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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10-28 16:14 조회 10 댓글 0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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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국악과 달리 외부 지원 없는
재즈와 그 음악인 후원 시스템 만들어
엘지패션 사장 때 매월 재즈공연 열고
연주자 개런티 주면서 입장료는 무료
협회 고문 때는 재즈파크 콘서트 개최
매월 1회씩 21년간 공연 이어가
마지막 콘서트 땐 ‘마이 웨이’ 직접 불러
기업이 재즈를 후원해야 하고 그것이 선진문화라고 믿었던 사람이 지난 9월28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85. 엘지(LG)패션 사장과 19대 예술의전당 사장을 지냈던 신홍순 선생이다. “클래식 음악이나 국악, 대중가요는 다양한 후원과 지원 시스템이 있는 반면, 재즈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게 생전 고인의 아쉬움이었다. 실제로도 그는 수십년에 걸쳐 재즈 대중화에 힘썼다. 1996년부터 엘지패션 건물에서 매월 정기적인 재즈 공연을 개최했고,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관람하게 했다. 연주자들의 개런티와 무대 설치 등 공연에 드는 비용을 기업이 후원하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당시 국내 재즈 음악가들의 활동 무대는 몇개 안 되는 클럽에 한정되어 있었다. 반면 해외에서는 이미 기업의 재즈 후원이 문화로 자리 잡고 있었다. 필립모리스가 슈퍼밴드를 만들어 순회공연을 열고, 일본의 전자 기업 제이브이시(JVC)가 ‘제이브이시 재즈 페스티벌’을 세계 여러 도시에서 개최하고 있었다. 문화와 예술을 후원하는 것이 곧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라는 인식이 퍼지던 시절이었다. 신홍순 선생 역시 기업 경영을 문화의 영역에서 바라보았고, 특히 한국에서 소외된 장르인 재즈에 애정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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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한 소신은 엘지패션 퇴사(1999) 후에도 이어졌다. 한국패션협회의 고문으로 지내던 2002년에는 뜻을 같이한 컬처마케팅그룹(CMG)의 김묘환 대표와 함께 ‘재즈파크 콘서트’를 만들었다. 이 역시 기업이 후원하고 대중들이 무료로 볼 수 있는 공연이었다.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 이벤트홀에서 시작된 ‘재즈파크 콘서트’는 그로부터 2023년까지 매월 1회씩 장장 21년간의 역사를 썼다. 처음 2년 동안은 무료 관람이었지만, 이후에는 상징적으로 1천원을 받았다. 공연은 공짜로 보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음악인의 무대에 정당한 가치를 부여하자는 취지였다. 그렇게 모인 관람료는 다시 재즈 발전기금으로 쓰였다. 피아니스트 신관웅, 색소폰 연주자 이정식, 보컬리스트 김준, 웅산, 말로에서 마리아 킴까지, 세대를 잇는 재즈 음악가들이 클럽이 아닌 콘서트 무대에 설 수 있었고, 관객들은 부담 없이 재즈를 즐길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연주자가 아닌 나 같은 존재에게도 선생의 볕이 닿았다. 2010년 내가 연출한 다큐멘터리 영화 ‘브라보! 재즈 라이프’의 마지막 장면이 바로 ‘재즈파크 콘서트’에서 촬영되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재즈 음악가들이 총출동하고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과 화려한 조명이 모두 실제상황으로 펼쳐졌다. 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어떻게 찍을지 고민하던 내게 신홍순 선생이 콘티에 맞춰 공연을 열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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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직 영화를 위해 그런 현장을 구현한다는 건 저예산 독립영화에서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신홍순 선생과 나 사이에 오랫동안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하나 밝히고 싶다. ‘브라보! 재즈 라이프’를 촬영할 당시, 한국 재즈계의 대모로 통했던 고 박성연(재즈 보컬리스트) 선생의 출연을 두고 깊은 고민이 있었다. 그때 박성연 선생은 여러모로 힘든 상황 속에 있었고, 뜻밖에 높은 출연료를 요구했다. 그러나 영화 제작비를 어렵게 충당하던 나로서는 그 금액을 감당할 수 없었다. 결국 박성연 선생을 제외한 채 촬영을 계속하기로 했다. 그때 신홍순 선생이 조용히 나를 불렀다. 그리고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돈봉투를 꺼냈다. “그래도 박성연씨를 빼고 한국 재즈를 이야기할 수 없잖아” 하며 웃었다. 덧붙여 “이건 끝까지 비밀로 해줘”라며 내 등을 두드렸다. 박성연 선생은 2020년 8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 사실을 몰랐다.
신홍순 선생을 마지막으로 뵌 게 어느새 3년 전이다. 내가 그림 전시회를 열었던 2023년 7월, 유난히 무더웠던 그 여름에 노신사는 와인 선물을 들고 지하철을 타고 걷고 걸어서 전시장까지 왔다. 그리고 몇달 뒤인 그해 겨울에 ‘재즈파크 콘서트’의 마지막 공연이 치러졌다. 선생은 무대 위에 올라 직접 ‘마이 웨이’를 불렀다. 늘 박수를 보내기만 하다가 비로소 자신의 노래를 불렀다. 재즈를 사랑했던 사람, 그리고 재즈 음악가들을 사랑했던 기업인. 그 시절 우리에게 꼭 필요했던 그분이 이제 우리를 남겨두고 떠났다.
남무성/재즈평론가·작가
아” 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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