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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이 특별전에 독립운동가의 유묵이라며 전시했다가 ‘이토 히로부미의 수양아들’로 불릴 정도였던 친일파 박중양의 글씨로 밝혀져 철거한 작품이, 다름 아닌 유홍준 관장 개인의 소장품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 관장이 온라인 경매에서 단돈 5만원에 산 정체불명의 소장품을 관장이라는 공적 직위를 이용해 박물관 전시에 슬그머니 밀어 넣은 것이다. 대한민국 문화유산의 최고 소장처이자 국가의 얼굴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이처럼 해괴망측한 ‘셀프 특혜’와 고증 참사가 벌어졌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가 된 유물은 올해 7월 국립중앙박물관이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서 선보인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한 그릇의 밥도 나라의 은혜라는 뜻) 유묵이다. 유묵은 사후에 남겨진 고인의 글씨나 그림을 일컫는다. 유 관장은 당시 언론 공개회에서 임진왜란 당시 승병장 영규대사 말이라며 “크게 감동받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박물관 또한 ‘한인(韓人) 박원근’ 서명을 바탕으로 충북 보은 출신 애국지사 박원근이 쓴 글씨로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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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제보를 통해 박중양의 또 다른 이름이 박원근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묵은 철거됐고,박물관은 검증 절차를 거쳐 친일파 박중양의 글씨로 결론 내렸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학술적 착오나 일회성 실수가 아니다. 고위 공직자가 사적 이해관계를 공적 업무에 개입시킨 전형적인 이해충돌이자 공직 윤리 마비 사건이다. 국립박물관 특별전에 출품됐다는 이력은 해당 예술품의 문화재적 가치와 몸값을 천정부지로 뛰게 만든다. 유 관장의 행위는 국가 기관의 권위를 빌려 개인 재산의 가치를 부풀리려 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박물관 내부 검증 시스템이 친일파의 글씨조차 거르지 못하고 마비된 것 역시, 관장의 소장품이라는 압박 앞에 학예사들이 눈을 감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더욱 파렴치한 것은 사건 이후 박물관 측이 보인 은폐 행태다. 박물관은 고증 오류를 인정하며 네 차례나 고개를 숙였으면서도, 이 유묵이 관장의 개인 소장품이라는 사실을 숨겼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본질을 호도하며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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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사료의 엄밀함보다 대중의 흥미를 끄는 ‘스토리텔링’을 앞세우며 학계의 우려를 샀던 유 관장이, 결국 공직의 무게마저 가벼이 여기다 대형 사고를 친 셈이다.
유 관장을 둘러싼 논란이 이외에도 적지 않다. 그는 1993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권’에 “베트민(越盟)의 호찌민(胡志明)이 부정과 비리의 척결을 위해서는 조선 정약용의 ‘목민심서’가 필독의 서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전하고 있으니, 이런 것을 그분 위대함의 보론으로 삼고 싶다”고 썼다. 호찌민이 정글에서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탐독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호찌민박물관 관장은 일본과 중국의 역사 왜곡을 비판하는 한국이 왜 스스로 역사를 왜곡하느냐고 반문했다.
19일에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립중앙박물관 국정감사가 열린다. 여야는 유 관장의 사익 추구 의혹과 은폐 시도를 철저히 따져 물어야 한다. 유 관장은 “실수이자 실력이 부족했다”는 구차한 변명으로 어물쩍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국격에 먹칠을 한 인물에게 대한민국 최고 박물관장의 중책을 계속 맡겨둘 수는 없다. 유 관장은 당장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사퇴하는 것만이 박물관의 명예를 지키는 유일한 길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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