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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10월 16일 조지아주 달튼의 달튼 시립공항에서 열린 중간선거 유세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3일(미국 현지시각)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성난 민심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이번 선거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생활비'다. 얇아진 지갑과 고유가에 유권자 불만이 치솟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집권 2기 최저치로 추락했다.
시장의 시선은 벌써 선거 후로 향하고 있다.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가져가는 '블루웨이브'가 유력한 시나리오다.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 물결이 의회를 뒤덮는다는 의미이다. 미 버지니아대 정치센터의 사바토의 크리스털볼은 지난 2일(현지시각) 최종 전망에서 민주당이 하원에서는 무난하게 다수당을 탈환하고, 상원에서 역시 과반 의석을 얻어낼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공화당이 의회를 내주면 그간 규제 완화를 등에 업고 달려온 AI 투자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시장 불안은 이날 국내 증시에서도 드러났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10.29포인트(3.59%) 내린 5648.79에 장을 마감했다. AI 산업의 중추인 반도체 '투톱'에 매도세가 몰렸다. SK하이닉스는 5.03%, 삼성전자는 4.15% 떨어졌다.
미국 의회 권력이 재편되면 정말 AI 투자는 줄어들까. 선거 이후 증시는 어디로 향할까.
민주당이 이겨도 트럼프는 그대로… 달라지는 건 '돈의 배분'
먼저 짚고 넘어갈 건, 민주당이 이겨도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와 권한은 그대로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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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의회가 통과시킨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쥐고 있다. 이를 뒤집으려면 상·하원 모두에서 각각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는데 민주당 홀로 이 벽을 넘기란 쉽지 않다.
외국과의 교역을 좌우하는 관세, 외교도 대통령 몫이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8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2018년 트럼프 1기 때 하원을 민주당에 내준 뒤 오히려 추가 관세와 국가비상사태 같은 행정부 단독 조치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달라지는 건 예산이다. 하원은 세입과 지출 법안의 시작.이다. 여기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면 기존 공화당 과반만으로 예산 법안을 처리하던 절차가 막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 경우 공화당이 언급해 온 "국방 증액·가계 지원 등 약 1조 달러 규모의 추가 재정 확대는 불가능해진다"고 봤다. 공화당이 상원을 지켜내는 '분.'이 나타나더라도 같은 결과가 나타난다.
그렇다고 미국이 돈을 덜 쓰게 되는 건 아니다. 민주당에도 쓰고 싶은 예산이 있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보험 삭감을 되돌리고 친환경 세액공제를 지키는 일이다. 미국의 글로벌 자산운용사 '핌코'의 리비 캔트릴 공공정책 대표는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미국의 정부 지출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같은 맥락에서 민주당이 승리한다고 해서 그게 곧 의료나 친환경 산업의 '호재'로 이어진다는 건 아니다. 앞서 이경민 연구원은 블루웨이브가 나타날 경우 "정책 수혜는 새로운 입법보다 '추가 삭감의 차단'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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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가진 거부권 탓에 새 법을 내긴 어렵지만, 예산 협상 과정에서 트럼프 정부의 추가 삭감은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의료 업종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통과된 예산법에 따라 2025년부터 2034년까지 저소득층 의료 지원 예산이 9000억 달러 이상 줄어들 예정이다. 게다가 가입자의 보험료를 덜어주던 오바마케어(ACA) 추가 세액공제마저 작년 말로 종료됐다. 시장은 민주당이 다수의 의석을 차지하면, 이렇게 깎인 의료 지원을 되돌리는 과정에서 병원과 보험사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친환경 역시 같은 구조다. 강진혁 연구원은 블루웨이브가 나타나면 "(민주당이) 친환경 정책 후퇴를 견제하면서 전기차(EV)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산업의 정책 불확실성이 완화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자동차 관세 15%와 연비규제 완화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EV 구매 보조금 복원 가능성도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공화당이 예산조정으로 추진하던 국방예산 3500억 달러는 막힐 수 있다고 내다봤다.
흔들림 없는 AI 사이클… 선거 결과보다 '속도'에 주목해야
그중 관건은 AI 투자다.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가 전기를 많이 써 전기요금을 끌어올린다는 불만이 생활비 논란과 맞물리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이기면 AI 투자가 줄어들 것이란 걱정도 나온다.
하지만 증권가 시각은 다르다. 앞서 강진혁 연구원은 AI 경쟁에서 이기는 게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의 목표인 만큼, 어느 당이 의회를 가져가든 AI 투자 흐름 자체가 꺾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이 걸린 문제라, 정치 지형과 상관없이 밀고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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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속도는 달라질 수 있다.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면 전기와 물, 땅이 필요한데 지역 주민이 반발하면 공사가 늦어진다. 실제 뉴욕과 텍사스 등은 이미 데이터센터 허가를 미루거나 멈춘 상태다. 이런 인허가는 연방 의회가 아니라 주 정부 권한이다. 이날 함께 뽑히는 36개 주의 주지사가 또 다른 변수로 꼽히는 이유다. 공사가 늦어지면 반도체와 전력기기를 납품하는 국내 기업들의 매출도 그만큼 늦게 잡힌다.
강 연구원은 "AI 수요가 유지되더라도 투자 일정이 늦어지면서 반도체·네트워크·전력 설비의 수요 실현이 뒤로 밀리게 되고, 차입 의존도가 높은 사업자는 금융비용과 현금흐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수용성 제약이 자본 제약을 심화시켜 AI주 조정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 금융사들도 차분한 입장을 내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스테이트스트리트는 민주당 약진이 미국 주 차원의 데이터센터 규제에 힘을 실을 수 있어도, AI 설비투자 사이클은 유지될 걸로 봤다. 모건스탠리는 선거의 영향은 '지역 단위'에 그칠 걸로 보고 내년도 빅테크 기업들의 설비투자를 1조5000억 달러로 전망했다. 노무라 웰스매니지먼트 역시 "평판 리스크나 헤드라인 뉴스로 시장이 조정을 받으면 저가 매수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AI 투자의 향방은 '투표함'에 달려 있지 않은 셈이다.
한편 투표는 3일(현지시각) 미국 전역에서 진행된다. 개표는 한국 시간으로 4일 오전 9시 조지아주 투표 마감을 시작으로 9시 30분 오하이오, 10시 메인·텍사스·미시간 순으로 이어진다. '승부처'인 상원의 윤곽은 4일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접전이 이어지면 최종 확정은 늦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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