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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08회 작성일 26-09-2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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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마카오에서 열린 2026 세계합창심포지엄(WSCM) 폐막 갈라. 안산시립합창단(지휘 박지훈)이 마지막 곡 ‘쾌지나 칭칭’의 종지를 맺자 객석 곳곳에서 사람들이 일어섰다. 동시에 세계 각국에서 모인 합창 지휘자와 음악 전문가들이 보낸 이번 심포지엄 첫 기립박수가 터져나왔다. 세계합창연맹(IFCM) 주최로 전 세계 12개 합창단만 초대돼 진행되는 합창심포지엄에서 가장 한국적인 음악이 가장 세계적인 인정을 받는 순간이었다. 지난 10일 경기도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만난 박지훈(51·사진) 지휘자는 그 순간을 “말로 다 못할 기쁨과 함께 여러 가지 짐을 한꺼번에 내려놓는 느낌이었다”고 회고했다. 의상과 안무, 선곡과 음향, 재정과 전체 무대 구성까지 수많은 요소를 하나의 악보로 엮어낸 마무리였다. 무대의 마지막 마디에서 받은 박수는 그의 시간을 20여년 전으로 되감는다. 2000년대 초반 젊은 작곡가 박지훈은 한국 합창계가 외국 레퍼토리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한국 사람이 만든 합창곡을 듣고도 ‘합창이 참 좋다, 또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렇게 쓴 곡이 ‘도라지꽃’. 한국적인 선율의 결을 살리면서도 합창의 화성과 호흡을 현대적으로 다듬었고 이후 교과서에도 실리며 대중에게 익숙한 작품이 됐다. ‘봄날’은 또 다른 음악적 질문에서 출발했다. 야마토게임 해외 합창단들이 저마다 자기 나라의 음색과 리듬, 고유한 소리의 질감을 무대 위에 올리는 모습을 보면서였다. 당시 한국적 합창음악은 민요에 기대는 경우가 많았다. 박 지휘자는 물소리와 바람 소리, 새소리 같은 자연의 음향 자체를 하나의 음악적 재료로 삼아 한국의 정서를 표현하고 싶었다. 그렇게 봄날을 썼고, 이후 ‘슬픈 바다의 노래’(여름), ‘쾌지나 칭칭’(가을)으로 계절의 연작을 확장했다. 봄날에는 추억을, 슬픈 바다의 노래에는 가족과 이별을, 쾌지나 칭칭에는 죽음과 번영을 담았다. 이제 그는 겨울을 준비한다. 반목과 화해, 전쟁과 평화가 그가 구상하는 다음 악장의 주제다. 청년 박지훈이 작곡에서 지휘의 길로 들어서는 데는 윤학원(88) 교수와의 인연이 결정적이었다. 고교 시절 대우합창단(지휘 윤학원) 테이프를 들으며 윤 교수의 지휘법 등을 익혔던 그는 중앙대 작곡과에 진학한 뒤 실제 스승과 제자로 다시 만났다. 윤 교수는 당시 대학 4학년이던 그에게 고 한경직 목사 추모를 위한 한 시간 분량의 레퀴엠을 완성해보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박 지휘자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믿고 맡겨주는 분이었다”며 “그 믿음이 작곡가로 다시 서게 한 계기였다”고 돌아봤다. 신앙 역시 윤 교수에게서 말보다 삶으로 배웠다. 박 지휘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성가와 찬양에 대한 중심을 놓지 않는 모습을 보며 신앙의 뿌리와 굳건함을 배웠다”고 했다 오션파라다이스릴게임 . 음악적으로는 무엇보다 기본을 배웠다. 그에게 지휘자는 무대 앞에서 자신을 과시하는 사람이 아니다. 단원들의 호흡과 음색, 템포를 묶어 하나의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사람이다. “지휘자는 자신을 보여주는 사람이 아니라 연주자를 돕는 사람입니다. 흔들리지 않는 중심과 명확한 지휘가 중요하다는 걸 배웠지요.” 하지만 그의 음악 인생이 늘 장조로만 흘러간 것은 아니었다. 일이 너무 잘 풀리던 시절 주변의 공격과 오해 속에서 크게 흔들린 적도 있었다. 예배조차 버겁던 때 그는 ‘원해’를 썼고, 이어 ‘신자 되게 하소서’를 만들었다. 위기가 오히려 창작의 동기가 된 셈이다. 그는 “하나님이 화살을 멀리 쏘기 위해 뒤로 깊게 당기는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성가곡 ‘붉은 흙’에는 그런 내면의 고백이 가장 선명하게 배어 있다. 곡은 골고다 언덕 아래 예수의 피가 스며든 붉은 흙을 만지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십자가를 직접 올려다보는 대신 그 아래로 흐른 흔적을 더듬으며 예수와 마주하는 구성이다. “십자가의 예수님을 제대로 올려다볼 자신은 없지만 고개를 숙이면 붉게 젖은 흙은 보이잖아요. 그 흙이라도 만져봐야 하지 않을까. 그러다 결국 예수님과 눈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박 지휘자의 작곡은 성경의 장면을 박제된 서사로 두지 않는다. 그는 먼저 자신이 그 인물의 자리에 들어가 보려 한다. 무료릴게임 간음한 여인이 그 순간 어떤 숨을 쉬었을지, 구레네 시몬이 갑작스레 예수의 십자가를 대신 졌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지를 상상한다. 인물의 감정을 충분히 들여다본 뒤 그것을 선율과 화성, 가사로 옮긴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교리를 설명하기보다 장면을 보여주고 신학적 명제를 내세우기보다 공감의 여백을 남긴다. 그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도 화려한 명성이나 긴 레퍼토리 목록과는 거리가 있다. 아픈 사람이 조금 덜 아프고, 뒤처진 사람이 조금 더 앞으로 나올 수 있는 것. 그는 그것이 합창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각기 다른 음색과 성부가 서로를 듣고 맞추며 하나의 화음을 만드는 일이 합창이라면, 그가 지향하는 삶 역시 그 원리와 닮았다. 언젠가 어떤 자리를 떠날 때 “그래도 따뜻하게 공감하려 했고, 공평하게 하려고 애쓴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충분하다고 했다. 박지훈의 음악을 관통하는 핵심도 결국 그 지.에 있다. 그는 지휘할 때도, 곡을 쓸 때도 소리가 단순한 음향으로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 악보 위 음표가 사람의 내면에서 장면이 되고, 그 장면이 다시 감정과 기억을 건드리기를 원한다. 세계 무대의 기립박수도, 교과서에 실린 도라지꽃도, 골고다의 피 묻은 땅을 그린 붉은 흙도 결국 그가 쓰고 지휘해 온 하나의 긴 악장이다. 소리가 그림이 되고, 그림이 공감되며, 그 공감이 다시 신앙의 언어가 되는 음악. 박 지휘자는 자신이 지향하는 음악의 종착.을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노래가 마음의 눈에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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