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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3회 작성일 26-10-11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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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노(Juneau)는 알래스카의 주도(州都)이지만 인구 3만 남짓의 고립된 도시다. 명색이 한 주의 행정 중심지인데도 북미 대륙에서 차를 몰고 직접 들어갈 수 있는 육로가 아예 없다. 해안선은 깎아지른 절벽과 거대한 빙하에 가로막혀 길을 낼 수 없고, 내륙으로 돌아서 길을 뚫으려면 캐나다 영토를 길게 통과해야 하는데 캐나다가 미국을 위해 제 땅에 막대한 도로 예산을 쏟아부을 리 만무하다. 결국 주노의 관문은 하늘길을 날거나 바닷길을 가르는 배 편뿐이다. 우리는 오후 늦게 헤인즈에서 출발하는 카페리에 트럭을 실었다. 밤늦은 시간에야 닿은 주노의 부두에는 굵은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고온다습한 태평양 난류가 밀려드는 지형 탓에 연간 강수량이 2500밀리미터에 달하고, 1년 중 200일 이상 비가 쏟아지는 온대우림 기후대다. 항구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축축하고 묵직한 물안개가 차창을 옥죄어왔다. 주노 관광의 간판은 빙하와 고래 투어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한 달여간 캐나다 유콘과 알래스카 오지에서 눈이 무뎌지도록 빙하를 보았고, 며칠 뒤면 대형 페리호로 나흘간 태평양 바닷길을 통과할 예정이었다. 때문에 관광용 유람선 대신, 온대우림의 축축한 속살을 직접 두 발로 밟아보는 숲길 트레킹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끼 숲은 지금까지 걸었던 알래스카의 황량한 북방 한계선과는 결이 전혀 달랐다. 연중 비가 그치지 않는 숲속은 흙바닥부터 고목의 몸통, 나뭇가지 끝자락까지 온통 짙푸른 이끼로 빈틈없이 뒤덮여 있었다. 나무마다 축축한 수염처럼 길게 늘어진 이끼 덩굴 사이로 끊임없이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졌다. 북극권 툰드라의 메마르고 거친 흙먼지 길과는 180도 다른, 물기를 가득 머금은 원시의 침묵이 그 깊은 초록의 터널 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 태고의 신비를 품은 주노의 이끼 숲길 연중 200일 이상 비가 내리는 주노의 원시 온대우림. 나무와 바닥 전체가 짙푸른 이끼로 뒤덮여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 한진석 빙하가 물러난 100년의 숲, 서낭당 같은 침엽수의 도열 주노 주변에는 저마다 독특한 생태를 품은 10여 개의 트레킹 코스가 그물망처럼 얽혀 있었다. 모바일릴게임 거대한 침엽수림과 이끼는 공통적이었지만, 한 발짝 깊이 들어설 때마다 마주하는 숲의 표정은 제각각이었다. 가장 먼저 발을 디딘 곳은 멘덴홀 빙하 어귀에 자리한 '시간의 길(Trail of Time)'이었다. 초입에 들어서는 순간 시야를 가득 메운 몽환적인 초록빛 이끼의 바다에 감탄이 터져 나왔다. 타임머신을 타고 지구 최초의 날로 되돌아간 듯한 기이한 적막감이었다. 이 길에는 극적인 서사가 새겨져 있었다. 빽빽한 나무와 이끼로 우거진 이 숲길 전체가 불과 1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수만 년 동안 얼음 밑에 갇혀 있던 빙하의 바닥이었다는 사실이다. 100년 전부터 빙하가 서서히 산 위로 후퇴하면서, 헐벗은 자갈밭에 침엽수와 이끼가 악착같이 뿌리를 내려 지금의 웅장한 숲을 빚어낸 생명의 현장이었다. 숲의 나이가 100년에 불과해 주변 산악의 고목들보다는 키와 둘레가 아담했지만, 빙하가 물러난 자리를 채워 넣은 지독한 생명력은 경이로웠다. 두 번째로 찾은 허버트 빙하(Herbert Glacier) 코스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수백 년 된 아름드리 침엽수들이 가지마다 이끼를 통째로 뒤집어쓴 기괴한 숲이었다. 키 큰 나무들이 마치 한국의 서낭당 신목처럼 치렁치렁한 이끼 리본을 길게 늘어뜨린 채 끝없이 도열해 있었다. 어찌 보면 기이하게 치장한 크리스마스트리 숲 같기도 했다. 더욱 신비로운 것은 숲 바닥이었다. 한국의 소나무 숲은 햇빛이 차단되어 바닥에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하는데, 이곳은 대낮에도 빛이 들지 않는 숲임에도 바닥 가득 새파란 풀과 고사리류의 양치식물이 빈틈없이 들어차 있었다. 왕복 10킬로미터가 넘는 평지 오솔길을 넋을 잃고 걸었다. 숲길이 평지라 자전거를 탄 산악 라이더들이 곁을 휙 지나치며 소리쳤다. "저 앞 숲속에 곰이 바글바글하니 조심하세요!" 겁을 집어먹은 우리 표정을 보았는지 "곰이 먼저 공격하지는 않으니 너무 걱정 마세요"라며 웃었지만, 우리는 곰 스프레이와 스피커를 방패처럼 움켜쥔 채 잔뜩 긴장하며 서너 시간을 걸었다. 바다이야기사이트 세 번째로 향한 곳은 주노 건너편 더글러스 섬에 위치한 '레인포레스트 트레일(Rainforest Trail)'이었다. 잦은 비가 숲 바닥에 빚어낸 크고 작은 물웅덩이와 늪지대가 끝없이 이어졌고, 물속에서 자라난 기이한 수초들이 이끼를 휘감은 거목들과 어우러져 마치 낯선 외계 행성에 불시착한 듯한 원시성을 뿜어냈다. 이 세 숲길을 하나로 엮는다면 뉴질랜드의 명성 높은 밀퍼드 트랙을 능가하는 세계 최고의 트레킹 코스가 될 것이 분명했다. 앞선 여정에서 야생동물들의 처절한 먹이사슬에 전율했다면, 주노에서는 억겁의 비와 빙하가 빚어낸 이끼 숲의 몽환적인 침묵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 '시간의 길(Trail of Time)' 100년전 까지 빙하였던 곳이 온난화로 빙하가 물러가면서 생긴 이끼 낀 숲. 양탄자를 깔아놓은듯 푹신푹신하다. ⓒ 한진석 화려한 쇼윈도의 다이아몬드와 240달러짜리 게다리의 굴욕 숲에서 빠져나와 마주한 주노의 도심은, 앞서 겪은 원시 자연의 순수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기형적인 관광 자본주의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육로조차 없는 인구 3만의 외딴 포구 중심가에,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하고 화려한 보석상들이 번쩍이는 쇼윈도를 자랑하며 끝없이 늘어서 있었다. 다이아몬드와 온갖 귀금속을 진열한 대형 보석상들이 왜 이 척박한 북쪽 땅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지 처음에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배후에는 항구에 아파트처럼 솟아 있는 거대한 크루즈선들이 있었다. 주노는 수천 명이 탑승한 대형 유람선들이 매일같이 닻을 내리는 알래스카 크루즈의 핵심 기항지다. 시내의 보석상들은 현지 주민의 삶과는 하등 상관없는, 카리브해와 미국 본토의 다국적 보석 체인들이 크루즈 선사와 결탁해 세워놓은 '떴다방 영업소'였다. 여름 한철 크루즈 승객들의 지갑을 털어먹고 겨울이 오면 셔터를 내린 채 따뜻한 남쪽으로 날아가 버리는 기괴한 자본의 생태계였다. 매장 안을 들여다보니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이 보석을 고르고 있었다. 결혼 50주년이나 팔순 등 저마다의 사연을 담아 반지를 맞추는가 하면, 배 안에서 눈이 맞은 황혼의 싱글들이 충동적으로 귀금속을 사기도 한단다 아쿠아슬롯2 . 본토보다 세금이 저렴하다는 선내 광고에 홀려 지갑을 여는 백발의 노인들을 보며, 우리나라 시골 장터 야바위 매장에 모여 수백만 원짜리 옥매트를 충동구매 하던 노인들의 풍경이 겹쳐 보여 씁쓸한 입맛을 다시게 했다. 크루즈 승객을 노린 노골적인 상술은 식당가에서도 살벌하게 번득였다. 알래스카에 왔으니 킹크랩 맛은 보고 가자며 항구 앞 유명 해산물 식당에 들렀다. 메뉴판을 보고 240달러(약 33만 원)를 선결제한 뒤, 큰 통에 세숫대야만 한 대게가 가득 담겨 나올 줄 알고 잔뜩 입맛을 다시며 식탁에 앉았다. 잠시 후 직원이 다가와 기름종이로 둘둘 말아놓은 뭉텅이를 툭 던져두고 갔다. 마치 길거리에서 붕어빵을 샀을 때 싸주는 종이봉투와 흡사했다. '포크와 나이프를 종이에 싸서 주나?' 의아해하며 종이 뭉텅이를 열어본 우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 240달러짜리 게 다리의 충격 기름종이 뭉텅이에 앙상하게 담겨 나온 킹크랩 다리. 크루즈 기항지의 살벌한 물가를 실감케 했다. ⓒ 한진석 종이 속에는 25센티미터 남짓한 비쩍 마른 게 다리 달랑 하나씩이 각각 들어 있었다. 30만 원이 훌쩍 넘는 거금을 치렀는데, 접시도 아닌 붕어빵 종이봉투에 개당 15만 원짜리 앙상한 게 다리 하나씩을 던져준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식당 안을 가득 메운 손님들 모두가 우리와 똑같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영혼 없이 게 다리를 핥아대고 있었다. 한국 관광지의 바가지 음식들이 아무리 원성을 산다 한들, 이 알래스카 게 다리의 횡포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 수준이었다. 크루즈 전속 산장 뷔페, 가난한 방랑자의 유쾌한 반전 이튿날 저녁, 게 다리의 쓰라린 내상을 치유하겠다며 구글 지도를 뒤져 평。 높은 연어 요리 식당을 찾아 나섰다. 시내를 벗어나 외딴 숲길로 깊숙이 들어가니 울창한 침엽수림 속에 거대한 야외 산장 식당이 불쑥 나타났다. 차를 대고 들어서는 순간 전혀 새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수백 명이 앉을 수 있는 야외 식탁이 빽빽하게 자리를 메우고 있었고, 장작불 위 대형 석쇠에서는 붉은 연어 토막들이 연기를 뿜으며 지글지글 익어갔다 오리지널바다이야기 . 배식대 앞에는 수십 명이 줄을 길게 서 있었다. 일단 배식 라인 끝에 줄을 섰다. 그런데 계산대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선불인지 후불인지 어리둥절해하며 주변을 살피는데, 마침 옆 테이블에서 정답게 식사 중인 한국인 여행객들이 눈에 띄었다.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저, 실례지만 여기 계산은 어디서 하고 먹는 겁니까?" 그러자 그분들이 우리 행색을 훑어보더니 뜻밖의 사연을 들려주었다. "아이고, 저희는 오늘 크루즈 타고 내린 승객들이에요. 크루즈 선사에서 오늘 저녁으로 이 식당을 통째로 전속 계약해서 손님들을 버스로 데려온 겁니다. 여긴 일반 손님을 안 받는 곳이라 계산대 자체가 없어요. 선사에서 일괄 결제한 뷔페니, 멀리서 오신 고국 분들인데 눈치 보지 마시고 편하게 줄 서서 실컷 가져다 드세요!" 눈이 번쩍 뜨였다. 크루즈 선사의 독. 계약 틈바구니에서, 숲길을 헤매다 들어온 두 육로 방랑자에게 뜻밖의 행운이 굴러떨어진 셈이었다. 마치 시골 잔칫집에 지나가던 길손이 푸짐한 대접을 받는 꼴이었다. 동포들의 넉넉한 인심을 등에 업고 장작불 향이 듬뿍 밴 두툼한 연어 스테이크를 접시 가득 담아왔다. 배식대를 서너 번이나 오가며 연어를 든든하게 비워냈다. 전날 게 다리 하나에 120달러씩 털리고 쓰라렸던 가슴속 응어리가 참나무 장작불 연어구이 속으로 말끔하게 씻겨 내려가는 유쾌한 순간이었다. ▲ 숲속 산장의 연어 뷔페식당 크루즈 선사에서 전속계약한 연어뷔페 식당에서 동포들의 따뜻한 배려로 뜻밖의 만찬을 즐겼다. ⓒ 한진석 폭우 속 한밤의 무단 침입 해프닝 아찔하면서도 웃지 못할 사건도 있었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방 두 개짜리 에어비앤비 주택이었다. 첫날 밤늦게 부두에 도착했을 때 굵은 장대비가 쏟아져 거리가 칠흑처럼 어두웠다. 내비게이션이 가리키는 주소에 닿으니 엇비슷하게 생긴 목조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비바람을 피하느라 번지수를 자세히 살필 겨를도 없이, 차를 대자마자 현관문 손잡이를 돌려보았다. 공교롭게도 문이 잠겨 있지 않고 스르륵 열렸다. 당연히 예약 손님을 위해 주인이 열어둔 줄 알고 안으로 들어가 짐을 풀었다 알라딘릴게임 . 방 두 개짜리인 줄 알았는데 큰 방이 세 개나 딸려 있고 거실도 호화로웠다. 흡족한 마음으로 젖은 몸을 뉘고 세상모르게 단잠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 오전, 빙하와 폭포를 둘러보고 。심을 해 먹기 위해 숙소로 돌아왔다. 그런데 외출할 때 닫아둔 현관 도어록에 안내받은 비밀번호를 아무리 눌러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 수차례 번호를 다시 누르고 손잡이를 흔들어도 굳게 닫힌 문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숙소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문이 도무지 열리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외지에 나와 있다는 주인은 전화기 너머로 도어록 조작법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주인이 시키는 대로 삑삑 소리를 내며 번호를 누르고 손잡이를 돌리기를 거의 한 시간째. 빗속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실랑이를 벌이다 문득 서늘한 기운에 스마트폰의 예약 내역을 다시 찬찬히 뜯어보았다. 화면 맨 끝에 작은 글씨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2층(2nd Floor).' 어젯밤 비바람에 쫓겨 1층 문을 무심코 열었는데 마침 잠겨 있지 않았고, 우리는 거기가 우리 숙소인 줄 알고 남의 집에 짐을 풀고 하룻밤을 뒹굴었던 것이다.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미국 땅에서 한밤중에 남의 집 문을 열고 들어가 잠을 잤다니,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했다. 주인에게 자초지종을 털어놓자, 전화기 너머로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이내 호탕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하, 어젯밤 1층 손님이 마침 체크아웃하고 비어 있었는데 문을 안 잠가뒀군요! 다행히 1층과 2층 모두 제 집입니다. 1층이 훨씬 넓고 비싼 방이지만, 이미 하루를 묵으셨으니 귀찮게 짐 옮기지 마시고 남은 기간도 그냥 1층에서 편하게 지내세요!" 주인의 너그러운 배려 덕분에 우리는 추가 요금 없이 크고 쾌적한 1층 독채를 차지하게 되었다. 게 다리 바가지의 억울함은 뜻밖의 연어 뷔페로 되갚고, 비바람 속 무단 침입 해프닝은 숙소 무료 업그레이드로 매듭지어졌다. 육로조차 허락하지 않는 고립된 도시 주노. 억겁의 세월을 견딘 태고의 이끼 숲과 그 숲을 삼켜버릴 듯 번쩍이는 크루즈 자본의 기형적인 욕망이 한 공간에서 기묘하게 동거하고 있었다. 그 거대한 두 세계의 틈바구니에서, 두 방랑자는 잊지 못할 또 하나의 삶의 궤적을 짙게 새겨 넣고 있었다. 에 안내받은 비밀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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