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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10-24 23:56 조회 6 댓글 0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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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어르신들께 접목하는 게 정말 맞는 일인지 고민됩니다"
지난 23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2026년 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 학술대회' 현장. 지역사회에서 어르신들에게 앱 설치와 키오스크 사용을 안내한다는 한 치매안심센터 실무자는 "사용법을 알려드리면 정말 좋아하시는 분도 있지만, 이런 건 필요 없다거나 보이스피싱 우려 때문에 자녀들이 하지 말라고 했다는 분도 많다"고 전했다. 그는 "휴대폰으로 뭘 하는 것 자체를 너무 싫어하는 분들이 많은데 AI를 어르신들께 접목하는 게 맞는 일인지 고민된다"며 이동영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노인정신의학회 차기 이사장)에게 조언을 구했다.
이 교수는 AI 도입 자체에 반대하지 않았다. 다만 기술이 사람을 밀어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여전히 은행 창구에 직접 가도 되고 ATM이나 인터넷뱅킹을 써도 되듯, 모두가 반드시 AI를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키오스크 주문만 받는 매장처럼 다른 대안을 막아 버리면 소외된 이들이 설 자리를 더 잃는다는 지적이다. 이어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면서 원하는 사람은 더 편리한 방법을 쓸 수 있도록 안내하고 교육하는 것이 인간 중심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AI는 인간을 소외시키지 않고 돌봄 현장을 바꿀 수 있을까. 이날 발표와 토론을 관통한 물음이다.
◆ 임재영 교수 "문제의 본질은 정보 단절과 소통 부재"
이번 학술대회 주제는 '초고령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 디지털 전환과 AI 기반 혁신'으로, 6개 회원학회(한국노년학회·한국노화학회·대한노인병학회·대한노인정신의학회·한국노인간호학회·한국장기요양학회)가 함께했다. AI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자리 잡으면서, 돌봄 현장에서도 사람과 기술의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날 전문가들은 AI가 인력의 업무 부담을 덜고, 돌봄의 연속성을 높일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 다만 현장의 필요를 반영한 설계와 객관적인 효과 검증,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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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강연은 '초고령사회 돌봄의 재설계'를 주제로 임재영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가 맡았다. 임 교수는 오래 살지만 건강하지 않은 노년이 늘면서 돌봄 수요는 폭증하는데 인력과 자원이 모자라고 지역 간 불균형도 심하다고 진단했다. 올해 3월 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됐지만 "현장과 당사자 입장에서는 아직 잘 와닿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많다"며 아쉬워했다.
임 교수가 제시한 기술적 처방은 세 갈래로 나뉜다. 반복 업무에 지친 인력을 위한 '돌보는 사람을 돕는 기술', 이른 장기요양 진입을 막는 '돌봄 필요를 줄이는 기술', 의료·요양·복지를 연결하는 '돌봄을 잇는 기술'이다. 가장 취약한 고리로는 급성기 병원에서 요양병원이나 집으로 옮겨가는 '전환 단계'를 지목했다.
그는 "병원과 지역, 재가 사이 정보가 분절돼 있고 의료기관끼리도 전자의무기록(EMR)이 호환되지 않는 상황"이며 "문제의 본질은 정보 단절과 소통 부재"라고 단언했다. 환자 회송과 연계는 개인의 판단과 관행에 기대고, 연속 관리와 협력은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현실도 짚었다.
해법의 실마리로는 자신이 연구책임자를 맡은 한국형 ARPA-H 과제 'CARE-net'을 소개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주관으로 KAIST 등 대학과 기업이 참여하는 다기관 프로젝트다. 이 과제에서는 스마트 매트리스·기저귀, 레이더 기반 낙상 감지 센서, 치매 돌봄 AI 상담 챗봇 등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들을 다룬다. 기기마다 수집한 데이터는 통합 관제 대시보드로 모인다. 최종 목표는 병원과 요양시설, 재가를 하나로 잇는 디지털 환경 조성이다.
임 교수는 기술만능주의도 경계했다. 그는 "돌봄 로봇은 우리나라만 해도 10년에 걸쳐 개발돼 왔지만 현장에서 쓰이는 걸 많이 보셨느냐"고 반문했다. 기술이 현장의 필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탓이라는 일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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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데이터 상호운용성과 신뢰할 수 있는 AI, 디지털 격차, 보상체계를 과제로 남기며 "이 모든 과정은 인간 중심이어야 하고, 존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돌봄 현장서 기술 수요 높아"...실증 사례들도 공유
기조강연에 이어진 패널토의에서 전문가들은 AI와 디지털 기술이 돌봄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경희 연세대 간호대 교수(한국노인간호학회)는 노쇠와 복합만성질환, 치매, 기능 저하가 한꺼번에 겹치며 돌봄 수요는 늘고 양상이 복잡해지는데, 인력은 부족하고 지역 간 자원 격차도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AI와 디지털 기술이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노인 돌봄을 가능하게 할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동영 교수는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이 돌보는 이의 끊임없는 긴장을 덜어 번아웃을 막고 우울과 불안을 줄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국 8개 요양병원을 조사한 가혁 인천은혜요양병원장(대한노인병학회) 역시 노쇠한 노인 환자를 돌볼 때 디지털 기술 수요가 높다고 밝혔다.
현장 실증의 중간 결과도 공유됐다. 가 원장 연구팀은 올해 7월 15일부터 요양병원과 요양원 입소자 각 4명에게 레이더 센서를 적용하고 있다. 불 꺼진 밤에도 침대 이탈을 감지해, 10초 이상 자리를 비우면 돌봄 직원에게 알람을 보내는 방식이다. 알람이 울려도 곧바로 달려가기 어려운 야간 현실을 고려해, 일어나는 순간을 막기보다 화장실에 다녀와 침대로 돌아오기 전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탈은 주로 화장실 이용 때문이었다. 침대로 돌아오기까지는 대략 3~4분이 걸렸다. 가 원장은 "알람이 울리고 바로 갈 필요는 없다"며 "2분 안에만 가도 화장실에 앉아 계실 테니, 거기서 모셔 오기만 해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기저귀 연구에서는 개인 맞춤 돌봄의 단서가 잡혔다. 하루 8~9번씩 반복되는 기저귀 교체를 두고 현장에선 "갈자마자 또 소변을 본다"는 말이 돌았다. 연구팀이 스마트 기저귀 센서로 교체 후 첫 배뇨까지 걸린 시간을 재 보니 15분 안에 절반 이상(50.6%)이 소변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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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 원장은 "어떤 할머니는 10번 중 9번은 5분 안에 소변을 보지만, 거의 보시지 않는 분도 있다"며 "사람마다 패턴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구분하면 기저귀 관리 방식을 바꿀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저귀 사용량과 간병 부담을 줄이고, 피부가 젖은 상태로 있는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돌봄이 필요해지는 시。 자체를 늦추는 접근도 언급됐다. 박태준 아주의대 교수(한국노화학회)는 "돌봄은 필요가 생긴 뒤에야 시작된다"며 "노화 연구의 목표는 수명 자체보다 기능적으로 독립된 기간을 늘리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70세가 넘어도 완전히 늙은 세포는 생각만큼 많지 않다"며 "상당수는 일을 멈춘 채 '잠든' 상태여서 적절한 자극을 주면 다시 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노화는 일정한 속도가 아니라 34세, 60세, 78세 무렵 계단식으로 빨라진다는 연구 결과도 다뤘다. 걸음걸이와 근력, 수면 등 일상 데이터를 AI로 꾸준히 살펴 아직 회복할 힘이 남아 있을 때 개입하는 '선제적 통합돌봄' 구상도 내놨다.
◆ 현장 체감은 아직...부담 늘고 사람 밀려날까 우려
쓴소리도 쏟아졌다. 이혜진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한국장기요양학회)는 "AI 없이는 못 살 정도로 일상에서 많이 쓰지만 막상 돌봄 현장에서는 '쓸 만한가'라는 의문이 든다"고 털어놨다. 개발 초기에 간담회 몇 번으로 의견 수렴을 끝내다 보니 완성된 기술이 현장과 동떨어지기 일쑤라는 비판이다. 가 원장도 "전자동 체위변경 매트리스면 일 안 해도 되겠다고 환호했는데 그건 꿈이었다"며 "자동으로 움직이는 동안엔 기저귀를 갈 수 없어 직원들이 기능을 삭제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도입 이후 부담도 만만치 않다. 이혜진 교수는 "기술을 도입하면 일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그 기술을 관리할 인력을 더 뽑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돌봄 현장 보급이 늘고 있는 낙상·이상 징후 알람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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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이 너무 자주 울리면 근무자가 쉽게 지치고,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듣고 싶어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부담을 감당할 인력을 더 둘 수 있는 기관에만 AI 서비스가 몰리면 형평성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홍수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한국노년학회) 역시 "인력 부족과 보상 체계의 한계 앞에서는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현장에서 멈춰 설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는 새 기술 앞에서 '이게 될까' 하는 생각부터 앞선다는 것이다. 대형 연구과제는 기술 개발 자체에 쏠려 있고, 업체와 계약해도 기기값 외에는 예산이 거의 없다는 현실도 문제 삼았다. 가 원장은 "설문을 하면 좋다고 하는데 계속 쓰자고 하면 싫다고 한다"며 익숙함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관성'을 넘기 힘든 벽으로 지목했다.
사람이 소외될 수 있다는 문제 제기도 잇따랐다. 이동영 교수는 상황 판단이 어려운 치매 노인은 낯선 기기나 로봇 앞에서 혼란과 거부감을 보이기 쉽다고 우려했다. 24시간 모니터링의 경우 직원에겐 감시, 환자에겐 감추고 싶은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기술이 돌봄 현장에 잘 접목되려면 휴먼터치가 살아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혜진 교수도 "내 방에 카메라가 달려 있는 게 인간적인 환경인지, 낙상을 막으려고 계속 지켜보는 건 개인정보에 문제가 없는지 고민하게 된다"고 자문했다. 안전을 앞세우다 당사자의 권리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 '배려 기술'로 가려면...함께 설계하고 성과로 증명해야
변화의 출발。은 실제 '쓰는 사람'이 참여하는 설계다. 이동영 교수는 "기술을 만드는 사람은 현장에 도움이 될 거라 상상하고, 관리자는 멋진 기술을 도입했다는 데 만족하기 쉽다"며 "디자인 단계부터 쓰고 적용받는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참여시키고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경희 교수도 노인·가족과 함께하는 기술 공동설계를 노인간호의 첫 과제로 제시했다.
김홍수 교수는 그동안 노인과 가족, 돌봄 인력이 기술의 설계와 평가에서 비켜나 있었다고 지적하며 이들이 참여 주체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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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 원장의 요양병원 조사에서도 의사는 실시간 모니터링, 간호사는 욕창 관리, 간호조무사는 낙상 방지, 간병인은 환자 이동 보조를 꼽는 등 원하는 기술이 직군이나 역할마다 달랐다.
도입 속도 역시 현장에 맞춰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가 원장은 직원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매트리스의 자동 기능을 덜어내고 꼭 필요한 동작만 손으로 조작하도록 바꿨다. 2주 이상 써 보니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았고, 욕창 관리와 간병인의 부담을 덜어 주는 효과도 있었다. 그는 "무조건 자동화보다 단계적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동영 교수는 "EMR이 도입된 후에도 은퇴할 때까지 10년 넘게 종이 차트를 쓴 의사들도 있었다"며 "새 기술을 들일 때는 기존 업무 부담을 최대한 줄이고 필요하면 교육과 지원을 함께 제공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AI와 사람의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는 중요한 이슈다. 이경희 교수는 'AI를 활용한 인간중심 간호'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모니터링과 위험 예측, 기록 같은 반복 업무는 AI의 도움을 받고, 간호사는 그렇게 생긴 시간에 노인의 복합적인 요구를 살피고 가족과 소통하며 돌봄 방향을 함께 정하는 데 집중하자는 것이다. 그는 "AI는 간호사의 임상 판단과 돌봄 관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를 위해 학부 교육부터 AI 활용 기술을 배우는 등 역량을 키우고, 통합돌봄 정책에 간호의 전문성을 반영해 적정 인력과 수가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술의 가치를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김홍수 교수는 "인간 중심이라는 말은 결국 측정되는 성과로 확인돼야 한다"며 노인의 기능 유지와 자율성까지 평가하고, 통합돌봄 시행 초기부터 이를 제도에 담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경희 교수는 발표 화면에 "AI가 더 많은 돌봄을 하는 사회가 아니라, AI를 활용해 사람이 더 나은 돌봄을 제공하는 사회"라는 문장을 띄우며 말을 맺었다. 좌장을 맡은 조은희 연합회장은 "인간 중심의 통합돌봄을 실현하려면 다양한 학문 분야와 돌봄 현장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는 .을 다시 확인한 자리였다"고 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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