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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흔(傷痕)의 집단 기억: 400여 그루의 후박나무가 구슬피 울던 날 작년 6월 16일, 한 장의 충격적인 사진이 전국을 들썩이게 했다. 제주도의 구석진 숲의 참상이 전국의 신문, 방송을 장식했다. 초록이 절정을 달려야 할 여름의 숲에서 껍질이 벗겨진 채 속살을 드러낸 나무들이 대거 발견된 것이다. 바로, (사)제주자연의벗이 세상에 알린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후박나무 대규모 박피 현장이다. 이름처럼 넓은 그늘과 풍채를 갖고 있는 후박나무는 예로부터 껍질에 다양한 약재 성분을 품고 있다는 이유로 수난을 겪어왔다. 나무에게 껍질은 사람의 피부이자 양분과 수분이 흐르는 혈관과도 같다. 그렇기에 후박나무의 껍질을 칼로 벗겨낸 모습은 참혹했다. 불법으로 나무를 벌목한 일은 많았지만 이처럼 수많은 나무의 껍질을 도려낸 것은 국내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었다. 처음에는 43그루 정도로 추정됐던 피해 규모는 조사가 거듭될수록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 무려 400여 그루에 달했다. 우리 인간도 지구상에 함께 살아가는 생명공동체의 일원일 뿐인데,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숲을 이루어 사는 나무들에게 이토록 잔인한 폭력을 휘둘러도 되는 것인가에 대한 반성이 많은 국민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국내 최초로 인간 이외의 생명에게 법인격을 부여하는 '생태법인' 제도를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던 제주도로서도 이 사건은 부끄러운 생태적 참사였다. 사건 직후 (사)제주자연의벗은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하며 즉각적인 진상 규명과 강력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야마토게임 . 이후, 제주자치경찰대는 신속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사건 현장이 집 한 채 없는 외딴 농경지인데다가 CC-TV도 설치되지 않은 농로여서 범인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논란이 된 사안이었기에 제주자치경찰대는 오랜 시간 동안 간선도로에서 사건 현장의 이면도로로 드나드는 수많은 차량들을 CC-TV로 일일이 모니터링 하여 범인이 탄 차량으로 추정되는 차량을 특정했다. 결국 범인은 잡혔다.  주범인 50대 남성 A씨는 바로 구속됐다. 그리고 법의 심판도 엄중했다. # 단호한 심판 : 뭇생명 향한 범죄에 내려진 이례적 실형 2026년 6월 24일, 사건이 일어난 지 1년 만에, 광주고법 제주 형사1부(송오섭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산림자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매우 이례적인 선고였다. 그렇기에 이번 판결이 지닌 사회적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그간 국내 사법 체계에서 인간이 아닌 동·식물 등 뭇생명에 대한 상해나 생태계 파괴 행위는 '자연물'이라는 이유로 집행유예나 벌금형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재판부는 인간의 탐욕이 자연에 가한 폭력에 대해 단호하게 실형을 선고함으로써, 생태계 훼손 범죄에 강력한 심리적 제동 장치이자 명확한 사법적 선례를 남겼다 릴게임 . 앞으로도 이런 유사한 일이 발생할 경우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이번 판례에 근거해서 실형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그런데 판례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제도적 완결성이다. 이런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서라도 생물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생태법인의 국회통과는 필수적이다. 그래서 (사)제주자연의벗은 생태법인의 실효성을 담보할 제주특별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통과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말 못 하는 자연과 생명들이 법적 주체로서 스스로의 권리를 대변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서의 논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 다시 찾은 현장 :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 피어오른 '새살'의 기적 법의 심판이 내려지고 가을이 되어 1년여 만에 (사)제주자연의벗은 다시 성읍리 후박나무 박피 현장을 찾았다. 현장의 첫인상은 여전히 참혹했다. 치명상을 입고 고사된 나무들은 이미 전기톱에 의해 잘려 나갔다.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버티던 상당수의 나무들도 잎이 바짝 말라가며 죽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 집단 참사의 틈바구니에서도 생명은 강인했다. 일부 후박나무들은 인간이 가한 끔찍한 상해를 딛고 스스로를 치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중심에는 식물의 눈물겨운 방어 기작인 '유합조직(캘러스,Callus)'이 있었다. 캘러스란 식물이 큰 상처를 입었을 때 외부의 병원균 침입을 막고 조직을 재생하기 위해 생성하는 세포 덩어리다. 모바일릴게임사이트 인간으로 치면 깊은 상처가 아물며 돋아나는 '새살'인 셈이다. 껍질을 칼로 완전히 벗겨버린 후박나무는 죽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벗기다 남은 껍질이 있는 후박나무는 캘러스를 만들어내며 섬처럼 조각조각 남아있는 다른 껍질에 닿으려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전체 껍질이 둥글게 벗겨지는 '환상박피'를 당하면 보통은 뿌리로 양분을 보내지 못해 고사한다. 하지만 인간이 피부를 도려내고 혈관을 끊어놓았음에도, 껍질이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후박나무들은 남은 조직의 힘을 짜내어 상처 부위에 캘러스를 만들어내며 스스로 재생하고 있었다. # 숲이 숲에게 배우는 복원의 역사 국내에서 제주에만 존재하는, 용암바위 위의 숲인 곶자왈은 2차림이다. 한번 크게 훼손되고 난 뒤에 스스로 복원한 숲이란 뜻이다. 그렇기에 원시림 못지않게 더 큰 가치를 갖고 있으며 기후위기로 위기에 처한 인류에게 곶자왈은 희망의 숲이다. 60~70여 년 전 제주의 곶자왈이 처참하게 파괴된 아픔을 딛고 스스로 초록의 생태계를 복원해냈듯, 성읍리의 후박나무 역시 인간이 그어놓은 죽음의 칼자국을 스스로의 캘러스로 메우며 묵묵히 숲을 되살려내고 있었다. 인간의 끝없는 탐욕이 숲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지만, 자연은 스스로 치유하는 위대한 회복력으로 응답하고 있다. (사)제주자연의벗은 후박나무의 처절한 응답에 답하려고 한다. 상처 입은 이 나무들이 어떻게 스스로를 구원해내는지, 그 눈물겹고도 치열한 생명의 복원 과정을 앞으로도 끝까지 기록하고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있는 힘을 다하려고 한다. / 양수남 제주자연의벗 사무처장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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