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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11-03 05:34 조회 16 댓글 0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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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사는 이주배경인구 가운데 절반가량인 133만 명이 여성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스토킹 등 관계성 범죄의 피해자가 돼도 마땅히 기댈 곳이 없습니다. 일부 체류 자격은 가해자의 협조가 연장에 영향을 미치고, 언어 장벽과 체류 기간 만료로 피해 구제조차 쉽지 않습니다. CBS노컷뉴스는 2부작 기획을 통해 관계성 범죄에 노출된 이주여성들의 현실을 짚고, 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합니다.
▶ 글 싣는 순서
①
"아이들 반찬을 만들어야 하는데, 칼만 보면 남편이 떠올라요."
대구에 사는 중국 출신 춘희(가명·62)씨는 지금도 부엌칼을 쥐지 못한다. 이혼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집안에서 칼을 휘두르던 전(前)남편의 모습이 여전히 떠오르기 때문이다. 한때 식당에서 일할 때도 주방에 들어가지 않고 홀 서빙만 맡은 이유다. 이를 달가워할 사장은 없을 터. 결국 춘희씨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일을 그만뒀다.
국내 이주배경인구 가운데 여성은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한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이주배경인구 통계'에 따르면, 국내 이주배경인구 281만 명 중 여성은 133만 3746명으로 전체의 47.5%에 달한다.
관계성 범죄는 국적을 가리지 않고 여성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성평등가족부 '2025년 가정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혼·별거·동거 종료를 경험한 여성 중 50%가 이별 전후로 배우자나 동거인에게 폭력을 당했다고 답했다.
최근에도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강력범죄가 잇따랐다.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 장모 살해·아내 납치 사건을 시작으로 12일 제주, 13일 전주, 19일 분당, 24일 대전까지 보름 사이 살인 및 살인미수 사건이 5건 발생했다.
그러나 이주여성에게는 또 다른 구조적 장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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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류 자격을 볼모로 잡히거나 언어 장벽과 불안정한 체류 신분 탓에 수사기관에 도움을 요청하기가 쉽지 않다. 가정폭력이나 스토킹 등 관계성 범죄의 표적이 되어도 법적 보호망 밖으로 밀려나는 이유다.
"맞을 만했네" 경찰도 외면…10년 이어진 가정폭력
춘희씨가 한국 땅을 밟은 건 2002년 3월이다. 동포 비자로 입국해 한 식당에서 일을 시작했다. 착실히 일해 돈을 모으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으리란 희망이 가득했다. 2004년에는 가정도 꾸렸다.
그러나 둘째가 태어난 2008년부터 남편의 폭력이 시작됐다. 술을 마시면 욕설과 함께 밥상을 뒤엎는 일이 늘어갔다. 어린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도 폭력은 멈추지 않았다. 남편은 춘희씨 다리에 힘이 풀릴 때까지 목을 조르기도 했다. 옆에서 울며 말리던 두 아이는 고작 어린이집에 다닐 나이였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춘희씨는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세 차례나 이어진 신고는 모두 절망으로 돌아왔다.
춘희씨가 살던 집에서 관할 지구대까지는 걸어서 8분 거리였다. 순찰차로 출동하면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경찰에게 어떤 도움을 받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춘희씨는 "신고해도 경찰은 빨리 오지 않았다"며 "근처 다른 현장에 들렀다 오거나 천천히 걸어서 도착하는 날도 있었다"고 답했다.
경찰의 태도는 계속해서 이해하기 어려웠다. 남편이 "말대꾸를 해서 때렸다"고 하자 경찰관은 "맞을 만했네"라며 가해자의 편을 들었다. 이후 두 차례 더 신고했지만 경찰로부터 "조용히 살지 왜 자꾸 부르냐"는 타박을 들었다. 세 차례의 112 신고 중 입건으로 이어진 사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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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희씨는 그날 이후 다시는 112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춘희씨는 "당시에는 경찰조차 내가 시골 사는 외국인이라 무시한다고 느꼈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고 무기력했다"고 회상했다.
경찰에 도움을 요청해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자 폭력은 갈수록 심해졌다. 한 번은 춘희씨를 인근 저수지로 데려가 물에 빠뜨렸다. 춘희씨가 가까스로 물에서 빠져나오자 남편은 저수지 가장자리에 구덩이를 파고 춘희씨를 그 안으로 몰아넣기도 했다.
춘희씨가 이혼을 결심한 건 바로 그날이었다. '구덩이에 빠져 죽느니 차라리 집을 나가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춘희씨는 "그날 이후로 물가에 가면 극심한 공포를 느낀다. TV에 나오는 저수지나 강만 봐도 떨린다"며 여전히 고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이혼을 결심하고도 실제 집을 나오기까지는 몇 해가 걸렸다.
남편은 걸핏하면 춘희씨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외국인등록증을 숨겼다. "이혼하면 아이들을 데려갈 수 없다", "그동안 쓴 방값과 밥값을 모두 내놔라"는 협박도 반복했다. 당시 한국 법을 잘 몰랐던 춘희씨는 남편의 말만 믿고 쉽게 집을 나서지 못했다.
고된 일상에 전환。이 찾아온 건 2014년 5월이었다. 서울에서 사회복지 분야에 종사하던 동서가 "대구에 이주여성 쉼터가 있으니 도움을 요청해보라"고 알려준 것이 계기였다. 춘희씨는 이주여성 전문 쉼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고 한다. 한국에 들어온 지 12년 만이었다.
하지만 쉼터 생활 역시 쉽지만은 않았다. 춘희씨는 극심한 불안 증세로 정신과 약을 복용해야 했다. 아이들 역시 아버지가 자신들을 찾으러 올까 봐 늘 불안에 떨었다.
당시 춘희씨를 지원했던 이주여성 인권지원단체 '이주와 가치'의 고명숙 소장은 춘희씨가 매일 햇볕에 이불을 말리던 모습을 여전히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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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소장은 "처음에는 깔끔한 성향 때문에 그런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고 소장은 "아이가 밤마다 불안감에 이불에 실수해서 매일 이불을 세탁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며 "2010년대만 해도 정신과 치료나 심리 상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해 제때 치료를 받기 어려웠다"며 안타까워했다.
10년에 걸친 가정폭력은 2014년 11월 조정 이혼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춘희씨는 당시 영주권을 취득한 상태여서 이혼 후에도 체류 자격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였다. 그런데도 폭력에서 벗어나는 데 10년이 걸렸다.
"비자 논의하자"며 성폭행…끝까지 싸웠지만 출국
일터 역시 관계성 범죄의 안전지대는 아니었다. 필리핀 출신 로사(가명·35)씨는 2020년 초 비전문취업(E-9) 비자로 한국에 들어와 공장에 취업했다. E-9 비자의 기본 체류 기간은 3년이다. 재고용 시 1년 10개월까지 체류 연장이 가능하다.
다만 비자 연장 신청을 위해서는 고용주의 동의가 필요하다. 체류 가능 여부가 오로지 상대방 손에 달려 있는 구조다.
이런 상황을 알고 있던 공장주는 2023년 2월 퇴근하던 로사씨에게 집까지 데려다주겠다며 차에 타라고 권유했다. 로사씨가 망설이자 "가는 길에 비자 연장 문제도 논의하자"며 로사씨를 차에 태웠다.
그러나 차량이 정차한 곳은 인천의 한 모텔이었다. "왜 이곳에 왔냐"는 로사씨의 질문에 공장주는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하자"고 둘러댔다. 결국 로사씨는 모텔에서 성폭행을 당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로사씨는 아무런 증거조차 남기지 못했다.
사건 이후에도 공장주의 범행은 이어졌다. 약 일주일 뒤 공장주는 다시 비자를 언급하며 로사씨를 모텔로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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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사씨는 모텔 주차장에서부터 시작된 강제추행 상황을 전부 녹음한 뒤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증거를 확보한 로사씨는 해바라기센터의 도움으로 약 1년 뒤 재판을 시작했다. 재판은 2024년 7월부터 시작돼 약 2년간 이어졌다. 2심 재판을 맡았던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사와 동행' 윤성민 변호사는 "재판 과정에서 로사씨가 가장 힘들어했던 건 '2차 가해'였다"고 설명했다.
수사 단계에서 경찰이 연결해 준 국선변호사는 로사씨에게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진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반복했다고 한다. 재판에도 단 한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재판 과정에서 로사씨가 올린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법원에 제출하며, 강간 피해자가 이런 게시물을 올릴 수 있겠느냐는 취지의 서면을 냈다. 이른바 '피해자다움'을 요구한 것이다.
통역 역시 걸림돌이었다. 형사재판에서는 법원이 선정한 사법통역사가 통역을 맡아야 한다. 하지만 윤 변호사는 "당시 배정됐던 사법통역사의 통역 실력이 좋지 않아 재판 과정에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며 "판사마저 답답함을 느꼈을 정도"라고 회상했다. 결국 재판부가 다른 통역인을 구하기 위해 기일을 미루면서 재판은 길어졌다.
공장주는 1심 재판 이후 구속됐다. 구치소에 수감된 공장주는 로사씨에게 혐의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편지를 여러 차례 보냈다.
형사처벌보다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원했던 로사씨는 결국 합의금을 받고 가해자를 용서했다. 재판부는 합의 이후에도 공장주에게 강간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성폭행 피해를 입지 않았다면 로사씨는 한국에서 더 오래 일하고 싶었다고 한다. 재판 도중 E-9 체류 기간이 끝난 뒤에도 권리구제를 위한 기타(G-1) 비자로 체류 자격을 변경해 일을 이어갔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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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G-1은 재판이 끝나면 연장이 불가하다. 결국 로사씨는 지난 여름 고국으로 돌아갔다.
고백 거절하자 스토킹…법적 대응 포기한 유학생
안전지대여야 할 교육기관에서도 관계성 범죄는 발생했다. 베트남에서 온 유학생 흐엉(가명)씨는 교내에서 지속적인 괴롭힘에 시달렸지만 끝내 수사기관의 문을 두드리지 못했다.
사건의 발단은 교내 1학년 동아리 모임이었다. 동아리에서 알게 된 한국인 남학생이 흐엉씨에게 고백했고, 이를 거절하자 괴롭힘이 시작됐다. 거친 욕설은 물론 흐엉씨의 출신국 여성들을 모욕하는 인종차별적 발언도 이어졌다.
괴롭힘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고백을 거절당한 남학생의 지인까지 합세해 개인 메신저로 욕설과 인종차별적 메시지를 계속 보냈다. 흐엉씨는 수차례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그들의 괴롭힘은 멈추지 않았다.
흐엉씨는 법적 대응을 고민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외국인 유학생 신분으로 고소를 진행하는 과정 자체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흐엉씨는 결국 가해자들의 연락처를 차단하고 피해다닐 수밖에 없었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연락을 반복하는 행위는 구체적인 행위와 경위에 따라 스토킹처벌법상 스토킹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들은 자신이 겪는 괴롭힘이 스토킹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알더라도 법적 구제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당시 흐엉씨를 상담했던 사단법인 '이주민센터 친구' 이진혜 변호사는 "지속적인 연락과 괴롭힘이 이어졌다는 .에서 스토킹 혐의로 고소가 충분히 가능했다고 본다"며 "외국인 유학생 중에는 유사한 피해를 입고도 부담스러워 고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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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노컷, 거짓은 칼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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