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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10-23 05:34 조회 3 댓글 0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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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번과 이름이 불리는 순간, 눈물이 먼저 흘렀다. 철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하와이 코나로 가는 문이 열린 것이다.
경기도 용인시 철인3종협회 신은향 선수가 지난 10월 4일 전남 구례에서 열린 '2026 아이언맨 구례 코리아' 킹코스에서 10시간 57분 55초로 완주했다. 여자 45~49세 연령별 2위다. 신 선수는 2027년 하와이 코나 월드챔피언십 출전권도 배정받았다.
신 선수는 수영 3.8㎞를 1시간 26분 51초, 사이클 180.2㎞를 5시간 41분 19초, 마라톤 42.2㎞를 3시간 42분 56초에 이어 달렸다. 연령별 1위는 중국 선수가, 3위는 카자흐스탄 선수가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는 25개국에서 외국 선수 300명이 출전했다. 신 선수는 세계 각국 선수들과 겨루고도 끝까지 살아남아 한국 여성 5명에게만 허락된 코나행 문을 열었다.
발톱이 빠질 듯해도, 마음은 하늘로
결승선에서 처음 닿은 목소리는 남편이었다. 2박 3일 동안 서포터로 곁을 지킨 사람이다. 남편은 '11언더', 곧 11시간 안에 들어왔다는 축하를 건넸다. 신 선수는 "제일 먼저 남편이 축하 인사를 해 줘서 기뻤다"고 말했다. 몸은 천근만근이었다. 발톱이 빠질 듯 아팠다. 그래도 마음은 하늘을 날았다. "완주의 기쁨과 해냈다는 성취감이 공존했다."
대회 전 상위권 예상 명단에 신 선수의 이름은 없었다. 외국 선수도, 국내 선수도 쟁쟁했다. 목표는 포디움이었다. 신 선수는 수영과 사이클보다 달리기에 강하다. "런에서 최대한 힘을 내자"고 다짐하며 출발선에 섰다.
마라톤 구간에서 2위를 되찾자 남편과 다른 클럽 코치가 일러 줬다. "2위로 가고 있으니 지금 페이스를 그대로 가져가야 한다." 그제야 순위를 알았다. 신 선수는 "2위를 놓치지 말자는 마음으로 마지막 런에 최선을 다했다"고 돌아봤다.
물이 두려웠던 사람의 물맛
신 선수의 출발.은 물이다. 철인3종에 발을 들인 계기가 물 공포증이었다. 이를 이겨 보려고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고, 그 길은 마라톤과 중고 자전거로 이어졌다. 처음 오픈워터 수영을 한 곳은 한강이었다. 시야조차 열리지 않는 물에 얼굴을 담그는 일이 힘들었다. 한때 두려움이던 물이 이제는 길이 됐다. 신 선수는 "구례 구만제의 물맛이 끝내줘서 좋았다"고 말한다. 가장 취약한 종목이라 "다른 선수들과 많이 멀어지지만 말자"는 마음으로 물살을 갈랐다.
물에서 나와 안장에 올랐다. T자 구간은 2바퀴, 산업도로 구간은 3바퀴를 도는 복잡한 길이었다. 코스를 벗어나지 않는 일과 보급에 마음을 쏟았다. 130㎞를 넘자 허리와 엉덩이가 아파 왔다. 목도 돌릴 수 없었다. 그때 응원이 등을 밀었다. 응원단과 선수들끼리 주고받는 "파이팅" 소리였다. 도로에 나와 엄지를 들어 준 구례 어르신들에게 신 선수는 "너무 감사했다"고 전했다. "벚꽃이 피는 계절에 구례를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할 만큼 예쁜 길이었다.
마지막 종목은 달리기, 신 선수가 가장 자신 있는 구간이다. "한 선수 한 선수 앞서자는 마음으로 달렸다." 징검다리를 하나씩 건너듯 앞선 선수를 따라잡았다. 마음에 품은 그림이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구례 아이언맨 대회인데 시상식에 한국 선수 한 명은 있어야 그림이 예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그 바람은 현실이 됐다. 시상대에 '용인 철인' 유니폼이 올랐다.
시상식은 이튿날인 10월 5일에 열렸다. 이번 대회에 배정된 하와이 2027 아이언맨 월드챔피언십 출전권은 모두 45장이다. 외국 선수가 23명, 한국 선수가 22명 가져갔다. 한국 선수 22명 가운데 여성은 5명, 남성은 17명이다.
용인 철인' 글자가 새겨진 유니폼 차림의 신 선수는 공식 출전 자격을 확인하는 인증서를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 시상대에는 출전권을 받은 선수들이 나란히 섰고, 진행 요원이 차례로 트로피와 인증서를 건넸다.
"철인이라면 하와이 코나 월드챔피언십에 참가하는 게 소원일 겁니다. 저 역시 코나 출전권을 목표로 열심히 운동했는데, 배번과 이름이 호명되자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났어요."
코나는 세계 각지 대회에서 자격을 얻은 선수만 설 수 있는 무대다. 전문 선수가 아닌 아마추어에게는 수많은 훈련과 레이스가 쌓여 얻는 자격이라 더 특별하다. 뜨거운 태양과 습도, 강한 바람, 끝없이 이어지는 퀸 카아후마누 하이웨이가 기다린다. 신 선수는 "페이스 조절, 보급, 정신력, 체력의 모든 것을 시험하는 무대"라고 했다.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라 멋지게 완주하고 싶다. 쉽지 않은 여정이겠지만 최대한 즐겨 보자고 생각했다."
이 소식을 가장 먼저 들은 사람도 남편이었다. 남편은 "수고했다"며 "대단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새벽 5시, 독사의 하루
신 선수의 하루는 새벽 5시에 시작한다. 주 5일 새벽 수영, 주 3회 마라톤 연습, 주 2회 사이클 연습이 이어진다. 대회를 앞두고도 루틴은 그대로였다. 주말에만 장거리 훈련을 늘렸다. 동료들은 그를 '독사'라 부른다. 신 선수는 "꾸준함과 성실함이 최고라고 생각해서 하던 대로 했을 뿐인데, 루틴을 벗어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곁에는 사람들이 있다. 용인시 철인3종협회 선후배들이 모두 축하를 건넸다. 김영준 회장이 가장 기뻐했다. 불안해하는 신 선수에게 동료들은 "잘하고 있으니 하던 대로만 하라"고 말한다.
코나 대회는 2027년 10월 9일에 열린다. 남은 시간은 1년 정도이다. 신 선수는 지금처럼 새벽 수영을 하고 주 3~4회 달린다. 인터벌은 미르스타디움 보조경기장에서, 주말 장거리는 용인마라톤클럽에서 회원들과 함께 달린다. 주 2회 사이클은 실내 롤러 위에서 땀을 흘린다.
2024년 인터뷰에서 신 선수는 같은 클럽 남창현·박희경 부부를 롤모델로 꼽았다. 예순이 넘어서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선배들이다. 그때 신 선수는 "부상 없이 건강하게 롱런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기회와 실력이 된다면 해외 아이언맨 대회에 나가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2년여 전 품었던 꿈이 코나로 이어졌다.
아쉬움도 있다. 협회는 아직 훈련 공간이 없다. 회원들은 각자 개인 훈련을 하거나 사무실 한쪽을 빌려 쓴다. 대회 비용이 적지 않은 데다 이동도 각자 해결해야 한다. 신 선수는 "용인시체육회에서 정회원으로 승격해 협회를 꾸려 나갈 수 있게 지원해 준다면 더 많은 동호인이 즐겁게 운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랐다. 시민에게도 말을 건넸다. "평범한 40대 워킹맘도 하는 운동이 철인3종입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어요. 완주 뒤에 오는 성취감을 함께 느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물을 두려워하던 사람이 물길을 따라 이제 바다를 건너간다. 새벽 5시, 신 선수는 오늘도 물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구례 결승선에서 터진 박수는 1년 뒤 하와이 바닷바람 속에서 다시 울릴 준비를 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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