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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10-01 14:06 조회 281 댓글 0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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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우리나라에서는 맛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우유가 시중에 나왔다. ‘A2 저지 헤이밀크’라는 이름이 붙은 우유다. 경기도 안성에서 송영신목장을 운영하는 하현제 수의사(54)가 자체 생산해 판매하고 있는 우유다.
이 우유는 다른 우유와 많이 다르다. 어쩌면 완전히 다르다고 해야 할 지도 모른다. 젖을 짜는 소가 다르고, 이 소에 먹이는 사료가 다르고, 이 소가 거주하는 공간이 다르다. 그러다보니 우유의 맛도 다르고, 성분도 다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하현제라는 사람이 많이 다르다. 그래서 이 우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하현제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 필요가 있다.
그는 고려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다. 많은 수의사들이 반려동물 쪽을 선택하고 있지만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갈수록 찾기 힘들어지고 있는 대동물 수의사다. 그리고 수정란 이식 전문가다. 수정란 이식은 좋은 암소로부터 여러 개 수정란을 얻은 뒤 이를 평범한 다른 암소의 자궁으로 옮겨 출산하게 함으로써 소 품종을 빠르게 개량하는 방법이다. 최근 들어 각광을 받고 있는 스마트농업의 전문가이기도 하다. 소의 위 속에 집어넣은 센서를 통해 체온과 움직임 등을 실시간 측정해 소의 상태를 파악하는 IT회사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모든 역량을 결집해 자신의 젖소농장에 투입하고 있다.
하 원장의 젖소농장에 가면 더 이상 얼룩소는 찾을 수 없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다른 농장들처럼 얼룩무늬 젖소가 있던 농장이었지만 지금은 70여 마리 젖소 모두가 갈색이다. 한우의 황갈색보다 연한 것이 특징이다. 얼룩무늬 젖소는 우유를 생산하는 소의 대명사인 홀스타인 품종인 반면 연한 갈색의 이 젖소는 저지(Jersey) 품종이다.
저지 우유는 유지방 4.5~5.5%, 유단백 3.5~4.5% 수준으로 일반 우유보다 훨씬 진하다. 베타카로틴 함량이 높은 것도 저지 우유의 특징이다. 저지소는 풀에 든 베타카로틴을 우유로 많이 옮기기 때문에 우유 빛깔이 살짝 노르스름하다.
하 원장이 애초 홀스타인종이었던 젖소 전체를 저지종으로 완전히 바꾼 것은 작년이지만 그 작업이 시작된 것은 수 년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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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성적인 공급 과잉으로 신음하고 있는 국내 우유 시장에서 어떻게 하면 차별화된 우유를 생산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좋은 우유가 나오기 위해서는 젖소의 품종이 달라야 했고, 동시에 사료와 농장 환경도 기존과는 달라야 했다.
그는 우선 젖소가 자라는 농장 환경 개선에 나섰다. 그 바탕에 깔린 철학은 “건강한 땅에서 건강한 우유가 나온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메이드 바이 소일(Made by Soil)’이라고 부른다. 이를 위한 핵심은 피트모스를 활용한 농장 바닥의 개선이다.
젖소는 하루 30kg의 사료를 먹고 100ℓ의 물을 마시며, 60ℓ가량의 분뇨를 배출한다. 이 때문에 일반 농장에서는 농장 바닥에 톱밥을 뿌리지만 이것만으로는 분뇨 냄새를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농장에서는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농장 바닥에 톱밥이 아니라 피트모스를 뿌리기 때문이다. 피트모스는 습지에서 이끼 같은 식물이 수 천년간 쌓이면서 썩지 않고 굳은 유기물로 이탄이라고도 한다. 농장 바닥에 이 피트모스를 뿌리고 트랙터를 이용해 섞어주면 아주 빠른 시간에 분변이 흙으로 바뀐다. 마치 소똥구리가 소똥을 분해해 흙으로 바꾸는 것과 같은 이치다. 톱밥으로 분변을 흙으로 바꾸려면 2년이 걸리지만 피트모스를 활용하면 두 달이면 족하다.
하 원장은 “소는 하루 10시간 이상을 앉아서 쉬어야 하는 가축이다보니 젖을 짜야 하는 젖소의 경우는 농장 바닥의 위생 상태가 매우 중요하다”며 “피트모스를 활용하다보니 바닥이 늘 보송보송하기 때문에 젖소 입장에서도 편안하고, 위생도 챙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흙은 퇴비로도 사용되기 때문에 다시 초지로 돌아가 소가 먹을 풀을 키운다. 땅에서 시작해 땅으로 돌아가는 ‘메이드 바이 소일’의 순환이다.
홀스타인종을 저지종으로 바꾸는 데는 그의 수정란 이식 기술이 큰 몫을 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저지소 수정란을 구입해 와서 이를 홀스타인종에 이식해 한마리 한마리씩 저지소를 늘려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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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과정 자체도 지난한 일이었다. 개당 300만원씩 하는 수정란을 4개 들여와야 확률적으로 한 마리의 저지 암송아지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 원장은 “수정란의 임신 성공률이 평균 50%, 여기에 우유를 생산할 수 있는 암소 임신 비율이 50%”라며 “4개의 수정란으로 한 마리의 저지 암송아지를 만들어내는 일을 지속적으로 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해서 조금씩 늘려온 저지 소가 완전히 홀스타인종을 대체한 것이 지난해 12월이었다.
이 농장에서는 사료도 애초부터 다른 농장들과 달리 건초를 중심으로 먹이고 있다. 전체 사료 가운데 건초 등 풀 사료의 비중이 80%를 넘는다. 이 농장에서 생산된 우유에 ‘헤이(건초) 밀크’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다. 풀을 주로 먹인 덕분에 이 농장 우유의 오메가6와 오메가3 지방산 비율은 평균적으로 2대 1 수준으로 일반 우유보다 오메가3 비중이 훨씬 높다. 헤이밀크는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알프스 지역 국가들이 최고급 유제품 생산을 위해 이어온 사양 방식으로, 소의 건강과 우유 품질을 함께 지켜 유럽에서도 프리미엄 우유로 대접받는다. 헤이밀크는 반드시 사료의 75% 이상을 풀로 먹여야 한다. 동시에 사일리지처럼 발효된 사료는 절대 먹이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 원장은 “발효된 사료를 먹은 젖소에서 나온 우유는 풍미가 달라져 고품질 치즈 같은 고급 유제품을 만들 수 없다”며 “건초를 사료로 쓰기 위해 절반 정도는 직접 농사를 지어 조달하고, 절반 정도는 수입해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가 무엇보다 저지 우유를 생산하려고 마음 먹은 이유 중 하나는 단백질에 있었다. 우유가 함유하고 있는 단백질 중 일부 사람에게 소화 부담을 줄 수 있는 A1이 아니라 A2 단백질만 담긴 우유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하 원장은 “우유의 단백질 중 80%를 차지하는 카제인 단백질은 알파와 베타, 카파로 구분되는데, 그 중 베타 단백질은 우리 혈액형처럼 A1과 A2로 나뉜다”며 “A1 단백질을 함유한 우유를 마시면 속이 불편해 하는 사람이 있지만 A2를 함유한 우유를 마시면 속이 편안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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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신기하게도 사람의 모유나 산양유는 A2형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지만 홀스타인은 A2 유전자만 가진 소가 20% 정도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저지는 A2 유전자를 가진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그는 A2 유전자를 보유한 수정란으로 저지소를 육성해 왔다. 태어난 송아지는 모두 유전자 검사를 거쳤고, 지금 이 농장의 젖소는 모두 A2 유전자만 가진 ‘A2A2’ 저지소다.
하 원장은 “우유를 먹고 속이 불편한 사람들은 스스로 유당불내증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들 중에는 A1 단백질에 대한 반응 때문인 경우도 적지 않다”며 “그동안 유당불내증이라고 생각해 우유를 멀리했던 사람들도 A2 저지우유를 마신 뒤에는 편하게 우유를 마시는 경우를 많이 본다”고 전했다.
그는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저지우유를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A2 저지 헤이밀크’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가 수의사이자 농장주로서 오랫동안 준비해온 프리미엄급 우유에 대한 자신감이 그대로 반영된 이름이다. 생산량이 하루 500ℓ 정도로 한정되기 때문에 일반 판매 보다는 구독판매를 먼저 시작했다. 좋은 우유를 원했던 소비자들이 빠르게 구독을 늘리고 있다. “이런 우유 맛은 난생 처음”이라는 평가 덕분이다. 맛이 깔끔하면서도 뒤에 깊은 풍미가 따라온다는 것이다.
하 원장은 그 비결로 원료의 신선함을 꼽는다. 그는 “아침에 짠 우유를 목장 안 유가공 시설에서 그날 바로, 구독 주문량에 맞춰 소량씩 생산한다”며 “좋은 우유의 마지막 조건은 신선함”이라고 말했다. 조용히 입소문이 나면서 명품관을 운영하는 백화。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압구정 갤러리아 명품관에서 이 우유를 매대에 올려놓기 시작했고, 다른 백화.들에서도 입. 요청을 하고 있다.
하 원장은 “이 우유를 마셔본 소비자들이 다른 우유와 너무 맛이 다르다고 평가할 때와 그동안에는 속이 불편해서 우유를 피했는데 이 우유는 그렇지 않다고 할 때 보람을 많이 느낀다”며 “우리나라 1호 동물복지, 1호 저탄소 젖소농장이라는 타이틀에 이어 모든 젖소가 A2A2 저지인 농장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앞으로도 좋은 우유 생산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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