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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사회에서는 예전보다 성을 말하는 게 자연스러워졌지만, 교회에서만큼은 여전히 성을 이야기하기 어렵다. 교회 안에서 성적 경험을 꺼내는 일은 왠지 금기처럼 느껴지고, 털어놓았다가 이상한 눈초리를 받기 일쑤다. 사회도 교회를 두고 성을 부끄러워하고 쉬쉬하는 곳이라고 여긴다.
조금만 들여다보면 교회만큼 성 이야기를 하는 곳도 드물다. 교회는 청년들에게 연애하고 결혼해 아이를 낳으라고 권하고 신혼부부 교육이나 '아버지 학교'도 연다. 거리에서는 '항문 성교 반대' 같은 노골적인 구호를 큼지막하게 인쇄해 캠페인을 벌이는 기독교인들도 볼 수 있다.
보수 개신교 반동성애 운동을 연구해 온 김보명 교수(이화여대 여성학과)가 한국교회의 '성 엄숙주의'(성을 터부시하거나 금욕을 강조하는 태도 - 기자 주)가 성을 신앙 실천의 중심에 놓은 데서 생겨났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0월 6일 서울 종로구 희망공간 아띠에서 열린 '무지개별에서 살아가기 시즌 3' 오프닝 강연에서 '그리스도교와 성 엄숙주의'를 주제로 강의했다. '무지개별에서 살아가기'는 성공회 용산-혜화나눔의집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트랜스젠더(시즌 1), HIV/AIDS(시즌 2)에 이어 이번에는 성 엄숙주의를 다룬다.
교회는 성에 침묵하지 않는다
기독교가 성과 몸을 부정적으로 보고 억눌러 왔다는 이야기는 익숙하다. 이런 이야기에는 흔히 성경이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며 몸보다 말씀을 앞세우고, 창세기에서부터 여성이 아이를 낳는 고통이 죄의 결과를 그린다는 설명이 따라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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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 마리아가 동정녀였다거나, 수도원의 금욕 전통도 같은 흐름에서 이야기된다.
김 교수는, 교회가 성에 대해 침묵해 왔다고 보기 어려운 지。도 있다고 짚었다. 그에 따르면, 성경은 성 이야기로 가득하다. 창세기의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말씀은 성에 관한 이야기로 읽을 수 있고, 아가서는 연인의 성적 즐거움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교회와 그리스도를 신부와 신랑에 빗대는 비유도 기독교 교리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다.
김보명 교수는 오히려 "교회는 성에 지나치게 관심이 많다. 어떻게 보면 거의 집착한다"고 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성에 대해 교회만큼 정교하고 체계적·지속적으로 권위와 강제력을 가지고 얘기하는 집단은 없을 것이다. 성 엄숙주의를 성에 대해 침묵하거나 비가시화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기독교 역사에서 성이 빠져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개신교의 성 엄숙주의는 성을 나쁘게 봐서라기보다 종교적 실천의 핵심으로 여기는 데서 나온다고 했다. 김보명 교수는 "오늘날 많은 사람에게 성은 자기를 표현하는 일이거나 두 사람 사이의 관계 문제다. '좋은 성'과 '나쁜 성'을 가르는 기준도 '서로 동의했느냐'는 기준이 가장 중요하다. 반면 교회는 성을 거룩하고 소중한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많은 의미를 부여해 왔다. 그렇기에 성이 엄숙해지고,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나의 성생활은 무엇인가'라는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기독교 성 윤리는 늘 똑같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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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성에 대해 침묵하거나 부끄러움을 느끼는 태도는 어디서 왔을까. 김보명 교수는 순수하게 기독교 교리에서 나온 것만은 아니라고 했다. 유교 문화나 공과 사를 나누는 관습처럼 원래 있던 문화가 교회 안에 섞여 들어왔다는 이야기다. 김 교수는 "동성애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에게 근거를 대라고 하면 성경보다 건강이나 질병을 많이 이야기한다. '대를 이어야지' 같은 말도 개신교 이야기 같지만 유교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실은 굉장히 혼재돼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기독교인의 성 윤리도 정해진 원형이 있다기보다 교리와 기존 문화, 각자 살아온 삶이 뒤섞여 굳어진 '혼합물'에 가깝다고 했다.
김 교수는 교회가 인정하는 성의 범위도 시대마다 달라져 왔다며 몇 가지 예를 들었다. 한국교회는 정부의 가족계획 운동 초기에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구절을 근거로 산아제한에 반대했지만, 1970년대에 들어서는 성경을 재해석하며 인구 조절이 하나님 뜻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인구 조절이 공산주의에 맞서 자유 진영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논리도 한몫했다. 가톨릭도 시험관 시술 같은 보조 생식 기술이 처음 나왔을 때 반대하는 공식 입장을 유지했지만, 지금은 아이를 원하는 난임 부부 신자들을 외면하기 어려워졌다. 김보명 교수는 저출생으로 교회가 출산을 장려하는 지금, '무성애'가 교회 안의 새로운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보명 교수는 결국 교회가 따지는 건 성적 행위·욕망 자체가 죄냐 아니냐보다, 그것이 기독교 윤리에서 무엇을 뜻하는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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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성적 행위나 욕망이 기독교 윤리에 비춰 어떤 의미인지에 따라 허용과 금지의 선이 그때그때 다시 그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 교수는 기독교 성 윤리가 때로 지나치게 추상적이라고 했다. 교회가 말하는 성은 성 자체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성 윤리·도덕, 기독교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김 교수는 기독교의 성 윤리·기준이 무엇인지 누구도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성경이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지, 하나님이 무슨 생각인지 100%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모호함 덕분에 사람들이 함께 성경을 읽고 해석하는 공동체인 교회에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동성애가 죄인지 아닌지 어쩌면 끝까지 모를 수 있다. 그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대화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기독교 공동체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그런 。에서 하나의 해석만 옳다고 못 박는 태도는 기독교답지 않다고 강조했다. 반동성애 운동을 하는 이들이 이런 해석의 공동체를 열어 두지 않고, 다른 가능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성 윤리에 대한) 종교의 원본을 단정하겠다는 것은 기독교적 관。에서 볼 때도 굉장히 오만한 짓이다. 성 엄숙주의에 개입할 수 있는 지。도 결국 교회 안에서의 대화 가능성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무지개별에서 살아가기 시즌 3는 12월 15일까지 매주 화요일 '하나님은 정말 성을 부끄러워하실까요?', '하나님은 정말 임신중지를 반대하실까요?', '하나님은 정말 정상 가족만 좋아하실까요'를 주제로, 각각 공부 모임 두 번과 수다 모임 한 번을 이어 간다. 다음 모임은 10월 13일 저녁 7시 30분, 성적권리와재생산정의를위한센터 셰어 나영·공혜원 활동가가 이끈다.
나수진
고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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