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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반, 싱가포르 북부 만다이 보드워크. 입장권이 필요 없는 이 자연 산책로에 들어서자 열대의 새소리가 가득 퍼졌다. 치르르, 끼리릭. 고요한 저수지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이 3.3km 나무 데크는 야생동물의 이동 경로와 서식처를 방해하지 않도록 숲의 허리춤에 떠 있었다. 이 초록길의 주인은 야생동물이었다. 산책하거나 조깅하는 시민들을 만나도 피하지 않았다. 인간은 이들 삶의 터전을 스쳐 가는 무해한 방문객일 뿐이었다. 길에는 안내문이 있었다. ‘야생 원숭이는 싱가포르 주민입니다. 서로 존중하며 평화롭게 공존합시다.’ 운이 좋으면 멸종 위기인 노란머리직박구리 노랫소리도 들을 수 있다고 했다.
● 싱가포르의 ‘자연 속 도시’
1960년대부터 ‘정원 도시’를 표방한 싱가포르가 2021년 새롭게 내세운 국가 비전은 ‘자연 속 도시(City in Nature)’다. 단순히 공원과 정원을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생태계로 편입시키겠다는 선언이다. 사람들이 일하고 여행하는 삶의 방식 속에 자연을 엮어 넣겠다는 것이다. 만다이는 이 전략의 핵심 공간이다. 1973년 싱가포르동물원이 들어선 이래 2010년대 야생동물·자연유산 정비구역으로 재정비됐다. 서부 주롱 지역에 있던 세계 최대 규모 새 공원도 만다이로 옮겨와 2023년 ‘버드 파라다이스’라는 이름으로 재개장했다. 올해엔 반얀그룹의 100번째 호텔 만다이 레인포레스트 리조트 바이 반얀트리(이하 만다이 리조트)도 들어섰다.
만다이는 싱가포르 정부와 국부펀드 테마섹이 지원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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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동물원, 나이트 사파리, 버드 파라다이스, 야생동물병원과 만다이 리조트까지 하나의 계획 아래 통합된 국가 전략형 생태관광 단지다. 지난달 말 만다이 리조트 그랜드 오프닝 축제에 싱가포르 대통령이 참석하고 축제 수익 전액을 ‘대통령 챌린지’라는 이름의 사회 공헌 캠페인에 기부한 것은 만다이 개발이 단순한 관광 사업이 아니라 도시 복지이자 공적 책무라는 。을 상징한다. 자연에 접근할 권리를 도시가 보장하고 자연을 시민 삶의 공공재로 다루겠다는 싱가포르식 선택이다.
● 문턱을 낮춘 ‘포용적 럭셔리’
만다이 리조트도 자연 속 도시 전략의 하나다. 리조트 건물 1층은 벽 없이 기둥만으로 땅에서 띄워 야생동물 이동을 방해하지 않고, 새들을 부르기 위해 싱가포르 토착 수종을 심어 숲을 복원했다. 입구 양옆에 들어선 레인트리와 인디언비치트리도 그 자리에 있던 오래된 나무를 베지 않고 보존한 것이다. 포탄나무 열매 모양 놀이터 정글짐, 씨앗 껍질을 형상화한 트리하우스, 빗줄기처럼 건물을 덮는 초록 덩굴식물 같은 디자인 요소도 인상적이었지만, 객실마다 정수기를 두어 일회용 플라스틱 생수병을 없앤 게 더 눈길을 끌었다.
이 리조트는 지난달 그랜드 오프닝을 하면서 각국 기자들을 초청해 ‘창립자와의 대화 세션’과 ‘도시와 자연’ 패널 대담을 열었다. 싱가포르 출신의 반얀그룹 공동 창립자들은 왜 이제야 싱가포르에 처음으로 호텔을 열었을까. 1994년 반얀그룹을 공동 창립한 호권핑 회장과 아내 클레어 창 수석 부사장은 말했다. “마리나베이나 오차드로드처럼 그저 좋은 위치가 아니라, ‘진정한 상징적 장소’를 오래 기다렸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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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다이는 여행객들이 도심 한가운데에서 야생을 접하며 환경과 공동체를 더 나은 상태로 회복시킬 수 있는 장소입니다. 여행 수익이 멸종위기종 복원과 사회공원으로 환원되는 재생적 관광(regenerative tourism)이지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숲 훼손을 우려하는 환경단체 목소리에 정부와 기업은 재생과 공존이라는 정교한 설계로 답해야 했다. 호 회장은 ‘포용’을 강조했다. “본래 반얀트리 스타일이라면 1박에 약 1000달러인 트리하우스만 지었겠지만, 1박에 약 300달러인 숙박동 객실도 함께 지었습니다. 동남아시아 기준으로는 저렴하지 않지만, 싱가포르에서는 특별히 비싼 가격이 아닙니다. 세상에는 에르메스처럼 희소성을 내세우는 브랜드도 있지만 조금 비싸도 많은 이가 찾는 애플 같은 포용적 브랜드도 있죠.”
하룻밤 300달러는 여전히 재력을 갖춘 이들을 위한 포용이지만, 럭셔리의 배타성을 걷어내고 대중과의 접。을 넓힌 건 사실이다. 숙박객이 아니어도 누구나 찾아와 주변 자연과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조경은 이런 포용을 가능하게 했다. 조경가를 프로젝트 초기부터 참여시켜 서식처를 복원하고, 기후 위기 회복력을 높이는 공공 기술로 조경을 활용했다.
● 다른 종(種)이 함께하는 세상
싱가포르동물원에 들어서면 두 번 놀란다. 첫째, 철창이 있는 한국 동물원과 달리 도랑못을 비롯한 지형을 이용해 동물을 감금하지 않는다. 둘째, 사람이 있든 말든 개의치 않는 동물의 태도다. 손만 뻗으면 닿는 거리인데도 사람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하긴 시내 금융가 한복판을 야생 닭이 활보해도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게 싱가포르의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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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 웬 하우 만다이 와일드라이프 그룹 부대표(최고생명과학책임자)는 “사람들이 동물에게 해를 가하지 않고 함부로 먹이를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싱가포르에서 인간과 동물의 공존은 동물의 야생성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의 행동을 철저히 계산한 결과이기도 하다.
싱가포르동물원 야생동물 헬스케어 연구센터에서는 도시에서 부상당한 채 구조된 동물을 치료해 야생으로 돌려보낸다. 날개 깃털 일부가 불에 탄 독수리는 자연사한 다른 새들 깃털을 이식받아 새로운 날개로 10km 넘게 비행했다. 3D 프린터로 만든 보철기 등은 동물이 야생으로 돌아가는 걸 돕는다. 유리창 너머 의료진 모습에서 위기에 처한 동물을 최전선에서 지켜내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도시는 자연 속에 존재할 수 있는가.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처럼 다양한 생물이 어우러져 살 수 있는가. 일부 환경단체는 만다이 개발에서 서식지 교란, 조류 충돌 가능성, 야생동물 이동 경로 단절을 문제 삼아 왔다. 만다이는 이런 비판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답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라 있다.
깜깜한 밤 만다이 리조트 연못에서 들었던 개구리들의 우렁찬 합창 소리, 버드 파라다이스에서 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수많은 새집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만다이는 인간이 자연의 주인이라는 오만을 버리고, 우리가 파괴한 생태계에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묵직하게 질문한다. 우리는 정원박람회나 일회성 축제에 정성을 들이는 만큼 생태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는가. ‘보기 좋은 초록’을 늘리는 데 급급해 인간 개입이 낳을 부작용에는 눈 감고 있지는 않은가. 만다이는 ‘더 많이 만드는 자연’이 아니라 ‘우리가 끝까지 책임져야 할 자연’을 보여준다.
객실도 함께 지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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