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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룡산 신원사 경내에 자리한 중악단. 조선시대 국가가 계룡산 산신에게 제사를 올리던 제단으로, 산신각 가운데 유일하게 국가유산 보물로 지정돼 있다. 계룡산을 국가 제사의 대상으로 삼았던 조선의 산악신앙과 제례문화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 서준석
계룡산 자락에 자리한 신원사에는 조선 왕실과 인연이 깊은 건물이 하나 있다. 국가유산 보물인 중악단이다. 조선시대 나라에서 계룡산 산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으로, 현재의 건물은 조선 말 명성황후의 뜻에 따라 다시 세워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는 11일 이곳에서 고종황제와 명성황후의 넋을 기리는 범패와 바라춤이 펼쳐지고 천도재와 추모음악회가 열린다.
대한불교조계종 계룡산 신원사는 이날 낮 12시 40분부터 충남 공주시 계룡면 신원사 중악단 특설무대에서 '제15회 고종황제·명성황후 추모 문화재'를 봉행한다. 신원사가 주최하고 충남도와 공주시가 주관하는 행사로, 불교 전통의 추모 의식에 시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공연을 더했다.
신원사가 고종황제와 명성황후를 기리는 데는 중악단과 조선 왕실의 특별한 인연이 있다. 계룡산은 예부터 나라의 중요한 산으로 여겨졌으며, 조선시대에는 묘향산을 상악, 계룡산을 중악, 지리산을 하악으로 삼아 산신에게 제사를 지냈다. 신원사 경내에 자리한 중악단은 이러한 국가 제사의 흔적을 간직한 곳이다.
특히 현재의 중악단은 조선 말 왕실과 연결된다. 명성황후가 계룡산 산신에게 기도하기 위해 중건을 지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1895년 을미사변으로 명성황후가 목숨을 잃은 뒤 130여 년이 지난 지금, 황후의 뜻이 깃든 공간에서 다시 그의 넋을 기린다는 。에서 이번 행사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행사는 모두 3부로 나뉜다. 1부 '고혼 위령제'에서는 범패작법과 바라춤으로 문을 연 뒤 위패를 모시는 의식과 헌작을 진행하고, 고종황제와 명성황후의 넋을 위로하는 천도재를 봉행한다. 범패는 불교 의식에서 부르는 전통 음악이며, 바라춤은 둥근 금속 악기인 바라를 들고 추는 불교 의식무로 평소 쉽게 만나기 어려운 전통 불교문화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2부 추모법요식에서는 각계 인사의 추모사에 이어 헌화와 차를 올리는 헌다례 등 추모 의식이 진행된다. 과거를 기억하는 행사에서 한발 더 나아가 미래 세대를 위한 자리도 마련한다. 지역 인재를 돕기 위한 '한마음 장학금'과 '벽암 장학금'을 전달해 역사적 인물을 추모하는 뜻을 지역의 미래와 잇는다.
마지막 3부에서는 '그날의 기도, 오늘의 노래'를 주제로 추모음악회가 펼쳐진다. 엄숙한 불교 의식과 추모법요식에 이어 음악으로 고종황제와 명성황후를 기억하는 무대다. 조선 왕실의 기도처였던 중악단을 배경으로 공연이 이어져 가을 산사를 찾은 시민과 관광객에게도 색다른 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원사는 그동안 명성황후 시해일을 전후해 제례를 올리며 비극의 역사를 되새겨 왔다. 올해부터는 기존 '추모대재'의 엄숙한 제례를 이어가면서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추모문화제'로 행사의 폭을 넓힌다. 과거의 비극을 추모하는 데 머물지 않고 역사에서 얻은 교훈을 다음 세대와 나누자는 취지다.
▲ 계룡산 신원사 주지 성관 스님은 올해부터 시민들이 보다 가까이에서 역사와 불교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행사의 폭을 넓혔다고 밝혔다.
ⓒ 서준석
성관 신원사 주지 스님은 "역사는 책 속에 갇힌 과거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삶과 이어져 내일을 비추는 지혜가 돼야 한다"며 "과거의 아픔을 가슴에 새기되 그것을 화합과 미래를 향한 힘으로 이어가고, 시민과 함께 나누는 문화로 만들어 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슬퍼하고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역사가 주는 교훈을 미래 세대에게 전하는 일 또한 우리의 몫"이라며 "이번 행사가 하루로 끝나지 않고 역사를 기억하며 상처를 치유하고 희망을 나누는 문화제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는 가을 계룡산을 찾는 방문객에게 신원사의 역사와 불교문화를 함께 만날 기회이기도 하다. 중악단을 비롯한 산사의 문화유산을 둘러보고 범패와 바라춤, 천도재를 지켜본 뒤 추모음악회까지 감상할 수 있다. 조선 왕실이 계룡산을 바라보며 올렸던 기도의 흔적이 남은 자리에서 130여 년 전 역사를 되돌아보는 하루가 펼쳐진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논산포커스에도 실립니다.
에서 한발 더 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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