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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한 교회의 이름은 순례자교회로 정하고 영어로는 ‘Pilgrim Church’라 표기했다. 바다에서 생활할 때부터 나는 순례자라는 말을 좋아했다. 인생은 나그네라는 생각이 늘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생각은 깊게 하되 그것에 묶여 한곳에 오래 머무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다. 늘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교회를 시작하자 사람들이 조금씩 모여들었다. 그중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교회가 버스 종。에 있어서인지 술에 취한 막차 승객이나 노숙인들이 자주 보였고 허름한 옷차림의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나는 이들을 보며 순례자와 방랑자를 생각했다. 순례자는 천성을 향해 나아가는 목표가 있는 사람이고 방랑자는 정처 없이 떠도는 사람이다. 생명의 방주와 같은 교회의 사명은 그렇게 떠도는 방랑자들을 천성을 향해 나아가는 순례자로 변화시키는 데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바다에서 생활하던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교회를 개척하면서도 선교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막막했다. 직접 선교지로 나갈 형편도, 선교사를 보낼 만한 사람이나 재정도 없었다. 그래도 선교는 하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길거리에서 외국인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국에 돈을 벌기 위해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지만 순간 선교를 향한 내 기도에 하나님께서 응답하셨다는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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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항선 항해사로 여러 나라를 다녀본 경험이 있어 이들에게 다가가는 일도 비교적 자연스러웠다. 말을 걸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금씩 교회로 이끌었다.
1990년대 초만 해도 한국에 온 외국인 노동자들의 생활 여건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병원에 한 번 가는 일조차 번거롭고 힘들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나는 이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적극적으로 나서 도왔다.
그러자 외국인 노동자들 사이에서 나를 자신들을 도와주는 한국인 ‘모짜님(목사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소문을 듣고 대전에서까지 찾아오는 사람도 있었다. 주일이면 한국인 교인보다 외국인들이 예배당을 더 많이 채울 때도 있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가 그렇게 조용히 시작되고 있었다.
나의 크리스천 이름은 ‘아브라함 조(Abraham Jo)’다. 믿음의 조상이라는 뜻이다. 나는 우리 가문에서 믿음의 시작。이 돼 가족은 물론 주변의 많은 사람이 신앙을 갖게 됐다고 생각했다.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행 16:31)는 말씀이 그대로 응했다.
나와 인연을 맺은 외국인 노동자 가운데 몇몇은 나와의 관계 속에서 ‘영적 아들(spiritual son)’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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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중 맏형 격이었던 인도의 존(John)은 인도 북부 펀잡 지역 출신의 힌두교인이었다. 한국에서 기독교 신앙을 갖게 된 뒤 고향으로 돌아가 목사가 돼 오랫동안 목회하고 있다.
필리핀 출신 리또(Lito) 역시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다가 예수를 믿게 됐다. 이후 직장을 그만두고 경기도 양평 국수리 한국제자훈련원에서 훈련을 받았고 한국인 자매와 결혼한 뒤 필리핀 고향으로 돌아가 목사가 돼 목회하고 있다.
방랑자들이 예수를 만나 천성을 향해 나아가는 순례자가 된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한 방랑자를 먼저 순례자로 만드시고 그 순례자를 통해 또 다른 방랑자들을 순례자로 부르셨다.
이들과 얽힌 이야기는 수도 없이 많다. 처음에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경계하는 눈빛으로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럴 때면 나 역시 돈을 벌기 위해 고향을 떠나 해외에서 배를 탔던 외항선원이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낯선 땅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한다고 진솔하게 말하면 굳게 닫혀 있던 마음도 조금씩 열렸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주일예배가 끝난 뒤 각자 돌아가며 자기 나라의 음식을 만들어 함께 먹던 시간이다. 그날이면 평소 교회에 나오지 않던 같은 나라 친구들까지 초청했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고향 음식을 나누는 풍경은 지금도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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