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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과 함께 춤을 추는 작가가 있다. 작업실 바닥에 캔버스를 펼쳐놓고 물감을 부은 후 음악을 들으며 물감을 밟으면서 움직인다. 노란색, 보라색, 연두색 동심원이 서로 겹쳐지고 스며든다.
성곡미술관이 추상화가 노정란의 회고전 ‘색과 함께 춤을: 색으로부터 색을 넘어’를 열고 그의 50여 년 회화 세계를 선보인다. 작가는 1970년대부터 추상회화를 모색해왔으나 앵포르멜이나 단색화와는 다른 독자적인 길을 걸었다.
1975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서구 미술계의 주류였던 색면회화, 미니멀리즘 등을 접했다. 하지만 서구 추상 문법을 그대로 흡수하는 대신 한국의 자연과 전통적인 색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렸다. 1980년대 후반 선보인 ‘우연히 만난 길’ 등의 연작에서는 강렬한 곡선과 대비되는 색면을 통해 삶의 긴장과 평화, 음과 양의 조화를 화면 위에 응축시켰다. 작가는 색 자체가 지닌 풍부한 가능성을 파고들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 작가는 이르바 ‘색놀이’를 시작했다. ‘색놀이 #211’은 기하학적으로 화면을 구성하고 색과 색 사이의 긴장을 탐구한 작품이다. 색은 대상을 설명하는 수단에서 벗어나 화면을 구성하는 독립적인 회화의 언어가 된다.
이후 작가의 신체는 화폭과 더욱 직접적으로 결합하기 시작했다. 겨울날 대나무 빗자루로 눈을 쓸어내리다가 눈 밑에 드러난 흙의 결, 빗자루가 지나간 자리에 생긴 자국에서 새로운 회화적 가능성을 발견했다. ‘색놀이-쓸기’와 ‘색놀이-닦기’ 연작에서 그는 붓 대신 빗자루로 물감을 쓸고 닦아내며 신체의 움직임을 화면 전면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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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그의 신체적 행위는 ‘밟기’라는 더욱 근원적인 움직임으로 진화했다. 캔버스를 바닥에 눕히고, 그 위를 직접 발로 밟으며 온몸으로 작업한다. 그는 미리 계산하지 않고 캔버스 위를 움직인다. 물감은 둥글게 번지고 포개진다. 작가는 땅을 일구듯 색을 다루는 이 과정을 ‘색 농사’라고 부른다. 작가는 “색이 화면에 녹아나면서 마치 심포니같이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여성 작가들의 활동이 지금보다 제한적이었던 1970년대부터 작가는 주류 담론에 휩쓸리지 않고 독자적인 추상 세계를 구축해 왔다. 색과 함께 호흡하고 춤춘 작가의 50년 회화 여정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11월 28일까지.
이후 작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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