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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상 4관왕에 빛나는 영화 ‘기생충’(2019)의 포스터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행복은 나눌수록 커지잖아요”라는 문장이 그것이다. 작품 속 내용과는 사뭇 동떨어진다.
작품 속 인물들, 기택의 가족은 IT기업 CEO인 박사장의 저택에 숨어 산다. 기택의 가족은 ‘기생충’으로, 박사장은 ‘숙주’로 그려진다. 영화는 파국으로 마무리되지만 영화의 열린 결말은 또 다른 ‘기생’의 시작을 예고한다.
생태적 관。으로 바라보면 영화 ‘기생충’ 결말은 또 다른 ‘기생’의 시작을 예고한다. 마치 자연 속 기생생물이 지속적으로 숙주를 갈아타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생명’을 의미하는 접두사 ‘바이오’(bio)의 어원은 ‘비오스’(bios)다. 고대 그리스어 비오스는 강세에 따라 두 개의 뜻이 있다. ‘활’과 ‘생명’으로 번역된다. 철학자 헬라클레이토스는 “활은 생명을 뜻하는 말이지만 하는 일은 죽음이다”고 했다. 달리 말하면 생명과 죽음은 한가지라는 의미다.
생명체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다른 생명체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다. 어느 일방이 피해를 입게 될 때 ‘기생’과 ‘포식’ 현상이 나타난다.
‘세균도 사랑을 아는데’는 다양한 미생물의 공생 관계를 다룬 책이다. 경쟁을 하는 한편 서로 돕고 화합하는 미생물 이야기는 인간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니 인간의 그것보다 더 정교하고 지혜로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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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김응빈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 교수는 “세균에게도 배울 게 있다”고 믿는다. 방송과 강연에서 미생물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며 생물학과 예술·인문학의 경계를 오간다.
책에는 모두 23개 꼭지의 흥미로운 미생물학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전체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도 때로는 협력하며 때로는 거리두기를 하며 지혜롭게 살아간다는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기생식물은 숙주의 자원을 소비하는 존재로 인식된다. 편견이다. 진화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기생생물 역할은 다양하고 중요하다. 저자에 따르면 숙주는 기생생물의 공격에 맞서 면역기능을 강화하고 유전적 다양성을 증대한다.
나아가 기생충은 종 분화를 촉진하는데 숙주와의 경쟁은 새로운 종의 출현을 견인한다. 즉 숙주의 몸 형태나 기능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종 변화로 이어진다.
저자는 이 같은 현상은 지극히 당연하며 “혼자 사는 생물은 어디에도 없습니다”라고 강조한다. 관계의 기울기에 따라 행복한 공생이 될 수도 치명적인 동거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공생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는 경쟁이다. 물론 칡과 등처럼 ‘제로섬 게임’으로 치닫는 것은 좋은 방향은 아니다. 반면 먹이 획득 과정에서 ‘자원 분할’을 통해 경쟁을 피하는 습성이 있는 종도 있다. 도마뱀은 시간, 장소를 달리해 한 종은 볕이 잘 드는 장소에, 다른 종은 그늘진 곳에 서식함으로써 먹이 경쟁을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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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 가운데는 놀라운 재주를 가진 종들이 있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는 옛말이 있다. 이는 위험을 감지하는 순간 땅속으로 숨어드는 습성에서 나온 말이다. 굼벵이보다 하찮은 존재인 미생물은 오늘날 인류의 많은 문제 가운데 친환경 대체에너지 개발에 유용하게 쓰인다.
저자는 자연계의 거의 모든 식물 뿌리는 특정 곰팡이와 공생 관계를 맺고 있다고 설명한다. 둘의 공생체를 ‘균뿌리’라고 한다. 식물 뿌리에 곰팡이가 실뿌리처럼 붙어살면서 팽이실을 뻗어낸다. 흔히 상한 음식에서 피어난 곰팡이에서 발견된다. 팽이실은 낙엽, 동물 배설물을 뿌리가 흡수하기 용이하도록 분해하거나 영양분을 빨아들인 후 일부를 식물에게 나누어준다.
참나무 뿌리에서 자라는 검은 송로버섯(트러플)은 바람에 의존하지 않고도 포자를 퍼트린다. 동물이 반할 특유의 냄새를 발산하는 것이다. 동물들이 송로버섯을 먹은 뒤 다른 곳에 포자를 배설하게 함으로써 번식을 확대한다.
저자는 생명체의 ‘조화’는 충돌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다른 존재들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동적인 균형 상태가 ‘조화’라는 것이다.
<사회평론>
식품에 새긴 곰팡이의 팡이실
균뿌리 곰팡이는 식물 뿌리에 붙어 살면서 사방으로 팡이실을 뻗어낸다. 상한 음식에 핀 곰팡이를 보면 가느다란 털이 수북하게 난 것처럼 보인다. 털처럼 보이는 것이 팡이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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