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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에서 5·18 재조명 토론회를 열었는데, 참석자 중에 허화평 씨가 있었다. 허 씨는 전두환 신군부에서 '쓰리 허' 중 한 명으로 전두환 정부의 실세였다. 이러한 허 씨가 공익재단 이사장을 맡으며 엄청난 부를 소유하고 있는데, 과연 이대로 괜찮은 걸까?
지난 18일 방송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5공 청산의 사각지대...허화평 재단의 비밀' 편에서는 전두환 정부의 실세였던 허화평 씨가 어떻게 부를 형성했는지와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 제5공화국의 사각지대를 조명했다. 자세한 취재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지난 21일 해당 리포트를 취재한 조명아 기자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조 기자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내빈석 첫 번째 줄에 앉아 있던 허화평
▲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 MBC
- 전두환 신군부의 실세 허화평씨 재산 추적은 어떻게 하게 됐나요?
"8월에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에서 5.18 재조명 포럼을 열었는데, 그때 허화평씨가 내빈석 첫 번째 줄에 앉아 있어 존재를 인지하게 됐습니다. 저는 나이가 많지 않다 보니 허화평씨 이름은 알아도 구체적인 행적은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당시 부장이던 선배가 허화평 씨가 토론회에 왔는데 재단과 관련해 문제도 있고 이야기도 있는 것 같으니 알아보라고 아이디어를 줬고, 하나하나 파 보게 됐습니다.
취재하다 보니 재단과 삶 모두에서 보도할 거리가 생각보다 많이 나왔습니다. 8월 말 첫 보도에서는 토론회 참석자로서 가볍게 다뤘지만, 5.18 토론회의 일부로 다룰 것이 아니라 따로 떼어 다룰 만하다고 판단해 다시 발제했고, 허화평씨와 그의 재단을 자세히 보도하게 됐습니다.
전에는 '쓰리허'라는 말을 많이 들어 봤습니다. 5공에서 실세 역할을 했고, 영화 <서울의 봄>을 보며 전두환의 책사, 5공의 브레인 역할을 한 사람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5공 때 만들어진 재단을 현재 이사장으로서 사실상 사유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취재 전에 전혀 몰랐습니다."
"가장 새롭게 안 건 현대사회연구소입니다. 5공 이후 청산된 일해재단과 같은 맥락으로, 전두환이 설립자이고 재벌 기업들의 출연을 받아 만들어진 연구소입니다. 이 연구소가 세월을 거치며 허화평 씨가 소장으로 취임하고 이사에서 이사장까지 올라가면서 사실상 사유화됐고, 이름도 바꿔 지금은 부동산 회사로 변모했습니다. 이런 내용은 저도 보도를 하면서 처음 알게 됐습니다.
하나하나 막힐 때마다 취재하다 보면 풀리는 시。이 있었습니다. 재벌 기업이 돈을 줘서 만든 재단이라는 기사는 많지만, 그 기업들이 돈을 얼마씩 언제 어떻게 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가 없다는 게 첫 번째 위기였습니다. 주무관청인 성남시 교육청에 국회의원실을 통해 자료를 요구해 어렵게 받으면서 실마리가 풀렸습니다.
예결산 자료는 국세청 공시가 이루어지는 공익 재단이라 공시 자료로 확인할 수 있었고, 관심 있는 회계사님과 변호사님의 도움을 받아 분석했습니다. 어려웠지만 순간순간 도움을 받아 잘 보도할 수 있었습니다."
- 방송 보니 공익 재단 같지 않던데요.
"출발은 1983년에 문교부에 공익 재단으로 등록을 신청한 것이고, 그 지위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어 공익 재단으로 분류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예결산안과 활동 내용을 보면 전체 수익 가운데 공익적 목적으로 쓰이는 것은 극히 일부여서, 공익 재단이라는 틀과 껍데기만 유지하는 수준이고 진정으로 힘을 쏟는 업무는 오히려 부동산 쪽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송에는 나가지 않았지만 이사회 회의록도 확보해 살펴봤습니다. 이곳은 연구소로 시작해 88년 파업으로 연구원들이 잘리기 전까지는 의미 있는 연구 결과도 많이 냈습니다. 88년 이후 정부 지원이 끊겨 어려웠던 시기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부동산으로 수익 구조가 좋아진 뒤에도 연구 투자에는 인색했습니다.
회의록에는 연구원을 뽑아야 하지 않느냐는 취지의 말이 나오자 정규직으로 뽑으면 파업할 수 있으니 비정규직으로만 뽑자는 식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지금도 정규직 연구원은 제가 알기로 거의 없고 외부 연구에 일부 현금을 지원하는 정도라,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공익 목적 쓰는 돈보다 인건비와 관리비가 더 많은 구조"
▲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 MBC
- 방송 보니까 사실상 부동산 임대업 같더라고요.
"공익 재단에는 주무관청이 있고, 이 재단의 주무관청은 성남시 교육청입니다. 부동산 사업을 한창 하던 때는 목적 사업 비율을 못 맞춰 행정지도를 받은 적이 있지만, 최근에는 별로 받지 않았습니다.
이 재단이 직원 인건비와 경상 경비까지 목적 사업 비용에 포함해 법적 기준 비율을 맞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질을 보면 직접 공익 목적에 쓰는 돈보다 인건비와 관리비가 더 많은 구조라 사실상 꼼수고, 그 덕에 행정지도를 피해 가고 있습니다. 변호사도 수치상 비율만 맞췄다고 그냥 둘 것이 아니라 주무관청이 실질에 맞게 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더 궁극적으로는 이 법인이 재벌 기업들의 출연금으로 만들어졌다는 .이 있습니다. 비슷하게 기업 출연으로 만들어진 일해재단은 재산의 약 96%를 국고로 환수하고 연구소를 유지할 정도의 재산만 남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재단은 비슷한 케이스인데도 전혀 제재받지 않고 있어, 저는 궁극적으로 재단 재산의 국고 환수도 법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 미래한국재단이 소유한 송파빌딩의 위탁 관리비가 6억 원 지출인데 건물 용역 업체 대표가 재단의 사무처장이더라고요.
"분량상 다루지 못했지만, 저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공익 재단이라 법적 검토는 더 받아 봐야 합니다. 이 재단은 자회사로 용역업체를 차렸고, 행정처장이 그 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전현직 직원들이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 재단이 부동산 임대업과 건축 매각업 허가받은 건 맞지만, 용역업체 운영까지 허가받은 수익 사업 범위에 들어가는지는 의문입니다. 재단 측에 질문했는데, 다른 질문에는 답했어도 이 질문에는 답하지 못했습니다.
이 용역 회사는 지금은 송파빌딩만 관리하지만, 초기에는 재단 건물과 관련 없는 지방 공장에 인부를 보내는 일도 했고 그 일로 수익도 냈습니다. 이사회 회의록에서 확인한 내용으로, 공익 재단이 할 일로는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법적 판단을 자세히 받거나 깊게 파 보지는 못해 이 정도까지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이번 방송에서 1983년 당시 재벌 총수 12명의 이름이 적힌 현대사회연구소 설립 기부금 내역서를 단독 입수했습니다. 당시 신군부가 대기업에 손을 벌린 구조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가장 의미 있었다고 생각하는 지。은 무엇인가요?
"친일 잔재 청산도 잘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5공의 잔재도 제대로 청산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청산이 제대로 안 돼서 잊히고 있었기에, 허화평씨가 현대사회연구소를 사유화하고 이를 통해 호의호식할 수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보도로 재벌 기업들이 직접 돈을 냈다는 리스트가 나가면서, 이 재단이 청산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을 법적으로 확실하게 보여 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부분이 가장 의미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판교에 있는 본사 사무실 가서 초인종 눌렀는데 아무도 안 나오더라고요.
"한 번만 간 것이 아니라 두 번 갔는데, 그때마다 사람이 없었습니다. 문에는 우체국 등기 배달 시 사람이 없으면 붙여 놓는 '부재 안내' 딱지가 붙어 있었는데, 저희가 간 시。보다 이틀쯤 전에 붙은 것이었습니다. 이를 봐서는 사람이 상주하는 곳이라고 보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 MBC
- 결국 3일 기다려서 허화평씨 만나셨잖아요.
"취재를 어느 정도 마치고 허화평씨를 만나러 간 것이라 묻고 싶은 질문이 많았고, 꼭 만나서 물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허화평씨는 여러 풍파와 역사적인 순간들 속에서 살아남아 지금까지 계신 분이라, 주눅 들지 않고 물어봐야 할 것을 제대로 물어봐야겠다고 마인드 컨트롤을 많이 했습니다. 이런 의문들을 대표해서 잘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90세 고령인데도 꼿꼿하고 정정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저희가 질문하자 "MBC가 나를 괴롭혔다"고 한마디하기도 했고, 아직 건강하게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상태라고 생각했습니다. 만났을 때도 위축되지 말고 물어볼 것을 잘 물어보자는 마음을 계속 되새겼습니다."
- 마지막 장면에서 5.18서울기념사업회 이사의 목소리를 담았더라고요.
"허화평씨가 사회 기득권으로서 막대한 재산과 부를 이루고 살고 있을 때, 이에 가장 분노하고 허탈해할 사람들이 누굴까 생각했더니 5.18 유공자분들이었습니다. 그분들의 목소리를 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마지막에 여운을 줄 수 있는 파트에 배치했고, 이 일을 바로잡아야 하는 이유를 그분들의 목소리로 꼭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분들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는데, 5공 세력이 잘 사는 모습을 보면서 정의가 과연 있느냐는 말씀을 저희에게 많이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의 목소리를 담아, 정의가 제대로 구현되려면 이번 일을 계기로 꼭 잔재 청산이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5공의 잔재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기회에 꼭 청산되면 좋겠다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었습니다. 반드시 청산하고 정리하고 가야 할 부분인데도, 우리 역사에서는 정치적 상황 속에서 화해라는 이유로 봉합되는 일이 반복돼 왔습니다. 5공 잔재도 그런 안타까운 역사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더 늦어지면 당사자들이 세상을 떠날 수도 있고, 재단이나 재산 문제는 규명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추적이 가능한 지금, 정치권이 단호하게 결단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취재 하며 재벌이 돈을 낸 기록이나 당시 상황을 볼 수 있는 이사회 기록이 모두 오래돼서, 주무관청에 요구해도 받기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방송에 핵심적으로 나간 것은 재단 관련 서류 일부지만, 배경을 파악하려고 예전에 땅을 샀던 내역과 폐쇄 등기부등본도 많이 요구하고 직접 발로 뛰며 떼러 다녔습니다. 기록이 오래돼 찾는 것 자체가 어려웠지만, 아직은 남아 있는 자료들이니 이런 자료가 남아 있을 때 제대로 정리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목소리를 담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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