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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10-21 17:08 조회 5 댓글 0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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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알래스카주 최대 도시 앵커리지에서 남쪽으로 3시간가량 자동차로 달리면 쿡만(Cook Inlet) 해안에 자리 잡은 작은 산업지대 니키스키가 나온다. 도로 양옆으로 울창한 침엽수림이 이어지는 이곳에는 석유·가스 생산시설과 가동이 중단된 대형 비료공장이 들어서 있다. 미국이 한국에 투자를 요구하고 있는 알래스카 LNG 가스관의 종착지가 바로 이곳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찾은 LNG 액화공장 및 터미널 예정 부지는 고요했다. 약 2만4500평 규모의 해상 선적터미널이 들어설 해안은 허허벌판이었다. 축구장 약 510개를 합친 면적의 육상 LNG 액화공장 부지에는 기존 도로와 주택이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부지 조성 작업에 들어간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3일 알래스카를 찾아 “모든 인허가가 떨어졌고, 당장 오늘 밤부터 공사를 시작해도 된다”고 큰소리쳤지만, 닷새 후 찾은 현장에는 적막만 감돌고 있었다.
그러나 고요한 건설 예정지와 달리,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번만큼은 사업이 실현될 것이라는 기대가 감돌았다. 예정 부지 인근에서 30년 가까이 바를 운영해 온 크리스털(80)은 LNG 프로젝트 개발사인 글렌파른이 마을 레크리에이션 센터에서 연 주민 설명회에 빠짐없이 참석했다고 했다. 그는 알래스카 북부 유전인 프루도베이에서 이곳까지 “가스관이 내려올 거라고 믿는다”며 “단지 우리를 위해서만이 아니다. 한국 사람들도 이 사업의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십 년 동안 실패한 사업이 이번엔 성공할 거라고 믿는 이유를 묻자 그는 “나는 기술자가 아니라 모른다. 내가 관심 있는 건 과거가 아니라 현재”라면서 “부정적인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고, 모두 힘을 합쳐 사업을 실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바의 단골손님인 조나스(27)도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원에 힘입어 한국이 투자한다면 이번엔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아직 최종 투자 결정을 내리지 않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하자 그는 “트럼프는 정말 못 말린다”며 껄껄 웃더니 “우리는 가까운 동맹국 아니냐. 한국이 미국에 투자하는 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에 있던 다른 손님들도 “우리가 이 파이프라인 건설을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 한국 사람들에게 꼭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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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주의 에너지난, 가스관 절실한 알래스카
이들이 가스관을 절박하게 바라는 이유는 알래스카의 에너지 사정과 맞닿아 있다. 앵커리지와 니키스키 등 알래스카 인구의 약 3분의 2가 사는 중남부 지역은 수십 년간 쿡만에서 뽑아낸 천연가스로 난방을 하고 전기를 만들었다. 남는 가스는 니키스키의 LNG 터미널을 통해 일본에 수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출은 2015년을 끝으로 중단됐고, 가스전 생산량이 줄면서 내년부터는 지역 수요조차 채우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요금 인상은 이미 현실이 됐다. 크리스털은 1년 전보다 에너지 요금이 30% 가까이 올랐다고 했다.
니키스키가 속한 케나이반도 자치구에서는 부족한 가스를 수입으로 메우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일본 수출이 끊긴 뒤 10년 넘게 멈춰 서 있던 니키스키의 LNG 수출 터미널은 이제 수입 터미널로 탈바꿈할 채비를 하고 있다. 과거 코노코필립스에서 일본에 LNG를 수출하는 업무를 담당했던 피터 미치키 케나이반도 자치구 시장에게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그는 지난 15일 경향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가 당장 착공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이곳에 가스가 공급되기까지 3~4년은 걸린다”며 “막대한 천연가스를 보유한 알래스카에서 해외 가스를 수입한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지만, 주민들에게 가스의 원산지보다 가격이 중요하다는 。을 이해시키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그가 알래스카 LNG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그는 사업이 성사되면 니키스키가 다시 천연가스를 수출하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 거란 희망을 품고 있다. 그러면 가스 공급이 줄어 문을 닫은 비료공장 등 산업시설이 재가동되고, 니키스키가 “다시 시끌벅적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치키 시장은 “이 사업이 쉽지 않다는 건 알고 있다”면서도 “알래스카 LNG는 지정학적으로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 나는 40년 동안 일본의 고객 두 곳에 LNG를 판매하면서 단 한 차례도 선적을 거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영구동토층, CO2 고함량…아주 비싼 알래스카 가스
하지만 니키스키 주민 모두가 같은 기대를 품고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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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가스 산업의 현실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주민들은 사업의 경제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난 19일 공장 노동자들이 출·퇴근 길에 아침을 먹는 식당에서 마주친 론(72)은 “노스슬로프 천연가스 개발은 정말 돈이 많이 든다”며, 사업 현실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50여 년 동안 석유·가스 업종에 몸담아 온 그는 이날도 밤샘 근무를 하고 퇴근하는 중이었다.
론은 “노스슬로프 가스의 가장 큰 문제。은 불순물이 너무 많아서 처리해야 할 것이 아주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알래스카주 의회 재정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프루도베이 가스의 이산화탄소 함량은 약 12%로 세계 LNG 사업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를 걸러내는 처리시설에만 100억~120억 달러가 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론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스관 건설은 더 큰 과제다. 알래스카 북단 노스슬로프에서 니키스키까지 천연가스를 운송하려면 길이가 약 1300㎞에 달하는 파이프라인이 필요하다. 이 가스관은 작은 하천부터 큰 강까지 440곳이 넘는 수역을 가로질러야 하고, 해류가 강한 쿡만 해저에도 수십㎞에 걸쳐 매설해야 한다. 무엇보다 영구동토층을 파내고 가스관을 묻는 일은 자칫 지반 붕괴와 침하를 초래할 수 있는 고위험 작업이다.
영구동토층 전문가인 알래스카 페어뱅크스대 북부공학연구소의 미하일 카넵스키 교수는 서면 인터뷰에서 “이 파이프라인 건설의 가장 큰 난제는 계획 노선 곳곳에 얼음 함량이 높은 영구동토층이 분포한다는 。”이라며 “안타깝게도 파이프라인 노선 전체가 기존 송유관을 따라가진 않는다. 영구동토층 상태를 예측하려면 철저한 물리 탐사와 시추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구동토층이 위험한 이유는 땅속 얼음이 녹으면 그 부피만큼 지반이 꺼지기 때문이다. 카넵스키 교수 연구팀이 페어뱅크스 북쪽 돌턴 고속도로 신설 구간을 조사한 결과, 얼음이 많은 흙은 녹으면서 두께가 20~60% 줄었다. 일부 구간은 땅속 부피의 절반 가까이가 거대한 얼음 기둥(얼음 쐐기)이었다. 기후변화는 이 위험을 키운다. 카넵스키 교수는 “동토 온도가 오르고 강수 패턴이 바뀌면서 동토 열화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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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기상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알래스카 북부 연안의 영구동토 온도는 10년마다 0.4~0.8도씩 올랐다. 연구팀이 조사한 북극해 연안 마을 포인트 레이에서는 땅이 꺼지면서 매설한 상·하수도 관이 잇따라 파손되고, 주택 3분의 2가 피해를 입었다.
문제는 땅속 얼음을 찾는 일이 매우 까다롭다는 。이다. 연구팀이 4.5㎞ 남짓한 도로 구간을 시추했더니, 한 구간은 시추공 9개 중 8개에서 얼음 쐐기가 나왔지만 인접 구간은 12개 중 1개에서만 나왔다. 1㎞ 안팎 차이로 땅속 사정이 완전히 달랐다. 이 짧은 구간 하나를 파악하는 데만 60곳이 넘는 구멍을 뚫어야 했다. 교수는 원격탐사와 인공지능(AI)이 조사를 돕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한 양의 시추와 시료 채취가 필요하며, 50년 전 송유관 건설 때보다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아무도 안 지려는 위험 부담, 한국 국민 세금으로 떠안을라
이처럼 까다로운 지질 조건과 복잡한 공사 과정은 막대한 건설비뿐 아니라 예상치 못한 비용 증가의 위험까지 키운다. 알래스카 주의회에서는 이러한 위험이 사업비 추산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주 상원 자원위원장인 캐시 기셀 공화당 의원은 지난 14일 경향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글렌파른이 제시한 사업비 445억~545억 달러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조차 이 사업에 700억 달러가 들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했다”며 “그마저도 서류상에서나 가능한 수치이고, 실제 땅을 파고 건설을 시작하면 공사 지연·인플레이션 등으로 1000억 달러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셀 의원은 글렌파른이 충분한 준비와 자금 확보 없이 파이프라인 건설에 착수했다가 공사를 중단하는 상황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았다. 또 사업비 증가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LNG 수출시설이 건설되지 않고 파이프라인만 남는 상황도 우려했다. 대규모 LNG 수출을 통해 건설비를 회수한다는 구상이 무너지면,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가스를 사용하는 알래스카 주민들에게 막대한 비용 부담이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알래스카 중남부 지역의 연간 가스 수요는 약 20억㎥에 불과하다면서 “주민들이 사업의 재정적 위험을 떠안는 일은 없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렇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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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업의 투명성에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는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부가 54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발표하자 한국 정부가 즉각 ‘확정하지 않았다’고 밝힌 데 대해 “신중하고 현명한 태도였다. 무척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이 사업의 경제성을 꼼꼼히 따져봐 주길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LNG 프로젝트를 강력히 지지하는 미치키 시장 역시 한국 정부의 경제성 우려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한국 정부를 향해 “협상 테이블에 계속 남아 있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알래스카는 새로운 군사 기지 건설 등 국방 관련 수요가 많고 핵심 광물 등의 기회도 많다”며 “이를 발전시키려면 에너지 안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연방 정부의 투자를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연방정부가 투자에 나서 사업비 부담을 낮추면 사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그러면 더 많은 구매자와 투자자가 참여할 것이라면서 “이 사업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경쟁력 있는 자금 조달 계획을 마련하려면 LNG 수출 상대국들이 협상 테이블에 남아 있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알래스카 내부에서는 사업의 경제성을 높이기 위한 세금 감면안을 놓고 이견이 크다. 글렌파른은 가스관 등 사업시설에 부과되는 기존 재산세를 천연가스 수송량에 따른 과세 방식으로 바꿔 사실상 세 부담을 80~90% 줄여 달라고 요구해 왔다. 하지만 지방정부 세수 감소와 주민 부담 증가를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관련 법안은 세 차례 특별회기를 거치고도 지난 8월 처리되지 못했다. 사업을 지지하는 미치키 시장조차 재산세 감면에 협상할 의향이 있지만 도로와 공공서비스 등 사업으로 발생하는 추가 비용까지 주민들에게 떠넘길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알래스카 정치인과 지방 정부가 사업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지역 주민의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반면, 540억 달러 투자를 요구받는 한국은 사업이 실패할 경우 막대한 손실을 떠안을 위험에 직면해 있다. 공적 자금이 투입됐다가 손실이 발생하면 결국 그 부담은 한국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멸종위기동물 벨루가와 야생 연어의 터전
막대한 건설비와 세금 부담 외에도 알래스카 LNG 사업이 치러야 할 대가는 있다. 대규모 개발이 쿡만의 해양 생태계에 미칠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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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환경단체 쿡인렛키퍼의 에너지정책 분석가 벤 보트거는 경향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LNG 운반선이 드나드는 항로는 멸종위기종인 쿡만 벨루가(흰고래)의 핵심 서식지를 가로지른다”며 “대형 선박의 통행량이 크게 늘면 벨루가고래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보트거는 “대형 선박의 소음은 소리에 의존해 먹이를 찾고 무리와 소통하는 고래의 소리를 방해할 수 있다”며 “1970년대 약 1300마리였던 쿡만 벨루가가 현재 300여 마리까지 줄어든 상황에서 선박 통행량의 급증은 개체군 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트거는 기후변화에 미칠 영향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에너지부가 2023년 발표한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알래스카 LNG 사업은 30년간 천연가스 생산·처리·운송·액화와 최종 연소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약 27억~28억t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추산됐다. 그는 “LNG가 석탄을 대체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것이라는 주장은 확실하지 않다”며 “한국이 장기 LNG 구매계약을 체결하면 실제 가스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신중한 판단을 촉구했다.
LNG 프로젝트는 쿡만의 어부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케나이반도 남단의 해안도시인 호머에서 19년 동안 어업에 종사해 온 페넬로피는 경향신문에 “쿡만은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해류가 강하며 얼음도 많아 선박 운항이 까다로운 해역”이라며 LNG 터미널 건설과 선박 통행 증가, 유출 사고가 어업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페넬로피는 무엇보다 사업의 경제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현재 쿡만 가스 고갈 때문에 에너지 우려가 크다보니 LNG 프로젝트에 찬성하는 어업인도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나는 솔직히 말하면 현실성이 없는 사업이라고 생각해 그동안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막대한 투자비를 회수하려면 LNG 가격이 매우 높아야 한다. 그동안 말만 많았지 아무런 진전이 없었던 것도 경제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페넬로피는 “쿡만은 지구상에서 야생 연어가 아직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라며 한국 사람들이 그 가치를 알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와 국민에게 거듭 당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가 아니라 정치적 이유로 이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쿡만의 한 어부로서 한국에 조언하고 싶다. 이 사업에 투자하지 말라. 돈을 잃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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