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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세청을 떠나 민간으로 이직한 A씨의 월평균 보수는 1억4,854만 원이다. 연간 17억8,000만 원을 벌고 있는 셈이다. 퇴직 직전 월급 1,240만 원과 비교하면 12배 이상 지갑이 두꺼워졌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퇴직 후 대형로펌으로 이직해 현직 때보다 9배 이상 연봉을 수령한 국세청 전관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국세청 퇴직자들의 높은 몸값을 두고 세무업계에선 공직 시절 쌓은 내부 인맥 때문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전·현직 인사들과 세무조사 대상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얘기도 나온다. 고위직 출신들이 취업심사 대상이 아닌 소규모 법인을 거쳐 대형로펌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잇따르면서, 전관예우 방지 제도에 빈틈이 있다는 지적도 비등하다.
퇴직 후 몸값 쑥... '국세청 전관' 인생 2막
한국일보가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실을 통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확보한 '국세청 퇴직 공무원 중 민간 이직자 월평균 보수액'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이후 민간 이직 후 월 보수액이 1,000만 원 이상인 사례는 395건이었다. △1억 원 이상 8건 △5,000만 원 이상 1억 원 미만 17건 △3,000만 원 이상 5,000만 원 미만 38건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미만 332건이다. 특히 고위공무원(1·2급) 출신으로 추정되는 '퇴직연도 월급 1,000만 원 이상' 사례 137건 가운데 이직 후 보수가 늘어난 사례는 32.8%에 달했다.
고위 간부들의 재취업 경로에선 일정한 흐름이 있었다. 본보가 최근 10년간 국세청장, 국세청 차장·조사국장, 서울지방국세청장·조사국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쳐 퇴직한 39명의 재취업 경로를 살펴본 결과, 취업 제한 기간인 3년간 취업심사 대상이 아닌 소규모 세무·회계·법무법인(연매출 100억 원 미만)에서 일하다가 취업 제한 기간이 끝나면 대형로펌으로 옮기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견됐다.
예컨대 서울청 국제거래조사국장, 국세청 조사국장을 거쳐 서울청장으로 퇴직한 B씨는 퇴직 두 달 뒤 소규모 법무법인의 고문으로 합류했다가, 취업 제한 기간이 만료되자 '국내 6대 로펌'에 고문으로 영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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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청 조사1·3국장, 국세청 기획조정관을 거쳐 서울청장으로 공직 생활을 마무리한 C씨도 퇴직 후 중소 세무법인에 회장으로 이름을 올렸다가, 3년 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옮겼다.
"곧 세무조사" 귀띔... '아슬아슬' 전관 존재감
국세청 출신의 강.은 현직 때 조사 경험이다. 세무조사는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기 때문에 국세청 근무 경력이 없으면 조사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어떤 부분을 집중적으로 방어할지 감을 잡기 어렵다. 국세청에서 수십 년간 일하며 조사를 지휘한 이들은 기업 입장에선 큰 기댈 거리다. 국세청 출신 한 세무사는 "조사를 해봤기 때문에 어떻게 대응하고 어떤 논리를 짜야 할지 잘 알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전문성을 활용한 정당한 조언보다는 공직 인맥을 통한 부당한 영향력이 횡행한다는 .이다. 최근 서울청 조사4국의 금융기관 세무조사 당시에도 전·현직의 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금융기관 간부 사무실에서 "이날 예치조사(비정기 조사)가 들어온다"고 적힌 메모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국세청 내부에서 전관을 통해 세무조사 정보가 금융기관 쪽으로 유출됐다고 볼 만한 정황이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과거 국세청 직원이 '이 세무법인에 맡기면 문제가 안 될 것'이라며 특정 세무법인을 먼저 찍어주며 의뢰하라고 얘기해 깜짝 놀란 적이 있다"며 "알고 보니 해당 세무법인에 직원과 친분이 있는 전관이 있어 일감을 주려고 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대기업의 한 임원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이렇게 얘기했다. 검찰이나 경찰 수사는 일회성으로 끝나지만, 세무조사는 정기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국세청과 척지는 건 '자살행위'라고 했다. 그는 "회사를 조사했던 국세청 퇴직자에게 적당히 일감 주면서 관리를 맡기는 게 기업 입장에선 마음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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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자에게 관리받던 국세청 직원들도 언젠가는 개업할 것이기 때문에 퇴직자 요청을 쉽게 물리칠 수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전관과 현직, 기업 간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에 부적절한 거래가 외부로 유출되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게 기업 임원들 얘기였다.
그렇다면 국세청 출신 전관의 영향력은 실제로 작동할까. 한국일보가 천하람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21~2025년 국세청이 처리한 조세소송 7,463건 가운데 패소한 사건은 820건으로 패소율은 11.0%였다. 같은 기간 6대 로펌인 광장·김앤장·세종·율촌·태평양·화우를 상대로 한 소송에선 1,240건 중 280건에서 패소해 패소율이 22.6%로 나타났다. 전체 패소 금액 2조9,298억 원 가운데 82.4%인 2조4,153억 원도 이들 로펌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발생했다.
국세청은 대형로펌 상대 조세소송 패소 원인과 전관예우의 관련성을 살펴보는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대형로펌이 수임하는 조세소송은 액수가 크고 과세 정당성을 두고 복잡한 논리 다툼을 벌여야 하는 '고난도' 사건들이다. 이 논리 싸움에서 대형로펌에 다수 포진하고 있는 전관 출신 세무사들의 존재감이 드러난다. 조세 업무에 밝은 한 법조인은 "수십 년 경력을 가진 전관들이 현직 때 경험을 활용해 방어 논리를 개발하면 국세청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임광현 국세청장도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임 청장은 2022년 7월 국세청 차장으로 퇴직한 뒤 같은 해 9월 출범한 '세무법인 선택'의 대표를 맡았다. 이 법인은 설립 1년 만에 매출 100억 원을 달성했다. 배경에 GS칼텍스·한화솔루션·빗썸 등 대기업들과의 계약이 있었다는 。에서 서울청장과 조사4국장 등을 지낸 임 청장의 경력이 계약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임 청장은 인사청문회 당시 "전관 특혜는 없었다"고 말했다. 자신은 법인 설립자가 아니라 참여 제안을 받아 합류했을 뿐이며, 기존에 영업하던 구성원들이 모이면서 매출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전관 취업 제한 방안들 있지만... 곳곳 빈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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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출신들은 퇴직자의 높은 보수를 전관예우만으로 설명하는 것에 반발한다. 조사 경험과 전문성에 대한 정당한 대가라는 것이다. 하지만 통상적인 세무대리의 범위를 넘어 현직과의 부적절한 관계나 정보 유출로 이어지지 않도록 통제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계속 나온다.
퇴직공직자 취업 제한 제도는 일정 요건에 해당하면 퇴직 후 3년 동안 취업심사 대상 기관에 재취업할 때, 재직 중 업무 관련성 등을 심사하도록 한다. 하지만 본보가 2021년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국세청 퇴직자 206명의 취업심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취업이 불허된 인원은 10명(4.9%)에 불과했다.
취업심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법인을 거치는 '우회로'도 이미 공고하게 자리 잡았다. 세무법인은 연간 외형 거래액이 50억 원 이상일 때 취업심사 대상이 된다. 이를 밑도는 로펌 연계 세무법인에서 일하다가 3년이 지나면 해당 로펌으로 옮기는 방식이 공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앤장과 연계된 '세무법인 김앤장', 태평양과 연계된 '세무법인 제일티앤엠', 세종과 연계된 '세무법인 세종' 등이 이른바 '위성 세무법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국세청 퇴직자 20명 이상이 이런 세무법인을 거쳐 대형로펌에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무사법상 전관예우 방지 조항도 헐겁다. 세무사법은 일정 요건의 공직 퇴임세무사가 퇴직 전 근무기관과 관련된 세무대리를 1년간 수임하지 못하도록 했지만, 세무사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인 일반적인 조세 신고와 '세무 상담 및 조언' 등은 제한 대상에서 빠져 있어 전관예우 방지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3년 보고서에서 '수임제한 업무와 대상자를 확대하고, 한국세무사회 등이 제출된 내역서를 검토해 위법 행위를 조사하도록 감독 규정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국세청 전관예우 문제를 지적해온 천하람 의원은 "국세청장조차 퇴직 후 세무법인을 만들어 대기업 계약을 무더기로 수주하고, 고위 전관들은 위성 세무법인을 통해 꼼수 재취업하는 게 현실"이라며 "조세 정의를 무너뜨리는 전관 특혜 방지를 위한 실효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관의 영향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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