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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의 주식시장 중복상장 비율이 미국의 200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복상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이달 들어선 코스피 급락의 원인 중 하나로 언급된다. 한국 증시에 중복상장이 집중된 것은 왜일까. 무엇보다 복잡한 지배구조를 지닌 대기업집단의 지배주주가 자회사 경영권을 유지하면서도 투자금을 쉽게 조달하는 도구로 중복상장을 남용한 결과다.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상충을 줄이기 위해 주주보호장치의 실효성을 적극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기업들의 중복상장 비율은 11.2%로 미국(0.05%)의 224배, 일본(4.0%)의 2.8배였다. 상장기업 간 지분 보유로 시가총액을 단순 합산할 때 중복 계산되는 부분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한국에서 중복상장이 만연한 배경에는 총수 일가가 지주회사나 핵심 계열사를 통해 여러 단계의 자회사를 지배하는 기업집단 특유의 출자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모회사가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경우 지배주주가 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 지분율이 희석될 수 있다. 반면 자회사를 별도로 상장해 신주를 발행하면 모회사 지분율은 그대로 유지된다. 자회사 상장이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자금 조달 수단인 셈이다.
반면 자회사 상장은 모회사 일반주주와 지배주주 사이의 이해상충으로 이어진다. 자회사가 상장되면 투자자들은 해당 사업에 직접 투자할 수 있게 돼 모회사를 통한 간접투자 매력이 약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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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연구원이 2010~2021년 모자회사 동시상장 사례 157건을 분석한 결과, 자회사 상장 이후 기존 상장 모회사의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미국에서는 중복상장이 극히 드물다. 주주를 보호하는 촘촘한 규제 안전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 장치로는 이사의 의무에 기반한 ‘주주 집단소송’과 강력한 ‘손해배상제도’가 꼽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선 중복상장으로 모회사 주주에게 조금이라도 피해를 입히면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을 각오해야 한다”며 “소송 리스크 자체가 기존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게 만드는 강력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미국 기업들은 자회사를 별도로 상장해 모자회사 관계를 유지하는 대신 기존 주주에게 분리 회사의 주식을 배분하는 방식도 활용한다.
일본의 제도 개선도 참고할 만하다. 일본은 독립이사와 공시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에 무게를 두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2021년 기업지배구조 코드를 개정해 프라임시장에 상장된 지배주주 보유 기업에 독립이사를 과반으로 선임하거나 이해상충 거래 등을 검토할 독립적인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도록 요구했다. 상장 자회사를 보유한 이유와 소수주주 보호 방안에 대한 공시 요구도 강화됐다. 이후 상장 모회사를 둔 상장 자회사 수는 2018년 313개에서 지난해 7월 215개로 약 31% 줄었다.
국내에서도 한국거래소의 주주 보호 요구와 일반주주들의 반발에 따라 자회사 상장 계획을 중단한 사례가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엔무브는 지난해 상장예비심사 전 협의 과정에서 주주 보호 방안 마련을 요구받았고, 같은 해 6월 기업공개(IPO)를 잠정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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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S도 올해 1월 소액주주와 투자자들의 우려를 수용해 미국 증손회사 에식스솔루션즈의 상장 신청을 철회했다.
정부는 지난 8월 3일부터 중복상장 관련 주주 보호 규제를 강화했다. 모회사 이사회가 자회사 상장에 따른 주주 영향과 보호 방안을 검토하고, 주주 의견 수렴 및 동의 여부 등을 확인한 뒤 상장 추진에 대한 찬반을 의결하도록 했다. 이해상충 문제를 심의할 독립적 특별위원회 관련 요건도 강화했다. 금융당국은 SK하이닉스의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을 놓고 중복상장에 해당하는지 살펴보고 있다.
제도 시행 이후 해외 자회사 상장에 제동이 걸린 사례도 나왔다. 엠에스오토텍과 명신산업은 지난 20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미국 계열사 심원아메리카의 나스닥 상장 추진에 반대하기로 의결했다. 두 회사는 앞서 주주 대상 설명회와 설문조사를 진행한 뒤 주주 소통 절차와 보호 방안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해외 중복상장 추진 과정에서도 모회사 이사회가 주주 보호 문제를 검토해 반대 의견을 낸 사례다.
한계도 있다. 물적분할 자회사와 달리 인수하거나 신설한 자회사의 상장은 주주 동의가 권고사항이어서 반드시 주주 찬반 표결을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해외 상장에서는 한국거래소의 직접적인 심사 권한이 미치지 않는다는 。도 과제다.
중복상장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날 코스피는 3%대 반등하며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 강세에 힘입어 전날보다 3.29% 오른 5735.66에 마감했다. 코스닥도 1.38% 상승한 792.76으로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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