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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주미 대사를 지낸 어떤 인사는 “재임 기간 동안 벌거벗고 있는 것 같았다”고 했다. ‘외교관의 꽃’이라는 대사 중에서도 으뜸인 미국 대사지만 엄청난 압박에 잠 못 이뤘다는 것이다. 각 부처가 집결한 주미 대사관은 내각의 축소판과 같다. 그래서 보는 눈도 많고, 한마디씩 거드는 시어머니도 많다. 일흔이 넘은 강경화 대사가 대단한 영화를 바라고 5년 만에 외교 현장에 복귀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직전까지 이사장으로 있던 뉴욕의 비영리단체(NGO)는 연봉도 높고 중간만 해도 박수받는 자리다.
강 대사는 우리 외교의 독특한 존재다. 역대 외교관 중 이 정도로 대중의 인지도가 높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얼마나 가까운지는 모르겠으나 워싱턴 DC의 수많은 대사 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얼굴을 보면 바로 알아볼 수 있는 선택받은 소수이기도 하다. 강 대사의 주특기는 대중을 상대로 하는 공공 외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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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 나가 유창한 영어로 한국의 외교 정책을 설명한다. 강 대사가 행사장에 뜨면 사진 촬영 요청이 쇄도한다. 특히 대학가에서 인기가 대단한데, 강의를 해달라는 섭외 요청이 미 전역에서 밀려든다고 한다. 학생들은 “강 대사처럼 되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문화·예술에도 조예가 깊어 K컬처 시대에 걸맞은 얼굴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이 강 대사의 이런 강。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시기인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외교 프로토콜이 무시되고 국가안보회의(NSC)나 국무부 같은 기존 채널이 역할을 못하는 미국 정부라서 그렇다. 지금 미국의 대외 정책은 트럼프를 비롯한 오벌 오피스 안의 극소수에 의해 결정된다. 그중 누구라도 잡아서 끈을 만들고, 때론 윽박지르거나 얼굴을 붉혀가면서라도 ‘거래’를 하는 게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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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하면 골프도 치고,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인사들이 출몰한다는 회원제 사교 클럽에라도 가서 얼굴 도장을 찍고 부대껴야 한다. 지금도 강 대사는 정신없는 24시간을 보내겠지만, 트럼프 시대는 그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강 대사를 겪어본 사람들은 사소한 디테일에 얽매이지 않고, 쿨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서 외교장관 시절 ‘사드 3불’ 발언으로 설화를 일으켰고, 또 한편으로는 배우자 논란에 “남편이 말린다고 말려질 사람이 아니다”라며 솔직하게 말하기도 했다. 그래도 강 대사가 국감에서 “백악관과 소통에 한계가 있어 나도 답답하다”고 말한 건 아쉬운 장면이었다. 한미 관계가 수상한 시기에 최전선의 장수가 저렇게 말했으니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다양한 차원의 양국 협력 방안을 담은 팩트시트가 발표된 지 1년이 됐지만, 손에 잡히는 후속 조치는 보이지 않는다. 강 대사를 포함한 외교·안보 라인이 이제는 증명해야 할 시간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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