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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10-30 08:20 조회 3 댓글 0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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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서홍동 산록남로에서 시작하는 추억의 숲길. 제주의 숱한 길 중에서 가장 시적이고 낭만 가득한 이름이다. 작은 마을을 이뤄 살던 화전민의 삶터를 살피며 한라산 자락의 짙은 산림지대 속으로 구불구불 이어진다.
서귀포에 있는 11km 숲길
제주 속담 중에 '동부제 서가난 북단명 남장수'라는 게 있다. 땅이 척박했던 동쪽에 살던 사람들은 쉴 새 없이 일하지 않으면 살기 힘든 환경이어서 근면의 유전자가 몸에 뱄고, 역설적으로 부의 증대를 이루었다. 넓고 비옥한 농지의 서쪽 사람들은 먹고살기가 편해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자급자족하며 살았다. 그래서 실제 부의 정도를 떠나서 '동쪽은 부자가 많고 서쪽은 가난하다'는 이미지가 생겼다는 것. 또, 북풍이 잦고 추위가 심한 한라산 북쪽은 단명하고, 기후가 온화한 남쪽은 상대적으로 건강히 장수할 수 있다고 여겼다. 섬 한가운데에 우뚝 솟은 한라산 때문에 사방의 기후와 풍토가 다른 제주를 잘 말해 주는 한마디다.
'추억의 숲길'은 기후가 온화해 장수한다는 서귀포시 서홍동에 있다. 한라산 남쪽 자락에 기댄 곳이어서 울창한 숲과 그 숲을 채우는 다채로운 생태가 어우러져 있다. 산록남로의 들머리에서 한라산 중턱을 가로지르며 난 '한라산둘레길4구간 동백길'까지 오가는 총 11km의 산길이다. 2012년 서홍동 주민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지역 주민들이 현장답사를 통해 직접 개발한 이 길은, 한라산의 완만한 숲 지대에 남은 역사와 문화 자원을 잇는다. 겨울딸기 군락지와 말방아, 옛 집터, 통시(화장실), 사농바치 터를 지나 한라산둘레길(동백길)의 편백쉼터까지 올랐다가 삼나무 숲을 지나 다시 출발지로 돌아오는 코스다.
사라진 마을 연자골의 흔적
'서귀포 치유의 숲' 바로 동쪽의 광활한 산림지대에 걸쳐 조성된 숲길은 해발 450m에서 800m까지 중산간과 산간을 넘나들며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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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무인지경이지만, 구한말부터 일제강。기를 거치며 화전민 네 가구쯤 모여 살던 이곳을 사람들은 '연자골'이라 불렀다. 거칠고 척박한 산간에서 화전을 일궈 농사를 지어 먹고 살았을 테니, 그들의 삶이 얼마나 고되고 힘들었을까. 손바닥만 한 밭뙈기를 만들어 고구마와 조, 산디(밭벼)를 심고 목축과 사냥도 겸하며 억척스레 살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광복 후 4·3사건이 일어나기 전, 마을에 뒤숭숭한 분위기가 일어 아랫마을로 내려와 살게 되면서 연자골은 。차 사라지고 말았다. 살면서 무척 힘들고 어려웠던 시기도 지나고 나면 아련하고 웃음 짓게 되는 추억이 된다. 추억의 숲길도 그런 공간이다. 화전민들의 삶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서귀포 치유의 숲' 들머리에서 산록남로를 따라 동쪽으로 160m 내려선 곳에서 길이 시작된다. 간단한 지도와 설명이 적힌 안내판과 명패가 보인다. 도로에 접한 입구 공간이 좁아서 지나는 차량을 잘 살피며 들어서야 한다. 안으로 한 걸음 발을 옮기자 신기하게도 전혀 딴 세상이다. 울창하고 싱그러운 숲이 건네는 좋은 기운에 기분이 한층 좋아진다. 바로 나타나는 작은 쉼터 주변에 지팡이가 여럿 보인다. 서홍동주민자치위원회가 이용자를 위해 마련해 둔 '건강지팡이'다. 야생의 숲길을 걸어야 하니 등산용 스틱이 없다면 적당한 것으로 하나 챙기는 게 좋다.
초입의 숲 아래로 땅을 기며 자라는 겨울딸기가 많이 보인다. 눈이 내린 한겨울에 달고 빨간 열매가 달리는 신기한 녀석이다. 길은 걷는 내내 해가 들지 않을 만큼의 울창한 숲을 지난다. 전체적으로 오르막이지만, 고도가 조금씩 높아지기 때문에 크게 힘들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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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라산의 청정하고 건강한 기운이 가득해 걷는 내내 심신이 충전되는 느낌이다.
종일 머물고 싶은 편백쉼터
입구를 출발해 30분쯤이면 옛 연자골 마을에 닿는다. 산골치고는 꽤 너른 곳에 집터와 통시, 연자방아 같은 것들이 보인다. 연자방아는 판판한 아랫돌에 둥근 웃돌을 돌려가며 곡물을 찧어 탈곡하거나 가루를 낼 때 사용했는데, 제주에선 주로 말을 이용해서 '말방아'라고 불렀다. 한때는 방아 굴리는 소리와 주민들의 웃음소리가 울렸을 텐데, 지금은 빼곡히 자란 삼나무 숲에 바람 소리만 지난다.
연자골을 지나며 길은 살짝 좁고 거칠어진다. 바닥의 천연야자매트도 연자골까지만 깔렸다. 그래도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적당한 곳마다 길을 알리는 표지기가 나무에 매여 있다. 흐르다가 굳은 용암 흔적이 고스란히 새겨진 내창(계곡)을 건너고, 사농바치 터도 지난다. '사농바치'는 사냥꾼을 가리키는 제주어다. 한라산 자락인 이 일대는 사냥꾼의 단골 사냥터였다. 사냥을 나오면 당일에 끝나는 경우가 드물어서 잠시 머무는 공동 쉼터가 곳곳에 있었다. 그중 한 곳인 사농바치 터는 돌을 둥글게 쌓고, 그 위에 나뭇가지를 덮은 움막이었다.
사농바치 터를 지나 300m 간 곳에서 삼거리를 만난다. 왼쪽은 돌아올 때 이용하는 길이고, 숲길의 가장 높은 곳인 편백쉼터는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 그러니까 여기서 편백쉼터까지 갔다가 한라산둘레길4구간 동백길을 따라 서쪽으로 가다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는 동선이다.
아름드리 편백 600그루쯤이 울창한 숲을 이룬 편백쉼터는 그 자체로 멋지고 아름답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편백 아래로 곳곳에 평상이 마련되어 있어 앉거나 누워서 숲의 기운을 만끽하기에 그만이다. 아침에 입구를 출발했다면 .심을 먹기에도 딱 좋은 곳이다.
추억의 숲길은 편백쉼터에서 동백길 따라 서쪽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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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백길은 굵은 돌이 깔린 구간이 많아서 걷기가 살짝 불편하다. 그래도 한라산 자락을 따라 거의 수평으로 이어지기에 숨 차지 않게 걸을 수 있다. 중간에 만나는 삼나무 군락지가 볼 만하다. 몇 아름은 되는 굵은 나무가 많은데, 잘라놓은 한 그루터기의 나이테를 헤아려 보니 70개가 넘는다.
편백쉼터에서 동백길 따라 1km 간 곳에서 왼쪽으로 길이 갈린다. 이정표가 서 있지만 작아서 주의하지 않으면 놓치기 십상이다. 여기서 중간의 삼거리까지는 0.8km. 그 후로는 올랐던 길을 따라 내려서면 된다.
Info
교통
서귀포시 토평동을 출발해 동문로터리와 매일올레시장 등을 거치는 625번 지선버스가 치유의숲까지 다닌다. 그러나 하루 운행 횟수가 적어서 이용하기에 불편하다. 숲길 들머리 인근 도로변에 20대쯤의 간이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주변 볼거리
서귀포 치유의 숲
제주도 내 최초 치유의 숲으로 조성된 '서귀포 치유의 숲'은 '숲을 찾는 사람 모두가 산림치유의 대상'이라는 모토 아래 2016년에 개장했다. 서귀포시 호근동의 산록남로 중간 해발 320~760m의 17헥타르 공간에 들어섰으며, 난대림과 온대림, 한대림의 다양한 식생이 골고루 분포한다. 특히 평균수령 60년을 넘는 전국 최고의 편백숲이 수두룩해서 최근 많은 이가 찾는다. 마을 힐링해설사와 산림치유지도사가 동행하는 제주의 원시 숲에 대한 해설도 들을 수 있다. 치유의 숲 끝에는 시오름(758m)도 있어서 연계해 다녀오면 좋다.
맛집
고근산 남서쪽 서귀포시 서호동에 있는 '김고기'는 신선한 고기와 다양하고 맛깔난 반찬이 특징이다. 김치찌개와 열무말이국수 등 사이드 메뉴도 훌륭하다. 육즙이 풍부하고 쫄깃한 식감의 꽃겹살과 꽃목살(1만6,000원), 통항정살(1만9,000원)이 대표 메뉴다.
월간산 10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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