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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간 글로벌 개발 협력 현장을 누벼온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의 현재 위상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최창원 국제개발컨설팅협회 회장과 전홍민 한국개발전략연구소(KDS) 원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한국 제품이라는 말만 듣고 '샘플을 볼 필요도 없다'고 할 정도로 신흥 협력국 사이에서 한국에 대한 신뢰가 최고"라며 "이처럼 한국의 주가가 치솟은 지금이 글로벌 사우스를 위시한 국가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할 적기"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한국이 국제 개발 협력 역사에서도 독특한 위치에 있다고 말한다. 전후 원조를 받아 경제를 일으킨 뒤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하며 원조를 주는 나라로 변신한 대표적 국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도 38억7000만달러로 DAC 회원국 가운데 13위에 이른다.
두 사람은 이제 한국이 '얼마나 많이 주느냐'를 넘어 '얼마나 제대로 돕느냐'를 고민해야 할 단계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특히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단순한 시설이나 물자 지원을 넘어 농업국가에서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인공지능(AI) 강국으로 도약한 '한국의 발전 경험' 그 자체를 적극 활용하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좋은 기술과 경험이 있다고 저절로 효과적인 원조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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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원장은 "요즘 개발 협력 사업은 단일 분야를 넘어 보건·농업·에너지·금융 등 여러 분야가 복합적으로 연결돼 있어 전체를 조율할 전문성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이 지。에서 국제 개발 컨설팅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국제 개발 컨설턴트는 협력국의 개발 수요를 산업·기술·금융과 연결하고 공여국·협력국·기업 등 다양한 주체가 함께 참여하는 사업을 설계·조정하는 '지휘자' 역할을 한다.
예컨대 남아시아에 한국 조선 기업이 진출한다면 ODA 사업을 통해 현지 숙련 인력을 함께 양성하고, 동남아시아 국가가 오토바이 전동화를 추진한다면 충전 인프라스트럭처와 배터리 관리, 인증·표준 체계 구축도 함께 가는 식이다. 실제 한국개발전략연구소가 우간다에서 2014~2017년 진행한 쌀·옥수수 농가공 및 마케팅 전략 수립 사업은 달라진 ODA의 양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지에 농업조합을 만들고 곡물 가공센터 설비를 개선하는 동시에 농민 교육과 기자재 지원을 함께 진행했다. 이로 인해 농민들 소득이 높아졌고 아이들은 학업을 이어 나갈 수 있는 선순환이 만들어졌다.
두 사람은 한국이 가진 개발 경험을 세계 시장으로 연결하기 위해 국제 개발 컨설팅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ODA 사업 너머에는 각국 정부와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거대한 '공공조달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글로벌 공공조달 시장은 연간 13조~15조달러 규모로 추산된다"며 "ODA는 이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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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원장도 "한국의 기술과 개발 경험을 제대로 엮어내면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핵심 플레이어로 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과 싱가포르는 이미 이런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일본은 국제 개발 컨설턴트에게 다자개발은행(MDB) 수준의 대우를 보장해 전문인력을 육성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원팀'으로 해외 사업 수주전에 뛰어든다. 반면 한국은 ODA 규모가 커지고 사업이 복잡해졌지만 이를 설계하고 이끌 전문인력과 민간기업이 성장할 생태계는 충분히 만들어지지 못했다는 게 두 사람 진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한국의 신규 ODA 사업 예산이 줄어드는 것은 더욱 우려스럽다고 했다. ODA 사업은 실제 집행 수년 전에 발굴과 기획이 시작되는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신규 사업 감소 여파는 한 해로 끝나지 않는다. 전문인력이 업계를 떠나고 기업이 해외 사업 조직을 축소하면 이후 예산을 다시 늘리더라도 잃어버린 경험과 네트워크를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렵다.
두 사람은 이 지.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는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국회가 성과가 낮은 사업은 엄격히 감시하되 한국과 글로벌 사우스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전략적 신규 사업과 기업·전문인력 파이프라인에는 오히려 더 과감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다"며 "ODA를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과 공급망, 외교적 신뢰를 함께 쌓는 미래 투자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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