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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미국과 영국 등에선 성년을 기념할 때 아이들에게 수술을 선물하곤 했다. 멀쩡한 이를 몽땅 뽑고, 그 자리에 틀니를 끼우는 수술이었다. 어처구니없어 보이지만, 엄청난 인기여서 신부한테 결혼 선물로 주기도 했다.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도 스물한 살 때 그 희생양이 될 뻔했다. 대학 입학 기념으로 눈 키우고 코 높이는 요즘의 성형 선물과 비슷할지 모른다. 대다수 사람이 자연 치아보다 의치가 더 낫다고, 타고난 이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다고 믿었다. 당연히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누구나 한 번쯤 떠올린다. 다치거나 병나서 고통받는 몸을, 나이 들어 삐걱대거나 망가진 몸을, 못생기거나 불균형해 마음에 들지 않는 몸을 갈아 치우고 싶다! 사이보그, 그러니까 기계와 결합해 타고난 신체 기능을 복원(증강)한 생명체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의학사의 한 장을 열었다. ‘재생의학’이다.
미국의 과학 저널리스트 메리 로치의 ‘인체 수리 매뉴얼’은 재생의학의 과거와 현재를 정리한 입문서다. 눈, 코, 피부, 손발, 관절, 심장, 모발, 생식기 등 인체 부위별로 나누어 각각 인공 신체를 제작해서 몸을 바꾸려 애써 온 인류의 오랜 분투를 담아냈다. 저자는 인간 이식 장기를 생성하려고 돼지를 기르는 중국의 실험실, 줄기세포를 이용해 모발을 생산하는 벤처회사, 기증자 장기를 적출해 이식하는 의료센터 등을 누비면서 의사와 환자, 발명가와 학자 등을 만나 우리의 궁금증을 풀어 준다. ‘그래서 언제쯤 신체를 마음대로 갈아 끼울 수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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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교체의 역사는 코에서 시작한다. 얼굴 한가운데 붙어 눈에 띄는 장기였기에, 코는 기원전 1500년 전에서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형벌의 대상이나 전공의 증거로 쓰였다. 범죄자의 코를 자르고, 적의 코를 베게 한 것이다. 보기에도 흉하고, 도덕적 불명예까지 뒤집어쓸 수 있었기에 사람들은 어떻게든 잘린 코를 재건하고 싶어 했다. 기원전 600년경 인도 의사 수슈루타가 최초로 재건술을 시행했다. 코 옆의 피부를 이용해 코를 되살린 것이다. 15세기 인도에서 코 재건술을 주로 담당한 건 의사보다 도공들이었다. 성형 재료를 빚는 솜씨가 좋아서였다.
이후, 재생의학은 비약적 발전을 이룩해 왔다. 사람들은 온갖 재료를 써서 훼손된 장기를 되살리려 애썼다. 놋쇠로 코를 재건하고, 나무로 손발을 만들고, 실리콘으로 유방을 키우고, 돼지를 배양해 심장 판막을 갈았다. 가장 좋은 재료는 인간 몸이다. “촉촉하고 관 모양으로 잘 늘어나는” 성질을 가진 결장은 방광과 식도를 대신하고, 심지어 질을 만드는 데도 쓰인다. 새로운 임무를 부여했을 때 우리 신체는 경이로운 적응력을 보인다.
저자는 인공 장기를 만들어 신체 기관을 대체하려는 도전 과정을 세세히 풀어낸다. 현재 재생의학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신체의 많은 부분을 쓸 만한 기계로 대체할 수 있고, 그 성능 향상도 나날이 눈부시다. 그래서인지 인체 수리 시술도 홈쇼핑 상품처럼 흔해졌다. 눈의 경우, 렌즈를 삽입해 시력을 올리고, 백내장 수술로 노안을 이기는 수술이 공장식으로 이루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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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교체 역시 ‘선택적 교체’ 단계로 접어들었다. 사람들은 이제 건강이나 생명과 관계없이 생식기를 성형하고, 머리카락을 심고, 엉덩이를 예쁘게 부풀리려 한다. 삶의 질을 높이려 임의로 신체를 훼손해 인공 장기로 갈아 치우려 한다. 전직 해병대원 사례는 ‘자발적 절단’의 극단을 보여 준다. 사고로 발을 다친 그는 걸을 때마다 발가락이 끌리는 고통을 겪었다. 견디다 못한 그는 어느 날 자기 발에다 총을 쐈고, 이후 의족을 착용해 더 편하게 걸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괜찮을까? 사람은 언제, 어떤 조건에서 타고난 신체보다 인공 신체를 쓰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해도 좋을까? 선택적인 대체 기술은 결국 이 어려운 질문 앞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오늘날 재생의학 분야는 희망과 과장이 뒤섞인 장밋빛 꿈들로 뒤덮여 있다. 줄기세포와 3D 프린터, 인공지능과 유전자 편집 등 첨단 기술 목록은 언제든 필요한 장기를 원하는 대로 생산해서 교체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뜨린다. 그러나 먼 미래의 일이다. 인공 장기 기술은 인체의 가장 단순한 부분조차 아직 완벽히 대체하지 못한다. 줄기세포는 작은 세포 집합체를 만드는 수준에 이르렀고, 3D 프린터는 근육과 장기의 미묘하고 다채로운 반응을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잘하고 있지만, 인체는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방식으로 무한히 복잡하다. 과대광고에 속아 흥분하기보다 차분히 기술 발전의 실체를 확인하는 게 지혜롭다. 428쪽, 2만3000원.
장은수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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