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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하루, 야구선수를 해봤다. 고교 신입생 때인 어느 봄날, "방과 후에 운동장에 가보라"고 담임 선생님이 알려주셨다. 새로 야구부가 생겼는데 중학생 때 야구를 한 선수 일고여덟을 스카우트한 모양이었다. 감독이 "인원이 모자라니 고입 체력장 시험에서 100미터 달리기와 공던지기 최상위 기록자를 뽑아 선수로 훈련시킨다"고 밝혔다. 멋모르고 두어 시간 공을 던지고 받았다.
귀가해서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야구는 무슨 야구?"라면서 펄펄 뛰며 반대하셨다. 어머니가 야구감독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승철이는 빼라!"고 요청했다. 감독은 어머니의 친정조카였다. 외가에는 유명한 야구인들이 많았다. 그 가운데 김계현(1924~1979) 한전 감독은 국가대표 감독직을 여러 차례 맡은 '최고의 이론가'였다.
외가 친척들은 모이면 으레 야구 이야기를 했다. 일본에서 벌어지는 경기 중계방송을 들으려 단파 라디오를 가진 분들이 적잖았다. 어린 시절에 귀가 닳도록 자주 들은 이름이 장훈, 백인천이었다. 일본에서 활약한 이들은 한국 야구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야구를 예술의 경지에까지 올린 이 '야구 영웅' 두 분이 최근 타계했다. 삶과 위업을 정리하며 추모한다.
1940년 일본에서 태어난 장훈은 어릴 때 오른손에 화상을 입어 넷째 손가락과 새끼 손가락이 붙어 야구를 할 때는 왼손을 주로 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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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훈이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활약할 때 새로 야구단을 인수한 신격호 롯데 회장이 그를 스카우트했다. 그때 장훈은 생애 통산 2,961개의 안타 기록을 갖고 있었다. 3,000개까지는 39개 남았다.
1980년 5월 28일 가와사키 구장에서 롯데 오리온스와 한큐 브레이브스의 경기가 열렸다. '안타 제조기' 장훈은 롯데로 이적해 38번째 출장했고 안타 기록은 2,998개였다. 장훈은 첫 타석에서 안타를 날려 2,999개를 기록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타석에서는 범타에 그쳤다. 투수는 '광속구'를 자랑하는 야마구치 다카시. 네 번째 타석에서 1구가 직구로 들어왔다. 장훈은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빠른 공을 향해 거침없이 배트를 휘둘렀다.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공은 오른쪽 관중석으로 날아갔다. 관중석 뒤편의 그물에 맞고 좌석으로 떨어졌다. 그물이 없었더라면 장외 홈런이 될 뻔했다. 이렇게 장훈은 3,000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했다.
장훈은 1981년 10월 10일 은퇴경기를 가졌다. 통산 3,085 안타란 위업을 이루었다. 일본에서 3,000안타를 넘긴 유일한 타자다. 통산 타율 0.319, 504 홈런, 1,676 타。 기록을 남겼다. 타격왕에도 7차례나 올랐다. 장훈은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일본 귀화를 거부했다. 장훈의 어머니는 하얀 한복을 입고 운동장에 나타나 아들을 응원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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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크'라는 별명의 타격왕 이만수 감독은 1977년 고3 때 일본 전지훈련장에서 장훈을 만나 격려를 받았다. "스윙 연습을 너무 많이 해서 손바닥에서 피가 흐르자 자전거 타이어를 찢어 손에 감고 다시 배트를 휘둘렀다"는 장훈의 증언을 듣고 크게 감동했다. 장훈은 이만수에게 야구용품을 아낌없이 선물했다.
1943년 서울에서 태어난 백인천은 경동고를 졸업한 1962년에 일본 프로야구로 직행했다. 1980년 시즌에는 장훈, 백인천, 두 선수가 롯데 오리온스에서 함께 맹타를 휘둘렀다. 백인천은 통산 1,969 경기에 출장하여 1,831 안타를 쳤다. 홈런은 209개, 도루는 212개였다.
백인천은 한국에 프로야구가 출범하자 귀국해 MBC 청룡에서 선수 겸 감독으로 활약하면서 1982년 원년에 타율 0.412란 초유의 기록을 달성했다. 250 타수, 103 안타. 4할대 타율은 미국 메이저 리그에서도 1941년 '20세기 최후의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1918~2002)가 기록한 0.406 이후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미국 메이저리그와 한국 프로야구가 수준 차이는 있겠지만 수치만으로는 백인천의 타율은 20세기 세계 최고 기록이다. '국민타자' 이승엽은 백인천이 삼성 감독으로 활동할 때 "자네는 한국 최고가 될 수 있고 일본 프로야구에도 진출해야 한다"는 격려를 듣고 맹연습했다.
고승철(언론인·저술가·전 동아일보 출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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