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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경 인물 가운데 여러 굴곡을 거치며 험악한 세월을 살았던 야곱을 좋아한다. 평범한 삶보다는 모험과 도전이 있는 ‘다이내믹’한 삶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만큼은 큰 굴곡 없이 안정된 삶을 살았던 이삭에게 마음이 갔다. 특히 결혼 면에서 그렇다. 이삭이 마흔 살에 리브가를 아내로 맞았는데 나 역시 다시 결혼을 준비하던 때가 마흔 즈음이어서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창세기 24장은 한 장 전체가 이삭의 결혼에 관한 이야기다. 특히 63절 말씀은 당시 내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첫 결혼 때의 나는 나이도 어렸고 세상 물정도 모르는 철부지였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인생길을 정했고 그 과정에서 사람을 만나고 선택했기에 실수도 많았다. 물론 지금은 그 실수마저 하나님의 큰 틀 안에서 바라보지만 당시의 나는 분별력과 삶의 지혜가 부족했다.
한 번의 결혼 실패는 내게 큰 인생 공부가 됐다. 그만큼 두 번째 결혼은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삭이 아내가 될 리브가를 기다리던 모습이 마음에 깊이 와닿았다. 저물 무렵 들에 나가 묵상하는 이삭의 모습이야말로 내가 두 번째 결혼을 준비하며 가져야 할 자세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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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녘 고요한 들판에서 오직 하나님을 바라보며 그 인도하심을 구하고 그러다 눈을 들어 리브가를 태운 낙타들이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지금의 아내는 나보다 일곱 살 어렸다. 내가 전임전도사가 되기 위해서는 결혼해야 하는 시.이었고 신학교 동기의 소개로 만나게 됐다. 그녀는 당시 영락교회 청년부 부회장으로, 기도원을 자주 찾을 만큼 기도에 열심이었다. 스물다섯 살에 늦게 세례를 받은 뒤 기도의 사람이 됐다. 영락기도원에 갔다가 우연히 사모 세미나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사모가 되는 꿈을 품고 기도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교제가 시작된 뒤 나는 그녀가 나를 빨리 이해할 수 있도록 내가 써온 바다일기, 이른바 ‘성서일기’를 건넸다. 그녀는 그 일기 노트를 받아든 날 밤을 새워 단숨에 읽었다고 했다. 그리고 내 신앙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신뢰하게 됐고 마음속으로 나와의 결혼을 결정했다고 훗날 말했다.
두 번째 결혼을 앞두고는 아이들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도 고민이었다. 기도하던 끝에 아이들의 의견도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중학교 1학년이던 큰아들과 초등학교 2학년이던 둘째 아들을 앞에 앉히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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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아빠가 교회 생활을 잘하기 위해 다시 결혼해야 한다. 그래서 너희 의견을 묻겠다. 한 가지 참고할 것은 지금 아빠는 부인이나 너희를 돌봐줄 새엄마를 찾기보다 앞으로 ‘목사의 아내’가 될 사람을 찾고 있으니 그 .을 염두에 두고 너희 의견을 말해라.”
당시 결혼 상대로 생각해보던 몇몇 사람이 있었는데 아이들은 신앙적인 면에서 지금의 아내를 선택했다. 나 역시 아이들의 의견을 중요하게 받아들였다. 아이들의 뜻이 반영되지 않았다면 이후 또 다른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남자를 모르는 그녀에게도 나와의 결혼을 결정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사춘기 두 아들과 칠순의 노모를 함께 모셔야 했고 나는 돈 한 푼 없는 가난한 독신 신학생이었다. 주변에서 그녀의 결정을 지지해주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리스도 안에서의 새로운 피조물’로 나를 바라보고 결혼을 결심했다. 나의 ‘돕는 배필’이 되기 위해 그동안 결혼 자금으로 모아둔 저축을 깨 예식장을 알아보고 새로 살 방 두 개짜리 셋집을 구하고 필요한 살림도 마련했다. 나의 목자 되신 여호와 하나님은 이제 나 혼자가 아니라 함께 광야를 걸어갈 동반자를 보내주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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