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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와 여행안내서, 미디어를 통해 자주 보게 되는 국가유산은 이미 상식처럼 익숙하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지역으로 시선을 돌리면 상황은 달라진다. 경상남도에만 모두 41건의 무형유산이 지정돼 있다. 하지만 이름과 내용, 그것을 지켜온 사람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는 이는 많지 않다. 지역 유산을 조명하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고, 그때마다 '기록의 필요성'과 '계승의 위기'가 이야기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관심은 쉽게 흩어진다. 이 기획은 단순히 지역 유산을 나열하려는 게 아니라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지역의 시간과 감각 그리고 그것을 오늘까지 이어온 사람들의 현재를 차분히 따라가며 응원과 격려를 보내는 일이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민요 '아리랑'이 세계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4월 월드 투어 '아리랑(ARIRANG)'을 시작하면서다. 정규 5집 수록곡 '보디 투 보디(Body to Body)'에 삽입된 아리랑이 흐르면 각국의 아미(ARMY·BTS 팬덤)가 우리말 가사를 따라 부르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아리랑 떼창'은 BTS의 월드 투어가 진행되는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로부터 100년 전인 1926년 10월 1일, 일제 강。기 조선에서는 독립운동가 출신 영화감독 나운규(1902~1937)의 영화 <아리랑>이 경성 단성사에서 개봉됐다. 무성 영화였던 <아리랑>은 개봉 당시 무대에서 변사가 해설하고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형식으로 상영됐다. 영화 말미에 주제곡 '아리랑'이 흘러나오자 관객은 눈물을 흘리며 따라 불렀다. 이후 영화는 전국 각지에서 상영됐고, 식민지 조선 민중의 가슴에 아리랑 가락이 아로새겨졌다. 올해는 밀양아리랑이 유성기 음반(SP 음반)으로 나온 지 10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당시 밀양아리랑 음반은 영화 <아리랑> 개봉에 앞선 9월 26일 자 매일신보 광고에 소개됐는데, 음반으로 제작·유통될 만큼 밀양아리랑이 통속화돼 있었음을 방증한다. 100년 전 무성 영화와 유성기 음반으로 한민족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아리랑은 오늘날 BTS의 무대에서 세계인의 노래로 거듭나고 있다. 밀양아리랑은 전승공동체 종목 오리지널릴게임사이트 경상남도 무형유산 '밀양아리랑'을 이해하려면 전승공동체라는 개념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형유산 가운데는 특정 개인이나 단체를 보유자·보유단체로 인정하기 어려운 종목이 있다. 이 경우 해당 무형유산의 명맥을 이어가는 공동체를 중심으로 전승 기반을 인정한다. 무형유산법에서 말하는 전승공동체는 지역적 또는 역사적으로 무형유산을 공유하고, 유대감과 정체성을 바탕으로 이를 자발적으로 실현하고 향유하며 전승하는 공동체를 이른다. 국가무형유산 중에는 김치 담그기·온돌문화·설과 대보름 등 전통 생활 관습을 비롯해 씨름·활쏘기 등 전통놀이, 해녀·한글서예 같은 전통 지식이 있다. 지난 3월에는 '물때'가 지정됐다. 물때는 해안가나 섬 주민들의 생활 지식으로, 예부터 우리 선조들은 조석 변화에 따른 바닷물의 흐름을 헤아려 전승해 왔다. 보편적으로 공유·향유되는 지식이라는 특성상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가 인정되지 않는 전승공동체 종목으로 지정됐다. 밀양아리랑을 비롯한 아리랑도 마찬가지다. 아리랑은 향토민요(그 지역 주민들이 부르는 민요)와 통속민요(전문 소리꾼들이 불러 전국적으로 알려진 민요) 등을 아우르는 아리랑 계통의 악곡을 통칭한다. 한으로 대변되는 우리 민족의 정서가 녹아 있으며, 세대와 지역을 넘어 불리고 있다. 명맥을 이어온 아리랑은 이제 BTS를 통해 전 세계인이 즐기고 있다. 누구의 것도 아니지만 누구의 것도 될 수 있다. 아리랑 전승 분기。은 경복궁 중건·나운규 <아리랑>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는 노랫말의 아리랑은 나운규가 구아리랑을 모티브로 가사를 붙이고 편곡한 주제곡으로, 영화 <아리랑>의 흥행과 함께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창작 배경에는 고향 함경북도 회령에서의 기억이 있었다. 나운규는 10대 초반 보통학교에 다닐 때 철도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남쪽 출신 노동자들에게서 들었던 가락을 떠올리며 노래를 만들었다. 아리랑은 언제, 어디서, 어떤 과정을 거쳐 생겼을까. 아리랑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20세기 이전에도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40년 전인 1886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공립교육기관인 육영공원이 설립되자 호머 헐버트(Homer B. Hulbert·1863~1949)가 교사로 초빙돼 조선에 왔다. 10년이 지나 헐버트는 구전되던 아리랑을 서양식 오선보로 채보해 외국에 소개했다 릴게임사이트 . 그는 아리랑을 '밥', 나머지 노래를 '반찬'에 비유하며 애창되는 현상을 전했지만 아리랑의 뜻은 밝히지 못했다. 당시 조선인들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리랑의 유래를 설명하는 견해는 다양하다. 이 중 경복궁 중건(1865~1868)을 계기로 강원도 아라리가 서울(도읍지 한양)과 경기도에 전해졌다는 설이 있다. 당시 강원도를 비롯한 전국에서 공사에 참여했는데, 남한강 수운을 통해 강원 지역 목재가 운송되는 과정에서 뗏목 출발지였던 정선 사람들도 서울을 왕래했다. 이들을 통해서 아라리가 전파됐다는 설명이다. 강원도에서는 정선을 중심으로 농업노동요인 아라리가 전승되고 있었다. 유희요로도 불린 아라리는 아라리·아리·아리랑·아라성 등 후렴을 붙여 불렀다. 경복궁 중건으로 강원도 음악 어법인 메나리토리의 아라리는 서울과 경기도에 전해져 경토리(진경토리)의 아리랑으로 불렸다. 토리는 '음악 사투리'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영화 <아리랑> 주제곡의 후렴 선율에서도 강원도 자진아라리의 선율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음악적 연관성을 고려하면 나운규가 고향에서 들었던 남쪽 출신 노동자들의 노래는 강원도 아라리 계통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 <아리랑>의 전국 상영과 주제곡의 통속화는 아리랑 전승 과정에서 전환。으로 평가된다. 아리랑은 식민지 조선 민중의 애환과 저항 의식이 맞물려 지역과 세대를 넘어 향유됐다. 재외 동포들은 조국의 상징처럼 여겼으며, 모국을 떠올릴 때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를 부르면서 망향의 한을 달랬다. 이 과정에서 아리랑은 겨레의 노래로 거듭났다. 1949년부터는 이 아리랑을 본조아리랑이라고 불렀다. 본조는 서울의 음악 어법을 지닌 아리랑이라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본조아리랑과 함께 사랑받은 통속민요 "아리아리랑 아리아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 아리랑 얼씨구~ 날 넘겨줄까~", "문경은 새재는 웬 고개던가~ 구부야, 구부구부~ 눈물이 난다~ 아리아리랑 아리아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 아리랑~ 얼씨구~ 날 넘겨줄까~" 1926년 일츅죠션소리반(일본축음기상사, K588-B)으로 취입된 최초의 밀양아리랑 음반을 들으면 지금의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와는 다른 가사를 접한다. 바다이야기다운로드 김금화 명창이 소리를, 박춘재 명창이 장구 반주를 맡은 이 유성기 음반은 마모와 훼손으로 실물 라벨에 인쇄된 명칭이 잘못 판독돼 '미량아라니량'으로 통용됐다. 하지만 최근 밀양 얼음골축음기소리박물관이 원반을 발굴하고 공개하면서 '미량아라=타량(미량아라라타량)'으로 판명됐다. 밀양아리랑의 유래를 설명하는 견해도 다양하다. 이 가운데 밀양아리랑을 1920년대를 전후해 생성된 신민요로 보는 견해가 있다. 1926년 발매된 밀양아리랑은 서울·경기 아리랑을 벗어난 최초의 지역 아리랑 음반이었다. 진도아리랑은 1934년, 정선아라리는 1936년 유성기 음반에 모습을 보였다. 일제 강。기 밀양아리랑 음반은 25종이 발매돼 진도아리랑(3종)과 정선아라리류(2종)를 웃돌았다. 밀양아리랑은 영화 <아리랑>의 흥행과 맞물려 식민지 조선 민중의 사랑을 받은 통속민요였다. 밀양아리랑은 세마치장단에 맞춰 부른다. 힘차고 경쾌하면서 슬픔이 배어 있다.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로 내지르며 시작되는 반말 투의 사설은 영남 사람들의 기질을 드러낸다. 1940년대를 전후해 중국에서 항일 운동을 벌이던 독립투사들은 밀양아리랑을 독립군아리랑과 광복군아리랑으로 개사해 불렀다. 한국전쟁 때는 중공군이 가사를 고쳐 빨치산아리랑을 불렀으며, 1980년대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신밀양아리랑, 통일아리랑으로 불리는 등 시대적 흐름에 함께했다. 지난 9월 11일부터 13일까지 밀양강 둔치 야외공연장에서 밀양아리랑의 경상남도 무형유산 지정(2024년)을 기념해 '2026 3대 아리랑 페스티벌'이 열렸다. 밀양·정선·진도 세 지역 아리랑은 저마다의 선율과 색채를 선보이면서도 공통의 정서를 드러냈다. 12일 열린 행사의 1부 '전통, 아리랑-소리의 뿌리, 아리랑의 숨결'에서 "아리당닥궁 쓰리당닥궁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어쩔씨구~ 잘 넘어간다~"는 후렴이 붙은 밀양아리랑이 야외공연장을 울렸다. 경상남도 무형유산 '감내게줄당기기'에 수용돼 구전되는 밀양아리랑이었다. 밀양 얼음골축음기소리박물관에서는 최초의 밀양아리랑 음반을 비롯해 밀양아리랑을 처음으로 다룬 잡지 <별건곤>과 광복군아리랑 등이 수록된 <도왜실기>, <대한의 군가집> 등 서적, 1949년 우리나라에 주둔한 유엔군에게 선물한 아리랑 손수건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진도아리랑·정선아리랑 음반, 아리랑과 관련한 유물과 소품도 가득하다. 시대와 지역을 달리하며 이어져 온 아리랑의 발자취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제 강.기 밀양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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