 만난 ‘K뮤직의 선구자’는 할 말이 많아 보였다. Q : 방대한 컬렉션 앨범이네요. A : “미국 와서 쉼없이 활동하면서 거의 다 위촉받아 쓴 곡들이에요. 하나의 스타일이 아니라 예술가로서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온 결과인데, 모든 곡에 일관되게 한국적 정체성과 미학을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우리 음악과 세계의 현대음악을 대등하게 만나게 하려 했던 의도가 젊은 세대에게 넘겨졌으면 해요.” Q : 해외 평단의 반응이 뜨거운데요. A : “모든 곡에 한국적 정체성이 뚜렷하게 배어 있다는 걸 평론가들이 짚어냈다는 게 놀랍고 뿌듯해요. 요즘 K컬처가 주목받는 영향도 있겠지만, 서양의 음악평론가들이 그 지.을 명확히 알아챘다는 건 예술가로서 세웠던 나의 목적이 이뤄졌다는 게 증명된 셈이기도 하니까요.” 바다이야기사이트 10시간짜리 음반 ‘김진희 컬렉션’ 나와 그의 음악은 초기부터 링컨센터, 카네기홀 등 미국 음악 심장부에서 초연됐다. 대표적인 현대음악 앙상블 크로노스 콰르텟이 위촉한 ‘농락’을 비롯해 아메리칸 컴포저스 오케스트라가 위촉한 ‘영원한 바위’, 거문고의 레거시와 AI문명을 연결한 전자고문고 독주 ‘고스트거문고봇’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불교의 명상과 무속의 기운을 결합한 ‘농락’처럼 한국과 서양, 음과 양, 현대와 고전 등 대립항의 병치가 그의 시그니처다. “미국에서 얻은 건 자유였어요. 여러 음악을 마음껏 해보고, 서로 대립되는 것들이 내 작품에서 만나는 것을 즐겼죠. 92년 LA 소요사태를 치유하기 위해 열었던 ‘리빙 톤즈(Living Tones) 콘서트 1995’가 이번 앨범 CD1에 담겼는데, 낯선 것을 배척하지 말고 존중하자는 마음을 작곡 기법에 담았어요. 그때 쓴 게 ‘시김새(한국 전통 음악에서 음을 꾸며 주는 장식음·연주법)’죠.” Q : 시김새를 ‘리빙 톤즈’로 개념화하셨죠. A : “서양음악이 고정된 음고와 박자라는 틀 안에서 음을 통제한다면, 국악은 정해진 시공간에서는 불가능해요. 음 하나하나에 떨거나 꺾는 제스처로 생명력을 불어넣는 시김새 때문이죠. 그걸 서양인에게 전달하기 위해 ‘리빙 톤즈’란 말을 썼어요. 악보를 마디가 아니라 초로 표현하고, 시김새를 그래픽 도표로 그려서 올려놨더니 비로소 자기네 박자 관념에서 벗어나더군요. 완벽하게 컨트롤하는 게 아니라 자연적이고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태도인 거죠. 마치 붓글씨처럼 음마다 기와 혼을 넣어야 하고, 여백이 없으면 붓글씨가 나올 수 없듯 시김새도 ‘사일런스’가 필수고요.” 그는 1973년 설립된 국립국악고에 1기로 들어가면서 국악을 시작했다. “학교에서 풍금치며 음악을 배우던 시절이라 국악이 뭔지도 몰랐지만” 가정 형편 때문에 고교 진학이 어려울 때 신문에 실린 ‘전원 장학생 선발’ 공고가 계기가 됐다. 그런데 가야금이 아닌 거문고로 시작해 대학에서 작곡을, 미국에선 전자음악으로 영역을 확대한 궤적이 흥미롭다. “‘거문고는 선비가 타던 고급 악기’라는 선생님들의 말에 발끈해 거문고를 택했어요. 원래 그런 성격이에요. 바다신게임 불의를 못 참기도 하고요. 당시 국악 교사가 없으니 우린 인간문화재 선생님들에게 배운 사람들인데 사회에선 무시하더군요. 서양 클래식에 눌리고, 국악계선 노인들에게 억눌렸죠. 그런 문제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어요. 전통음악과 서양음악이 동등해지려면 한국악기와 서양악기가 합쳐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러려면 양쪽 다 공부해야 했죠.” Q : 서양음악계는 한국의 전통음악인 국악에 호의적이었나요. A : “한 학기 학비만 쥐고 건너갔으니 생활은 말도 못하게 어려웠죠. 집도 없어서 교회에서 피아노를 쳐주며 교인들 집을 떠돌며 살았어요. 하지만 음악 덕분에 배고픈 줄 몰랐죠. 학교 교수님들이 처음부터 내 음악을 인정하고 무대로 불러 곡을 위촉해 주셨으니까요. 당시 서구에선 거문고와 국악이 아무도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재료였으니, 그들로선 음악을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였겠죠. 유명한 사람들이 나를 많이 찾았고, 내게 할 일이 분명히 있다는 게 보였어요.” Q : 전자거문고는 음량 때문에 개발하신 건가요. A : “거문고는 아름다운 선율 악기가 아니라 최면술에 가깝게 기를 잡아서 명상을 끌어내는 악기거든요. 전자기타, 색소폰 같은 서양의 강력한 악기에 묻히지 않으려고 술대로 부서져라 때리기만 하니 음악이 되질 않더군요. 89년 처음 만든 건 음량을 키우는 수준이었고, 컴퓨터 기술이 발전한 98년에 비로소 멋진 악기로 완성했죠. 페달을 밟아 다양한 음색을 내고, 연주에 따라 영상과 조명이 바뀌는 멀티미디어 악기에요. 첨단 기술을 입혔지만 명상 에너지 만큼은 놓치지 않았고요.” Q : 60개국을 돌며 서양음악과 한국음악의 만남을 주선하셨죠. A : “존 케이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음악을 만드는 데 아무 제한이 없다는 자유를 주장했거든요. 기타리스트 엘리엇 샤프, 베이시스트 윌리엄 파크, 퍼커셔니스트 게리 헤밍웨이 같은 독특한 사람들과 즉흥 연주를 많이 했는데, 리허설 없이도 서로의 기운을 예민하게 감지하며 소통하는 거장들이죠. 덕분에 새로운 창작을 많이 할 수 있었어요. 함께 무대에 서면 내가 한 번도 내본 적 없는 거문고 소리가 터져 나오곤 했죠.” 그는 음악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89년 가을 베를린장벽 붕괴 현장을 목격한 감격을 꼽았다. “유럽 독주 투어를 다닐 때였죠. 릴게임정글북 독일 작은 마을의 한 클럽에서 객석 분위기가 심상치 않길래 물었더니 동독에서 넘어온 사람들이라더군요. 마침 다음날이 베를린 공연이라 밤기차를 타고 새벽에 도착해 장벽이 무너진 걸 볼 수 있었죠. 이런 역사적인 날에 내 공연에 얼마나 올까 싶었는데, 웬 걸 꽤 많이 왔어요. 연주가 끝나고 관객들이 ‘네 음악이 슬픔과 혼이 깃든 장벽의 붕괴와 통하는 것 같다. 너희 나라도 통일되기를 바란다’고 하는데 온몸에 전율이 흘렀죠. 그 감동으로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아 쓴 곡이 2012년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발표한 ‘한하늘’이에요.” 베를린장벽 붕괴 현장서 울려 퍼진 거문고 Q : K팝의 절정에서 K뮤직의 과제라면. A : “학교 행사 때 흑인 아이들에게 ‘너희 문화를 보여주기 위해 뭘 할거냐’ 물어보면 힙합이 아니라 K팝을 하겠다고 해요. 내 생각에 한국인의 몸 동작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K팝댄스를 서양인이 추면 좀 뻣뻣한데 한국인이 추면 시김새처럼 유동적이거든요. 음악은 서양적이지만 사람 자체의 에너지는 한국인 거죠. 그 에너지를 잘 살려야 할 것 같아요. 우리에게 예술은 항상 공동체의 삶을 표현하는 것이었거든요. 어려움이 있으면 굿을 하고, 중요한 행사를 반영하는 음악을 만들었죠.” 코로나 시기 만든 ‘코비드19 리추얼’, 기후변화를 경고하는 ‘지구를 위한 의식’ 등 최근의 작업들도 그런 맥락이다. 특히 ‘지구를 위한 의식’은 30~40명이 100개의 타악기를 연주하는 대규모 사운드스케이프 작업인데, 형식보다 의도에 방.이 찍힌다. “산속에 들어가면 음향이 여러 겹이잖아요. 새소리, 바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음향이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게 실제 인간이 소리를 듣는 방법이거든요. 그런 자연적인 소리를 듣는 경험을 위해 쓴 곡이죠.” Q : 타악 오케스트라인 건가요. A : “자연의 재료로 만든 퍼커션 100개를 모아서 비전공자도 연주할 수 있게 했는데, 사람들이 무대 위에서 음이 돌아다니는 걸 느끼게 하는 게 의도에요. 산속에서 들리는 자연의 소리와 산불 타는 소리, 홍수 때문에 우는 소리들을 섞어서 음악을 단순히 즐기는 게 아니라 음악을 통해 생각할 기회를 만든 것이죠. 컴퓨터만 보며 살던 사람들이 이런 자연 실험에 상당히 반응을 보이더군요.” 이제껏 보지 못한 공연일 것이라는 호기심이 발동해 한국 공연 계획을 물었다. 그는 “불러만 주시면 가겠다”고 답했다. 다. “‘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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