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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말
기후위기와 생태학살로 드러나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부정의. 하루하루 현실로 다가오는 생존의 위기 앞에서 과연 다른 세계는 가능할 것인가를 묻는다. 다른 세계는 물론 가능하다고 믿는다. 다만 다른 행성이 아니라 바로 여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땅과 아직 푸른 하늘과 바다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나무와 새들, 함께 호흡하는 뭇생명들이 공존하는 세계를 함께 상상하고자 한다.
▲ 사료용 GMO 모니터링 때 발견된 자생 GMO 옥수수(2020-10-19) (좌) 노지에서 자생 중인 옥수수, (우) 검사용 시료봉투에 담긴 자생 옥수수
ⓒ GMO반대전국행동
노지에 옥수수가 자라고 있다. 누군가 일부러 심은 건 아니다. 의심 어린 시선으로 주변을 훑는다. 옥수수 알곡이 떨어진 곳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과속방지턱, 커브길, 사료 공장 입구 턱. '옥수수를 실은 덤프트럭은 이쯤에서 차체가 심하게 흔들리며 낙곡이 발생했겠군' 추측한다. 노지의 옥수수를 '의심 작물'로 채취해 검사를 의뢰한다. 검사 결과는? 'GMO 옥수수'였다.(GMO :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유전자변형생물체)
이건 문제가 있다. 한국은 GMO 옥수수를 수입은 하지만, 국내에서 재배는 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입된 옥수수는 식품이나 사료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운송 중 떨어진 알곡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기 시작했다? 이는 철저히 관리되어야 할 GMO가 '관리망 밖으로 빠져나왔음'을 뜻한다.(그동안 과학자들은 땅에 떨어진 GMO 낟알이 싹을 틔울 확률은 "제로에 수렴한다"고 말해왔다)
이는 2020년 11월, 문재형 GMO반대전국행동 상임집행위원장이 민관합동조사에 참여해 실제로 확인한 장면이다. 이런 흔적을 찾아 마치 탐정처럼 전국의 항만과 사료공장 주변을 살피는 이들이 있다. 올해로 창립 10년을 맞은 시민사회 연대체 'GMO반대전국행동'이다. 문 위원장은 이곳의 실무를 이끌고 있다.
▲ 서울 양재동에 있는 한살림연합 사무실에서 만난 문재형 GMO반대전국행동 상임집행위원장. 2011년 한살림에 입사해, 현재 정책기획본부 정책기획2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 정소은
우연한 발견, 예정된 검역 실패
제초제를 뿌려도 죽지 않고 견디는 콩, 해충에 강한 옥수수, 갈변을 줄인 감자. 모두 GMO 농작물이다. 자연적인 교배로는 얻기 어려운 형질을 만들기 위해 다른 종의 유전자를 넣는 등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변형한 것.
GMO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국가 검역만큼은 철저하리라 믿어왔다. 그러나 그 믿음을 흔드는 유출 사고는 한두 번이 아니었다. 2017년 5월, 국립종자원이 강원도 태백의 유채꽃밭에서 '미승인 GMO 유채'를 발견했다. 역추적해 보니 중국에서 들여온 유채 종자 가운데 19톤이 GMO였고, 이미 전국 56곳에 뿌려진 뒤였다. 정식 수입 절차를 거친 종자였다. 중국은 GMO 유채 재배를 허용하지 않는 국가인 만큼 괜찮겠거니 여긴 것이다.
"불법으로 들여온 게 아니에요. 다 공식적으로 들어왔어요. 방심한 거죠."
같은 해, 드라마 <도깨비> 영향으로 화훼용 목화가 붐을 이루던 무렵, 농가에 보급된 품종 가운데 하나가 GMO로 확인됐다. 2023년에는 미승인 GMO 주키니(돼지호박) 종자가 국내에서 유통·재배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정부는 출하를 막고 주키니와 가공식품을 회수·폐기했고, 농가는 재배 중인 주키니를 일일이 뽑아내야 했다. 가격이 폭락해 주키니 한 상자가 500원에 팔린 적도 있었다. 이 사고들은 어떤 경로로 발견됐을까.
"한국의 GMO 유출 사고가 유채, 목화, 주키니 등 3건인데, 따지고 보면 다 우연히 발견됐어요. 어디선가 계속 새고 있는 거죠. 한국에 GMO가 들어오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예요. 검역 실패로 인한 유출, 그리고 공식 수입되는 GMO."
정식 절차를 밟아 들어오는 GMO는 해마다 사료용 약 1000만 톤, 식용 약 200만 톤에 이른다. 사료용은 대부분 옥수수, 식용은 콩과 옥수수가 중심이다(카놀라는 기름 상태로 들어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이들은 사료가 되고, 콩기름·옥수수유·간장·물엿의 원료가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것이 GMO인지 알고 먹었을까. 그동안 국내 GMO 표시제에는 커다란 빈틈이 있었다. GMO 원료를 썼다 해도 완성된 제품에 유전자 변형 DNA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으면 표시하지 않아도 되었다. 정제 과정을 거치는 기름, 간장, 물엿 등이 이에 속한다.
시민사회가 1999년부터 'GMO 완전표시제'를 요구해 온 이유다. 무엇을 먹을지 판단하기에 앞서, 적어도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는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요구는 지난해 말, 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오는 12월 31일 장류(ex.간장)를 시작으로, 당류(ex.물엿)와 식용유지류(ex.콩기름·카놀라유)에도 GMO 원료 사용 여부를 최종 제품에 표시하는 방안의 연내 시행이 유력해졌다.
쌀을 건드리자, 운동이 시작됐다
GMO 운동이 한국 사회에서 실존의 문제로 다가오기 시작한 건 2016년부터였다. 농촌진흥청이 'GM작물개발사업단'을 구성해, 전북 완주에서 GMO 벼를 시험 재배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역시 어찌 보면 우연이었다"고 문 위원장은 말했다. 연구용으로 승인된 GMO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는 '격리 포장 조사' 과정에서 발견한 것(전국행동은 지금도 매년 봄·가을마다 이 조사 활동을 나간다).
"우리나라 농업의 싱크탱크라 할 수 있는 농진청에서 GMO를 개발하고 있었고, '완주'라는 지역에서 시험 재배까지 하고 있는데, 관리조차 제대로 안 되고 있었던 거예요. 우리 내부의 고름 같은 게 드러난 거죠."
당시 GMO 쌀 개발의 초。은 화장품 원료에 있었다. 미백 성분을 강화한 GMO 벼를 재배해 그 성분을 추출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해외에 로열티를 내고 GMO를 들여오는 대신, 국내 기술로 만들어 보급하겠다는 계산도 있었다. 하지만 문 위원장은 "결국 다 돈과 관련된 것"이라고 봤다.
"농촌진흥청이 지금 완주에 있잖아요. 완주 인근 농민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죠. 그걸 계기로 GMO 이슈가 지역의 현장 문제로 강하게 다가왔던 거예요."
▲ (좌)농촌진흥청 앞 "GMO 쌀 개발 반대" 집회(2016-7-2), (우)"농촌진흥청 GM작물개발사업단" 해체 협약식(2017-9-1)
ⓒ GMO반대전국행동
"어떻게 쌀을 GMO로 할 생각을 하냐"며 지역 농민들은 분개했고, 전국 각지의 시민들이 결합해 농진청 앞에서 오랜 농성과 。거를 이어갔다. 그 싸움이 기폭제가 되어, 2016년 10월 13일 GMO반대전국행동이 출범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GMO 작물 개발사업단은 해체됐다. 농민과 시민이 함께 만들어낸 성과였다.
"우리에게 쌀은 '주식(主食)'이잖아요. GMO 종주국인 미국조차도 자기네 주식인 밀은 GMO로 하지 않아요. 반면, 옥수수는 멕시코의 주식이니까 그냥 (GMO로) 해버리는 거죠."
문 위원장은 국가의 '주식'을 건드리는 것은 곧 '식량 종속'의 문제라고 봤다.
"미국의 수법 중 하나가, 식량을 통해 종속시키고 싶은 나라가 있으면, 그 나라의 주식에 해당하는 곡물을 GMO화하는 거예요."
"유채를 GMO로 만든 걸 '카놀라'라고 하죠. 처음 카놀라가 캐나다에 심어질 때만 해도 유기농 유채도 있었어요. 근데 GMO가 무서운 게, 자연계에서 동일한 작물과 만나 '교잡'(서로 다른 개체가 교배해 유전 형질이 섞이는 것)이 되면 GMO의 DNA가 싹 다 전이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 캐나다의 유기농 유채는 전멸됐어요."
농업 선진국의 자부심을 지닌 캐나다 유기 농민들은 저항했지만 결국 지고 말았다. '특허' 때문이었다. 문 위원장은 이 대목에서 GMO 종자에 대한 '종속'이란, 단순 은유가 아니라고 했다. 만약 가까운 두 유채밭 사이에서 GMO 교잡이 일어난다면, 유기농민을 '피해자'로 여기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특허의 논리는 반대로 작동한다. 오히려 라이선스 없이 특허받은 GMO종자를 농민이 '무단 사용'한 것으로 해석한다.
미국의 '몬산토 경찰'을 예로 들면 더 노골적이다. 불특정 농장을 순회하면서 자사 고객이 아닌 농장주의 작물을 채취해, 그것이 GMO일 경우 '라이선스 무단 도용'으로 고발한다. 가령 A라는 사람이 종묘상에서 종자를 사면 그것은 A의 것이다. 그것을 심고 키워서 채종해 또 심어도 A의 것이다. 하지만 GMO의 논리는 다르다. 딱 정해진 기간 동안만 '이용'할 수 있다. 만약 1년 치 이용권만 있는 상태에서 이듬해에 자가 채종해 경작할 경우, 몬산토 경찰에 적발된다. '특허 침해'에 해당하는 것. 이쯤 되면 씨앗은 '심는' 것이 아닌, '구독'하는 개념에 가깝다.
씨앗은 자연증식하며 후대를 생산하는 생명이다. 하지만 씨앗을 일반 공산품처럼 소유하려는 순간, 모순이 무한증식한다. 산업재산권의 논리와 자연증식의 논리가 부딪치는 것이다. 공공재인 강물을 자기 것인 양 팔아 이익을 챙긴 봉이 김선달이 연상된다.
국토가 좁은 한국은 더 위험하다.
"미국은 땅이 넓어서 이격 거리를 100m 이상 띄우지만, 우리나라에서 유기농 하시는 분들은 이격 거리가 3~5m 정도예요. 한반도 땅이 좁으니까요. 옥수수의 교잡 거리는 이론상 최대 1km예요. 우리나라에서 실험한 바로는 800m에서도 교잡이 된다고 해요. 만약 GMO 재배가 허용되면 우리나라 토종이나 유기농은 다 전멸할 수밖에 없어요."
시민의 밥상, 정부는 '산업'으로 본다
국내 GMO 정책의 키는 누가 쥐고 있을까. '유전자변형생물체법'에 따라 설치된 '바이오안전성위원회'에는 산업통상부, 외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부, 기후에너지환경부, 해양수산부, 식품의약품안전처 8개 부처가 참여한다. 위원장은 산업통상부 장관이 맡는다. 산업통상부는 스스로를 "기업들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우리 경제를 역동적으로 성장시키는 실물경제의 주무 부처"라고 소개하고 있다. 소개 문구 어디에도 먹거리, 농업, 환경이라는 말은 보이지 않는다.
"보통 GMO라고 하면, 먹거리와 농업의 문제라고 생각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정부 부처에서는 이걸 '산업'의 문제로 바라보는 거죠. 컨트롤타워는 농림부가 맡는 게 적합할 텐데, 한국은 희한하게도 산업통상부가 맡고 있어요."
윤석열 정부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는*'유전자 가위' 규제 완화를 위한 정부 입법을 추진하기도 했다. 다행히 GMO반대전국행동이 막아내 폐기됐다.
*'유전자 가위' : 생물의 DNA에서 원하는 부분을 정확히 찾아 잘라내거나 바꾸는 기술. 다른 종의 유전자를 넣는 기존 GMO와 달리 외부 유전자 없이도 형질을 바꿀 수 있어, 개발 업계는 이를 의도적으로 GMO가 아닌 '유전자 편집'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문 위원장은 "유전자 가위는 GMO와 다를 바 없는, 3세대 GMO"라고 본다.
산업의 시선으로 농업을 바라보는 태도는 심사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해 농촌진흥청은 '미국산 GMO 감자에 문제가 없다'는 심사 결과를 낸 바 있다(미국산 GMO 감자에 대한 '작물재배환경 위해성 협의심사'에서 '적합' 판정).
생감자 자급률 100%인 한국에 수입 감자가 들어오면 감자 농가는 당연히 생계를 위협받는다. "농촌의 진흥을 위해 일해야 하는 기관이 대체 왜 그런 심사 결과를 냈느냐"고 항의하자, '우리 심사 항목 중에 그런 내용(농민과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은 없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처럼 지금의 심사체계는 'GMO 농작물 수입이 농민과 지역에 미칠 사회적·경제적 영향'을 평가할 준비조차 되어있지 않다.
바깥의 흐름도 심상치 않다. 일본은 2019년 유전자 가위 식품의 GMO 규제를 사실상 풀었다. 유전자 가위 참돔이 표시도 없이 팔리고, 유전자 가위 토마토 모종은 초등학교와 복지시설에 무상으로 배포되기도 했다. 올해 6월에는 유럽연합마저 유전자 가위 규제를 완화했다. "검역 주권과 식량 주권을 갖춘 나라 중에서 이제는 한국이 가장 선두에 있는 셈"이라고 문 위원장은 말했다.
GMO 완전표시제라는 숙원을 이룬 지금, 그의 시선은 이미 다음 의제를 향해 있다.
"완전표시제의 성과는 정말 축하할 일이지만, 이제는 '유전자 가위 규제 완화' 문제에 긴장하며 집중해야 해요."
국가 검역이 놓친 공백, 시민이 메웠다
▲ 민관합동조사 참여자들이 사료용 LMO(싹을 틔워 번식할 수 있는 GMO) 유출 조사활동 중이다. (좌)충북 사료용 LMO 민관합동조사(2024-11-14), (우)인천 사료용 LMO 민관합동조사(2025-11-17)
ⓒ GMO반대전국행동
국가 검역이 놓친 공백을 메워 온 건 시민들이었다. 2017년 유채 사고 발생 시 정부는 "향후 관리를 잘하겠다"며 넘어가려 했다. 하지만 GMO반대전국행동은 문제제기와 신뢰회복을 위해 향후 책임 있는 역할을 함께 하자는 의미에서 '합동조사'를 제안했다. 그렇게 시작된 '민관합동조사'가 올해로 10년째다. 참여자의 7~8할은 한살림 조합원이다. 지난해 11월 인천에서는 낙곡이 무더기로 나왔고, 옥수수 중에 식품용 GMO 콩까지 발견됐다. 유채는 해당 지역마다 일일이 제거하러 다녔다. 유채는 씨앗 하나를 심으면 백 개 넘는 씨앗을 퍼뜨리고, 남부에서는 겨울도 나는 작물이다.
"말은 이렇게 간단하게 하지만, 사실상 저희가 10년 동안 제거 작업을 해온 거예요."
주키니 사고 때는 법에 없던 보상도 이끌어냈다. 직접 피해를 본 농가는 다행히 모두 보상을 받았다. 그래도 상처는 남았다. 문 위원장이 만난 피해 농민 중에 "다시는 입 밖에 꺼내기도 싫다"는 분도 있었다.
이 모든 일을 하는 전국행동에 상근자는 한 명도 없다. 문 위원장도 한살림 업무와 겸직이다. 일본 시민사회에서는 한국 정부가 시민사회 앞에서 GMO 연구 사업을 보고하는 자리가 있다는 사실을 두고 "꿈같은 일"이라며 놀라워하기도 했다.
GMO에 맞서는 시민사회의 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문 위원장은 먹거리를 대하는 한국인의 정서에서 답을 찾았다. 대표적인 게 친환경 무상급식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좋은 걸 먹여야 한다, 좋은 먹거리는 가진 사람만 먹는 게 아니다, 모두가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이 정서가 한국인에게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GMO 반대 운동이 유지된다고 봅니다."
2017년 무렵, 서울시가 학부모들에게 가장 빨리 도입됐으면 하는 급식 정책을 물었을 때, 압도적 1위가 'Non-GMO 가공식품'이었다. 일부 이해관계자를 제외하면 한국에서 GMO를 반길 시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장류와 기름 시장을 장악한 대형 식품 기업도 마찬가지다. 종류별 품목을 두루 갖추고 있어 어떤 상황에서도 대체상품을 팔 수 있는 여건이기에, 그들 입장에선 "GMO? 안 해도 그만"인 것. 작은 국토에서 살아가는 농민에게는 GMO란 그저 '종자 오염의 위협'일 뿐이다. 사실상 한국 시민사회에서 GMO가 발붙일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문 위원장에게 토종 씨앗에 관해 물었다. 그는 노르웨이의 세계 최대 종자 저장고인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Svalbard Global Seed Vault)'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평소엔 굳게 닫혀 있다가 종자를 넣고 뺄 때만 열리는 곳이다. 저장고 설립을 이끈 캐리 파울러의 저서 <세계의 끝 씨앗 창고> 중에서 "종자 저장고에 GMO는 저장하지 않는다"는 대목을 인용했다.
"GMO는 종자로서 저장할 가치가 없다고 보는 거죠.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데이터 고유의 형질이 아닌 것을 보존할 가치가 없는 거예요."
그리고, 진정한 보존을 위해선 '다양성'도 함께 추구해야 함을 강조했다.
"우리가 콩밥 지어 먹을 때 쓰는 콩이 주로 서리태 아니면 백태잖아요. 원래는 선비잡이콩, 밤콩, 호랑이콩도 있고, 정말 다양했어요. 그런 걸 일상에서 먹을 수 있게 되면 GMO가 이런 다양성을 파괴한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지 않을까요."
씨앗은 저장고에 갇히기 위해 살지 않는다. 다음 해에 다시 심기고, 다음 세대의 밥상에 오르기 위해 존재한다. 완전표시제가 지키려는 것도 결국 "이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한 '알권리'다. 먹고자 하는 것을 보장받을 권리, 심고 또다시 심을 권리, 다양한 것을 먹을 권리,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 그 선택지를 남겨 줄 권리. 식량 주권이란, 단지 '무엇을 먹지 않을 권리' 그 이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 우리나라 토종콩. 왼쪽부터 선비잡이콩(선비콩), 아주까리밤콩, 호랑이콩.
ⓒ GMO반대전국행동
덧붙이는 글 | 기획 공동진행 : <(사)세상과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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