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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애인으로 살아오면서 '선택'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생각할 때가 많다. 비장애인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 장애인에게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어디에 갈 것인지, 무엇을 배울 것인지, 누구를 만날 것인지,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때로는 아주 사소한 일상의 선택까지도 다른 사람이 대신 결정해 주는 경우가 있다.
물론 나를 걱정해서, 나를 도와주기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안다. 가족도 그렇고 주변의 많은 사람도 좋은 뜻에서 도움을 주려고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삶인데, 왜 다른 사람이 나보다 먼저 결정할까?"
나는 이 질문이 장애인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생각하는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결정권이라는 말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리다.
오늘 무엇을 먹을지, 어디에 갈지와 같은 작은 선택도 자기결정이고 앞으로 어떤 공부를 할지, 어떤 일을 할지, 어디에서 살아갈지를 결정하는 것도 자기결정이다. 그런데 장애인에게는 이러한 선택의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건 어려울 거야."
"위험하니까 하지 마."
"그냥 내가 해줄게."
이런 말을 들으면 처음에는 고맙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말이 계속되면 어느 순간부터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 생각하기보다 다른 사람이 정해주는 것을 따라가게 될 수도 있다. 나는 이것이 장애인의 자립을 어렵게 만드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도움을 받는 것과 대신 결정하는 것은 다르다
장애인이 도움을 받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나 역시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때가 있다. 장애가 있기 때문에 혼자 하기 어려운 일이 있고, 필요한 지원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도움을 받는 것과 내 삶을 다른 사람이 결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아 외출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자기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디로 갈 것인가"를 누가 결정하느냐이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정하고 필요한 도움을 받아 그곳에 갈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자기결정에 의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도움이 없는 삶'이 아니라 필요한 도움을 받으면서도 내 삶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용인에서 장애인 당사자로 살아가면서 지역사회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장애인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고 복지서비스와 교육, 문화·체육활동의 기회도 조금씩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생각해야 할 부분도 많다.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 당사자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물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장애인에게 이것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 장애인이 원하는 것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용인시의 장애인 정책도 장애인을 단순히 '지원받는 사람'으로 바라보기보다 지역사회의 한 시민이자 정책의 주체로 바라봤으면 한다. 장애인 당사자가 정책을 만들고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하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며, 그 의견이 실제 정책에 반영되는 경험이 많아졌으면 한다.
나에게 선택할 권리를 달라
나는 장애인에게 특별한 것을 요구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비장애인에게 당연한 것을 장애인에게도 당연하게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내가 살 곳을 내가 선택하고 싶다.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싶다.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고 싶다. 때로는 실패도 해보고 싶다. 그리고 실패했다면 다시 다른 선택을 해보고 싶다.
나는 장애인에게도 실패할 권리와 다시 시작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나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모든 선택을 대신해 준다면 나는 안전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내 삶의 주인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무엇을 해드릴까요?"보다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나는 장애인 당사자를 만나는 사람들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고 싶다. 장애인을 위해 무엇인가를 결정하기 전에 먼저 물어봐 주었으면 한다.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그리고 조금 기다려 주었으면 한다. 장애 때문에 의사표현이 조금 늦을 수도 있고 의사소통을 위해 다른 방법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생각이나 선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간을 주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의사소통을 도와주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
나는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장애인 지원이라고 생각한다.
용인이 '선택할 수 있는 도시'가 되었으면 한다
내가 바라는 용인은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많이 제공하는 도시만은 아니다. 장애인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도시였으면 한다.
원하는 곳에서 살 수 있고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일하고 싶을 때 일할 수 있으며 문화와 체육을 즐기고 사람들과 만나고 지역사회 활동에도 당당하게 참여할 수 있는 도시. 무엇보다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고 그 목소리를 정책과 지역사회에 반영하는 도시였으면 한다.
나는 이것이 진정한 '장애인 자립'이고 진정한 '지역사회 통합'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자기결정권은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 무엇을 할지 내가 결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작은 선택들이 모여 내 삶이 된다.
내 삶의 주인은 나다. 장애가 있다고 해서 이 당연한 권리가 줄어들어서는 안 된다. 누군가가 나를 대신해서 살아줄 수 없듯이 나의 삶도 다른 사람이 대신 결정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말하고 싶다.
"도와주세요. 하지만 제 삶을 대신 결정하지는 말아주세요."
필요한 도움은 받되 선택은 내가 하고 싶다. 나의 삶은 내가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용인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의 장애인 시민으로서 장애인 당사자가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용인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
▲ 이해달 독자위원
ⓒ 용인시민신문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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