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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밭과 율포해변으로 향하는 큰길을 벗어나면 봉산저수지가 길게 누워 있다. 물빛을 따라 들어가 파크골프장의 초록 잔디를 지나면 '꿈꾸는 숲 선유원'이 나온다. 전남광주특별시 보성군 보성읍 봉산리 활성산 자락, 선녀들이 놀다 갔다는 선유동(仙遊洞)의 이름을 물려받은 정원이다. '전남광주 정원 재발견' 5회는 산림청으로부터 '쉼과 회복을 선사하는 정원'으로 인정받아 '2026 대한민국 아름다운 민간정원 30선'에 선정된 보성 선유원을 찾았다. ◇맹지에서 시작된 14년 2013년, 강정숙 선유원 대표는 산부터 샀다. 사 놓고 보니 길이 닿지 않는 맹지였다. "그런 개념이 없었어요. 사고 나서야 알았죠." 길목을 막은 논 1,000평은 주인이 "팔겠다", "안팔겠다"를 거듭했다. 1년 가까이 찾아가 사정한 끝에야 손에 넣었다. 그 논은 길보다 한참 낮은 늪지였다. 마침 인근 저수지 공사에서 파낸 흙을 받아 메웠다. 굴착기 두 대가 흙을 주고받고 덤프트럭이 쉼 없이 오갔다. 버릴 흙과 메울 땅이 만난 셈이지만, 옛 논바닥 흙은 질척하고 거름기가 없었다. 선유원은 출발부터 '좋지 않은 조건'을 안고 있었다. 가시덩굴과 사초가 뒤엉킨 산에 숲가꾸기 작업로가 나던 날을 그는 잊지 못한다. "정말 감동했어요. 이제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그는 1960~70년대 심어진 편백을 중심으로 숲을 정리하고, 일부는 자연림으로 남겨 수종의 다양성을 지켰다. 보부상이 넘나들던 활성산성 옛길과 이어지는 이 숲은 2021년 전남 명품숲에 선정됐다. 이순신 장군과 얽힌 이야기도 전해진다. 오리지널바다이야기 첫 손님은 서울의 귀농 단체였다. 내세울 것 하나 없던 어느 초겨울, 그는 컨테이너 한 동 앞에 몽골텐트를 치고 차를 냈다. "좋은 곳은 서울에도 많지만, 이렇게 자연스럽게 걷는 곳은 처음"이라는 말이 돌아왔다. 그 초록 컨테이너는 지금도 카페 옆에서 첫날의 초심을 지키고 있다. ◇내 땅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배워야 강 대표는 광주 푸른길 가드너로 활동하다 산림치유지도사 자격을 1년 만에 따냈다. 화순 만연산에서 2년간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치유가 이런 거구나"를 깨달았다. 그러나 보성에는 함께할 자격자가 한 명도 없었다. 산림복지서비스 제공처로 등록해 혼자 꾸렸지만 숙소 연계도, 밤새 꾸미는 서류도 벅찼다. "사회적 관심보다 제가 너무 빨리 나간 거예요." 이제야 세상이 그 걸음을 따라온다. 교직원 문학기행과 산림치유 체험, 이웃 파크골프장과 연계한 프로그램으로 발길이 이어진다. 설계도 한 번 엎었다. 정원 디자인 교육을 받고 그린 근사한 마스터플랜은 지목에 막혀 종이 위에만 남았다. "내 땅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부터 봐야 했는데, 하고 싶은 것만 그렸던 거죠." 그는 미련 없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땅에게 먼저 묻는 법을 그렇게 배웠다. ◇"실패도 제 히스토리예요~" 산 쪽은 북향이라 꽃도 과실수 생육도 어렵고, 일손은 두 사람뿐이다. 그래서 찾은 답이 '덜 일하는 정원'이다. "처음엔 좋아하는 것 위주였는데, 지금은 자연이 허락하는 쪽으로 가요. 릴게임주소 스스로 잘 살아가는 아이들로요." 겨울을 나는 관목과 여러해살이풀이 주인공이 됐고, 수국과 팜파스그라스, 낙상홍 등 300여 종이 뿌리를 내렸다. 카페를 경계로 위쪽은 초록과 흰·파랑 꽃으로 잔잔하게, 아래쪽은 원 없이 화려하게 꾸몄다. 5월 말이면 서부해당화가 카페 창을 붉게 물들여, 창이 그대로 한 폭의 액자가 된다. 실패도 숨기지 않는다. 허브원의 허브는 햇볕이 모자라 죽고, 그 자리는 묵묵히 버틴 모과나무가 지킨다. 소쇄원 앞 개울 자미탄에서 이름을 빌린 '자미원'의 배롱나무는 병으로 몇 해째 꽃이 시원찮다. 아끼는 칸나는 가을마다 캐내 보일러실에서 겨울을 나게 한다. "실패도 제 히스토리예요. 나쁘다고 생각 안 해요. 하나의 과정이죠." ◇화려함보다 자연 그대로 "치유정원은 자극하지 않는 정원이에요. 교감신경이 지친 현대인을 가라앉혀 주는 곳이죠." 화려함을 기대하면 심심할 수 있다며 그는 웃는다. 편백 숲길을 천천히 걷거나 해먹에 누워 나뭇가지 사이 하늘을 보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는 얘기다. 식물 이름표도 달지 않는다. "아는 것도 스트레스예요. 입구에서 물은 이름을 위에 가서 또 만나면 기억이 안 나잖아요. 모르면 '노란 꽃이 예쁘네' 하고 가면 되죠." 정원주의 철학을 글귀와 현판에 담아야 한다던 4회 몽베르와는 또 다른 길이다. 당부도 하나다. "정원과 정원을 비교하지 마세요." 화려한 공공정원은 기분을 끌어올려야 하는 이들에게, 수수한 민간정원은 쉬고 싶은 이들에게 각자의 쓸모가 있다는 것이다. 뽀빠이릴게임 중국 정원이 높은 담 안에 웅장함을 쌓고 일본 정원이 자연을 축소해 소우주를 빚는다면, 한국 정원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삶에 들였다. 땅이 허락하지 않는 꽃을 억지로 심지 않는 선유원의 고집은 그 전통에 닿아 있다. 해마다 돈을 들여 다시 심는 대신 스스로 살아가게 두는 정원, 기후위기 시대 K-정원이 갈 길이기도 하다. 프랑스 정원을 둘러보고 온 강 원장은 그들이 오히려 우리 방식을 닮아 가려 한다고 했다. 심사에서도 그는 여건을 숨기지 않았다. "이런 여건에서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했더니 이런 정원이 됐다고 솔직히 말했어요. 그게 앞으로 우리 정원들의 방향이 될 것 같아요." ◇잘려도 다시 오르는 가지 올해도 배롱나무는 뭉텅 잘렸다. 명옥헌처럼 시원하게 키우자며 자르지 말라 당부했지만, 전남의 오랜 '가지치기 문화'를 이기지 못했다. 그래도 밑동에서 새 가지가 밀고 올라온다. "저기가 막 우거졌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밑에 잡초도 덜 나거든요." 맹지의 산에서 14년, 선유원이 걸어온 길도 그랬다. 그 가지 끝에 붉은 꽃이 흐드러질 날이 머지않았다. 대한다원과 한국차박물관, 봇재를 지나 호수와 잔디, 편백숲을 거쳐 율포 바다로. 녹차와 바다의 고장 보성에 서두르지 않는 정원 여행길이 하나 더 열렸다. 선유원은 2021년 전라남도 민간정원 제17호로 등록됐다. 올해 30선은 서류심사를 통과한 45곳을 대상으로 했다. 전문가 현장평가(80%)와 국민 1만9204명이 참여한 온라인 선호도 조사(20%)를 합산해 전국 194개 민간정원 가운데 30곳을 가렸다. 선유원은 무료로 개방하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연다. 다음 회에서는 담양 죽화경을 찾아간다. 내세울 것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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