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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무척 즐겁게 작업하고 있는 소품이 있어요. 열두 달을 표현하는 피아노곡 연작이지요.”
1841년 독일 작곡가 파니 멘델스존(1805∼1847)은 지인에게 이렇게 편지를 썼다. “우리는 이렇게 삶을 장식하고 아름답게 가꾸려 합니다. 예술가의 특권은 그러한 아름다움을 주변에 펼쳐놓고 가까운 이들과 나눌 수 있다는 데 있죠.”
파니는 작곡가 펠릭스 멘델스존의 누이다. 어려서부터 동생 못지않은 음악적 재능을 보였지만, 두 사람에게 허락된 길은 달랐다. 멘델스존 가문은 은행업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유서 깊은 가문이었고, 아버지 아브라함은 1820년 열다섯 살 딸에게 이렇게 적었다. “음악은 펠릭스에게 직업이 될 수도 있지만, 너에게는 장식일 뿐, 결코 삶의 근본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당시 상류층 여성에게 음악은 어디까지나 교양이었고, 직업으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파니는 자택에서 일요 음악회를 이끌며 작곡과 연주를 이어갔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작품을 출판하고 전문 작곡가로 활동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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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만한 사실은 두 편지에 모두 ‘장식’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는 。이다. 아버지는 음악이 딸의 삶을 그저 장식하는 데 머물러야 한다고 말했다. 21년 뒤 파니는 예술로 삶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이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예술가의 특권이라고 했다. 같은 단어에 서로 다른 의미가 담긴 셈이다. 아버지에게 음악은 여성을 꾸며주는 예쁜 장신구 같은 것이었고, 파니에게는 세상에 전할 수 있는 참된 아름다움이었다.
그녀가 편지에서 언급한 작품은 피아노 연작 ‘일 년(Das Jahr)’. 파니는 각 달의 이름을 붙인 열두 곡을 완성해 1841년 남편 빌헬름 헨젤에게 선물했다. 화가였던 헨젤은 악보마다 정성껏 삽화를 그렸고, 시구도 함께 담았다. 한마디로 음악과 그림, 문학이 어우러진 달력이었다.
그중 ‘10월’은 흥미롭게도 고적하고 쓸쓸한 가을 노래와 거리가 멀다. ‘알레그로 콘 스피리토(Allegro con spirito)’, 생기 있게 빠르게 연주하라는 지시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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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음과 쉼 없이 움직이는 음형이 곡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얼핏 들으면 예상과 전혀 다른 가락이 잇따른다.
의문은 남편 헨젤이 악보에 담은 그림을 보면 풀린다. 울창한 숲과 사슴 두 마리, 사냥 나팔을 부는 사냥꾼이 등장한다. 실제로 곡에서도 사냥용 호른을 연상시키는 힘찬 음형이 울려 퍼진다. 즉 가을의 우수를 표현하기보다 사냥의 활기를 담아낸 것.
곡은 행진곡을 연상시키는 당당한 선율로 시작한다. 그러다가 경쾌하게 뛰는 듯한 리듬으로 바뀌며 분위기를 전환한다. 빠른 음표들이 건반 위를 종횡무진 누비는데, 흡사 사냥꾼들이 숲속에서 신호를 주고받으며 사냥감을 쫓는 모습 같다. 마지막에는 속도를 끌어올리는 ‘알레그로 아사이(Allegro assai)’로 힘차게 끝맺는다. 어느덧 10월도 절반 이상 지났다. 푸르렀던 가로수에도 붉고 노란 기운이 완연하다. 이런 계절에 가을 사냥과 나팔 소리를 담은 파니 멘델스존의 작품을 들어보면 어떨까. 음악이 여성의 삶을 장식하는 데 머물렀던 시절, 음악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가꾸려 했던 한 사람을 떠올리면서.
un Goth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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