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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함에 갇혀 잃어버린 자연 풍경
하늘 볼 기회마저 불평등해진 도시
날씨 견디는 삶에서 누리는 삶으로
하루의 동선에 햇살 한 조각 담기를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이 있다. 요즘 풍경이 꼭 그렇다. 오늘은 산에 두 번 올랐다. 아직 초록이 남은 잎 사이로 노랗고 붉은 기운이 번지고, 바람이 좋아 걷다 보면 자꾸 고개가 하늘로 들린다. 나무 사이로 보이던 파란 조각들이 능선에 오르면 어느새 머리 위를 다 덮는다.
산행을 마치고 시내로 들어서자 하늘이 조금씩 좁아진다. 간판과 전깃줄과 건물 모서리가 하늘을 나눠 가진다. 도시에 사는 우리들은 이 하늘을 하루에 몇 분이나 볼 수 있을까.
출근할 때는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간다. 차를 몰아 회사 지하주차장에 닿으면 다시 엘리베이터로 사무실까지 올라간다. 。심은 건물 안 식당이나 지하로 이어진 상가에서 해결한다. 퇴근길은 그 역순이다. 문에서 문으로. 하루 종일 바깥 공기 한 번 마시지 않고도 지낼 수 있다. 사무실에 창이 있어도 블라인드가 내려져 있거나 맞은편 건물이 시야를 막는다. 하늘이 얼마나 파란지, 바람이 얼마나 선선한지 모르는 채 가을이 지나간다. 그러다 주말이 되면 그 하늘을 보러 차를 몰고 먼 산과 바다를 찾아간다. 평일 문 앞에 와 서 있던 계절을, 주말에야 짬을 내어 멀리까지 가서 만나는 셈이다.
누가 일부러 이렇게 만든 것은 아니다. 비, 바람, 추위를 피해 보다 편리하게 만들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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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몬트리올에 갔을 때 나는 메트로에서 내려 쇼핑몰과 상가, 식당을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모든 것이 하나로 이어져 있어서 그곳이 지하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그 유명한 지하도시였다는 것은 나중에서야 안 사실이다. 지하인 줄도 모를 만큼 매끄럽게, 바깥이 지워져 있었던 것이다. 물론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지는 겨울이 긴 도시에서 그 길은 도시를 움직이게 하는 기반시설이다. 폭염과 한파가 해마다 기록을 바꾸는 요즘이라면 더욱 그렇다. 무릎이 불편한 노인이나 유모차를 미는 부모에게는 편리함이 아니라 접근성이기도 하다. 막는 장치는 필요하다.
문제는 막는 장치가 골라서 막지 못한다는 데 있다. 지붕은 비만 가리지 않고 햇살도 가린다. 벽은 찬바람만 막지 않고 선선한 바람도 막는다. 유리로 둘러싼 통로는 비를 막아주는 대신 바깥의 소리와 냄새, 온도의 변화까지 함께 지운다. 나쁜 날씨를 지운 대가로 좋은 날씨도 함께 지워온 셈이다. 날씨를 피할 수 있는 길은 촘촘해졌지만, 좋은 날씨를 만나는 일은 여전히 개인의 선택과 여유에 달려 있다.
오늘날 건축물은 대개 일정함을 지향한다. 일 년 내내 비슷한 온도, 비슷한 습도, 비슷한 조도. 사무실 안에서는 10월과 3월이 크게 다르지 않아서, 달력을 넘겨야 계절을 실감한다. 실내를 쾌적하게 한다는 것은 결국 바깥의 변화를 지운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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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계절의 즐거움은 바로 그 일정하지 않음에서 온다. 무더위가 물러간 뒤의 선선함, 겨울이 오기 전의 묵직한 햇살, 하루가 다르게 짙어지는 나뭇잎의 색. 우리는 쾌적함을 고르게 유지하는 기술을 키워오는 동안 변화를 감각하는 즐거움을 조금씩 내려놓았다. 건물은 어제 같은 오늘을 주지만, 계절은 내일 같은 오늘을 건넨다.
공간은 벽과 바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햇빛의 각도, 공기의 온도, 바람의 결, 나무 그림자도 공간을 이룬다. 같은 벤치라도 한여름 뙤약볕 아래와 10월의 햇살 아래는 전혀 다른 장소다. 그늘이 없어 지나치던 자리가 이맘때는 잠시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고 싶은 자리가 된다. 가을은 공간에 덧입혀지는 장식이 아니다. 같은 장소를 전혀 다른 공간으로 경험하게 만든다. 우리는 광장을 조성하고 가로수를 심고 경관 조명을 달며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려 애쓰지만, 이맘때는 큰 애씀 없이도 도시 전체가 정원이 된다.
그 정원이 문밖에 있는데, 우리의 하루는 문 안쪽으로만 이어진다. 그래서 이 계절을 누리는 일도 고르지 않다. 바깥을 걸을 짬이 있는 사람, 창가에 앉는 사람, .심시간에 잠시 건물을 나설 수 있는 사람은 가을을 만난다. 같은 건물 안에서도 창가 자리와 안쪽 자리는 서로 다른 계절을 산다. 하루 종일 창 없는 매장이나 지하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가을은 달력에서만 지나간다. 계절은 모두에게 주어지지만, 계절에 닿는 길이 모두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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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의 불평등은 소득이나 집의 크기로만 드러나지 않는다. 하늘을 얼마나 자주 볼 수 있는가로도 드러난다.
날씨를 막는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그렇다고 도시에 바깥 공간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 앞에는 법으로 정한 공개공지가 있다. 누구나 쉬어 가라고 내어놓은 땅이다. 그런데 앉을 의자 하나, 그늘 하나 없이 비어 있거나 화분과 차단봉으로 슬그머니 막혀 있는 곳이 적지 않다. 바깥은 마련해 두었지만, 사람이 그곳에 머물 이유를 설계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필요한 것은 막는 장치 안에 여닫을 수 있는 틈을 두는 일이다. 편하게 이어진 실내 동선은 그대로 두되, 그 길 중간중간 바깥으로 나설 수 있는 문을 하나씩 더 내는 것이다. 지하 통로 옆에 하늘이 열린 작은 마당을 두는 것, 비 오는 날엔 닫히고 맑은 날엔 열리는 지붕, 건물과 건물 사이에 바깥 공기를 마시며 걸을 수 있는 짧은 구간 같은 것들 말이다. 거창한 공원을 새로 짓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루의 동선 안에 바깥이 한 번쯤 자연스럽게 끼어들 수 있으면 된다. 그 몇 걸음이 무심히 흘러가는 하루 안에 계절을 들여놓는다. 날씨를 견디는 도시에서 날씨를 누리는 도시로.
가을이 이제 길지 않았다. 오늘의 하늘도 내일이면 조금 달라진다. 이 짧은 계절이 해마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지나간다면, 그 도시는 덜 설계된 것이 아니라 한쪽만 설계된 것이다. 아침에 다녀온 산을 오후에 또 찾았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을까. 문을 나서자 가을이 있었다.
계절은 내일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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