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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일본에서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의료의 윤리와 전쟁〉(医の倫理と戦争, 야마모토 소스케[山本草介] 감독)은 각지에서 공동체 상영회가 확산되고 있다. 일본 제국주의 시대 일본군 ‘731부대’의 인체실험 등 의료인의 전쟁범죄 사실을 마주하고,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며 의료 문제에 몰두하는 의료·돌봄·사회복지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이 영화의 기획자이자 의사인 이토 마미(伊藤真美) 씨를 만나러, 지난 6월 이토 씨의 병원을 찾았다. 보소(房総)반도의 남동쪽, 치바현 미나미보소시 치쿠라에 자리한 의료기관의 이름은 ‘꽃의 계곡 클리닉’. 완화케어 병동을 갖춘 곳이다.
▲ (프로필) 의사이자 ‘꽃의 계곡 클리닉’ 대표 이토 마미(伊藤真美). 1957년 시즈오카 출생. 다큐멘터리 영화 〈의료의 윤리와 전쟁〉을 기획했다. ‘안전보건 관련법에 반대하는 의료·돌봄·사회복지 관계자 모임’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저서로 『정신 차려! 요양보험』, 공편저로 『살기 위한 완화의료-유상진료소로부터의 메시지』 외. (촬영: 가시와라 토키코)
군사비 증강의 이면…경제지상주의에 휘말린 의료와 돌봄
클리닉에 도착하니, 가까이에 태평양이 보이고 상쾌한 바닷바람이 불고 있다. 시설에는 다양한 식물이 심어져 실내에 있어도 눈부신 초록빛을 볼 수 있다.
“클리닉 이름이요? 영국의 등산가가 히말라야에서 고산식물이 흐드러진 계곡에 ‘꽃의 계곡’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글을 보고 이거다, 했죠.”
여기에서는 ‘임종 돌봄’(terminal care)뿐 아니라 투병 중에도 완화의료를 받을 수 있다. 일반내과 외래진료, 완화케어 병동, 재택돌봄의 세 축으로 한 유상(有床 입원 병상을 갖춘) 의료소이다.
마음이 편해지는 공간이 여기저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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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의료의 윤리와 전쟁〉에서 이토 씨는 큰 병원에서 적극적인 치료는 하지 말고 완화케어를 받으라고 추천을 받은 사람이 이곳에 와서 치료받고 건강해졌다는 이야기를 한 바 있다.
▲ 이토 마미 씨가 문을 연 병원 ‘꽃의 계곡 클리닉’(花の谷クリニック) 정원 안에 있는 ‘스프만물상 하나’. 작은 스프 가게이자 지역의 만남·돌봄·연대의 공간이다. 나무들에 둘러싸여 꽃과 허브가 색과 향기를 더한다. hananotani.jp (촬영: 가시와라 토키코)
하지만, 이 말은 그만큼 방치되는 환자들이 어딘가에 있다는 이야기이다. 인지증 환자, 일본에서는 고령 노인, 장애인에게 ‘고액의 의료는 필요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며, 후생노동성도 임종기 의료비를 삭감하려고 하고 있다. 치료비가 비싸지고, 환자가 일찌감치 치료를 포기하는 현실이 있는 것이다.
의료·돌봄의 현장은 경제지상주의에 휘말리고 있다. 군사비 증액의 반대급부로 의료비도, 돌봄비도 삭감되어 기본적 인권조차 지켜지지 않게 되는 현실을 이토 씨는 다큐에서 절실하게 호소했다.
“의료인은 생명도, 인권도 짓밟는 악법을 따르지 말고, 전쟁에 가담하지 않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 메시지를 전하는 방법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영화는 기대 이상으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환자의 일상을 소중히 여기는 병원을 꿈꾸다
“의사가 될 생각은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어쩌다 보니 의대에 입학을 해버려서(웃음). 하지만 연수의 시절에 재미있어지기 시작하더라고요.”
이토 씨는 혈액내과 의사가 되고 3년 정도 대학병원에서 일했다. 하지만, 밤늦게까지 임상과 연구에 쫓기는 생활에 번아웃이 왔고, 인도로 향했다. 서양의학과는 다른 인도 전통의학인 아유르베다(Ayurveda)를 배워서 귀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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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치바현의 종합병원 혈액내과에서 근무했다.
“당시엔 병원에서 말기암 환자가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심장 마사지를 했어요. 그런 의료에 의문이 생겼죠. 내가 받고 싶은 완화의료를 할 수 있고, 마지막까지 환자의 일상을 소중히 여기면서 돌볼 수 있는 병원을 만들고 싶어졌죠.”
▲ 꽃의 계곡 클리닉 부지에 있는 ‘쇼자에몬 데이센터’. 낮시간 동안 이용하는 돌봄·생활지원 시설로, 묵직한 오래된 민가다. (촬영: 가시와라 토키코)
그러기 위해 땅을 찾고 있던 와중에 치바의 땅을 빌려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은행 융자를 받아 1995년에 의원을 개업하고 외래진료와 재택진료를 시작했다. 그리고 1999년에 완화케어 병동을 신설했다.
“이전의 임종기 의료 중에는 ‘불필요한 연명치료’라고 비판받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필요한 연명치료조차 중단되고 있어요. 완화케어의 지향.은 ‘보다 좋은 상태에서의 연명’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의료는 기본적으로 연명치료죠.”
‘전쟁 반대’에 그치지 않고 ‘돌봄과 연대의 시간 축적하기’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한 고이즈미 정권의 자위대 이라크 파견(2003년)으로, 일본이 전쟁에 가담하는 나라가 되어버린다는 위기감이 급습했다. 그리고 경제 격차가 의료 격차, 건강 격차로 이어지는 사회의 변화를 느꼈다.
이토 마미 씨는 전쟁에 반대하는 활동과 스터디모임을 시작했다. 2014년에는 ‘아베 노땡큐 모임’을 발족했다. “야마구치 마오 씨의 일러스트(아베 정권을 비판하고 풍자하는 캐릭터)로 스티커를 만들어 진료소에 덕지덕지 붙였지만, 환자 수는 줄지 않았어요(웃음). 강력한 아베 지지자 같은 건 없다는 얘기죠.”
그리고 2015년, 당시의 아베 정권을 비판하며 ‘안전보장 관련법에 반대하는 의료·돌봄·복지 관계자 모임’을 발족했고, 현재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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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내각이 강행 처리한 안전보장 관련법은 일본이 직접 공격받지 않더라도 미국 등 동맹국이 공격받으면 자위대가 개입할 수 있게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했다. 시민사회는 전쟁과 무력행사를 포기한 평화헌법 제9조에 위배된다며 강력히 반대했다. 이토 마미 씨를 비롯한 의료·돌봄·복지 관계자들도 과거 태평양전쟁 시기 의료인들이 전쟁에 동원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안전보장 관련법 폐지를 요구하고 군사화에 반대하는 활동을 펴오고 있다.]
▲ ‘꽃의 계곡 클리닉’의 식당 겸 강당. 밝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공간이다. (촬영: 가시와라 토키코)
“지금, 일본 의사의 30%가 참정당(배외주의를 앞세운 우익 포퓰리즘 정당)을 지지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고요. 의사가 존엄사의 법제화를 말하는 것도 저는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토 씨는 자신이 했던 말들을 확인하면서, 다시 한번 생각하더니 말을 잇는다.
“‘OO에 반대’라고 말하는 것뿐 아니라… 아니, 반대하는 것은 중요하죠. 하지만, 보다 풍요로운 전망을 제시하고 싶어요. 어렵지만요.”
이토 마미 씨가 제시하는 ‘보다 풍요로운 전망’은 이런 것이다.
“저는 직원들에게는 환자를 위해서 일하지 말고, 스스로를 위해서 일하라고 말합니다. 자신이 받고 싶은 의료와 받고 싶은 돌봄을 환자에게 제공하는 나날이 축적되지 않는다면, 전쟁에 저항할 수도 없습니다.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는 것을 만들고, 각자가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 일하는 게 중요합니다.” [인터뷰: 시미즈 사츠키, 정리: 구리하라 준코, 번역: 고주영]
-〈일다〉와 제휴 관계인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ふぇみん, women’s democratic journal) 보도를 원문 번역하고, 국내 독자들을 위해 〈일다〉 편집부가 보완·편집한 기사입니다.
[일다] https://m.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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