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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장만했지만 한 번도 입어보지 못한 두루마기였다. 1948년 전남 구례군 마산면 갑산리. “조사할 게 있다”며 동생을 데려가려는 순경들을 막아선 서.석씨(당시 42세)는 동생과 함께 끌려가 돌아오지 않았다. 열두 살이던 아들 서종선씨(1936년생)는 아흔이 되도록 아버지의 두루마기를 버리지 못했다.
서씨처럼 여순사건으로 가족을 잃고 숨죽여 살아온 구례 유족 32명의 얼굴이 처음 공개된다. 구례10·19작가모임은 18일부터 24일까지 구례군 군민광장에서 ‘제78주기 여순10·19사건 기념 2026 구례 희생자 유족 사진전―아직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을 연다. 개막식은 제78주기 기념일인 19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와 구례군 등이 후원한다.
1948년 10월 제주4·3 진압 출동을 거부한 국군 제14연대가 지리산으로 들어가면서, 산 초입의 구례는 1955년까지 6년 5개월간 여순사건의 가장 오랜 격전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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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동아대 조사에서 확인된 민간인 희생·피해자는 1300여 명, 구례유족회 추정 희생자는 3000여 명에 이른다. 유족들은 ‘빨갱이 가족’이라는 낙인과 연좌제 속에 78년을 침묵해야 했다.
구례 여순사건 유족 32명, 처음 카메라 앞에 서다
사진전은 구례군이 발행하는 여행문화지 <계간 구례>가 2024년 겨울호부터 2년간 한 호에 4명씩 유족 1세를 기록한 데서 출발했다. 정동묵 편집장은 “마을에서, 장터에서 인사하던 분들 대부분이 여순의 아픔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며 평생 연좌제에 묶여 산 유족들의 한을 조금이라도 풀어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지아·이성아·박수현 소설가, 이시영·박두규·김해화 시인 등 지역 작가들이 유족을 찾아가 인터뷰하고 글을 남겼다. 이성아 소설가는 “제주4·3사건과 여순사건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상대적으로 덜 조명된 여순사건에 눈을 돌릴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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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인물사진가 한상무씨(스튜디오)와 경향신문에 ‘원유헌의 전원일기’를 연재했던 원유헌씨(야외)가 찍었다. 유족들은 일제 징용 때 아버지가 쓰던 반합, 시어머니의 빗치개, 손톱만 한 증명사진 등 희생자의 유품을 들고 카메라 앞에 섰다. 아버지가 끌려갈 때 어머니 배 속에 있던 이옥숙씨(1947년생)는 갓난아기로 업혀 간 면회에서 아버지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났다. 사흘 차이로 유복자를 면한 현용수씨(1949년생)는 칡넝쿨에 묶인 채 피아골에서 총살당한 아버지의 묘 앞에서 끊었던 술을 한잔 나눌 날을 기다린다.
2021년 특별법 제정 이후 진상규명이 진행 중이지만, 세종시 추모의 집에는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희생자 유골 4000여 구가 임시 안치돼 있다. 유족들은 국가가 하루빨리 DNA 감식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한다. 작가모임은 도록에서 여든을 넘긴 유족들의 건강이 나날이 달라지고 있다며 “시간이 많지 않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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