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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은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현직 대통령이 탄핵으로 가는 길에 들어선 긴장감 가득한 해였다. 당시 10월 말 한 언론사의 집중 보도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문이 열렸고, 시민들은 촛불을 들었다. 그리고 5개월 후 대통령이 탄핵 당했다. 같은 해 커피 역사에서도 꽤 흥미롭고 획기적인 사건이 있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2016년 6월 15일 "커피는 암과 무관하다"는 전문가 집단의 평가를 근거로 커피를 '발암물질' 명단에서 제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IARC가 커피를 2B군 발암물질 명단에 수록했던 것이 1991년이었다. 2B군은 인체 암 유발 위험도를 분류한 5개 군 중 발암성이 있는 1군, 발암성 추정 물질의 2A군 다음 단계로 발암 가능 물질을 뜻한다. 무려 25년 만에 커피를 오명에서 해방시킨 흥미로운 발표였다. IARC 평가단은 커피가 오히려 일부 암에 걸릴 위험성을 줄여주는 것으로 평가했다. 커피가 간암과 자궁내막암 발생 위험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커피 음용에서 한 가지 주의할 。을 지적하기도 했다. 65도 이상 '매우 뜨거운 음료'는 식도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였다. 모든 음료에 해당하는 경고이기는 했다. 커피의 경우 65도 이하에서 마셔야 하는 더 큰 이유는 맛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커피가 지닌 여러 가지 향과 맛을 느끼기에 가장 좋은 상태가 바로 60~65도 정도이기 때문이다. 커피 애호가들을 안심시키고, 당시 유행하던 커피전문. 창업 열기를 더욱 뜨겁게 하는 발표였다. 2016년 발표된 서울시 자료를 보면 커피음료 판매。은 2012년부터 2014년 사이 2년 동안 1847개에서 3053개로 증가하였다. 65% 증가세를 보였다. 이런 흐름을 가속시키는 데 일조한 것 중 하나가 발암물질 명단에서의 커피 제외였다. 이런 열기를 타고 우리나라에 새로운 문화로 등장한 것이 지역 커피 축제의 활성화였다. 몇 가지 커피 축제가 이미 등장하여 운영되고 있었지만 2016년 이후 커피 축제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발암물질 명단에서의 커피 해방이 직접적인, 혹은 일차적인 원인일 수는 없지만 시대적 흐름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었다. 우리나라 커피 축제의 역사 ▲  많은 인파가 몰린 모 지역 커피축제 현장 우리나라에 커피 축제가 처음 등장한 것은 이보다 한 세대 전인 1975년이었다. 그해 5월 1일부터 31일까지 서울의 신세계백화.에서 '커피 페스티벌'이 열렸다. 한국차연구소 주최였던 이 행사에는 산지별 커피생두와 커피 도구, 커피 관련 사진이 전시되었다. 커피 시음 행사도 열렸고, 차 생활 상담도 이루어졌다. 이 행사를 주관한 신세계백화.은 24년 후 스타벅스 커피를 국내에 소개하는 주인공이 되었다.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준의 본격적인 커피 축제는 월드컵 축구 열기가 뜨거웠던 2002년에 시작되었다. 국제커피기구(ICO)와의 협력 하에 열리는 축제, 아시아 지역에서 열리는 커피 관련 첫 국제적 전시 행사로 출발한 서울카페쇼였다. 2017년에는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이 부대 행사의 하나로 열려 더욱 관심을 끌었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바리스타 경연대회였고, 세계 60개국에서 3000명이 참가하였다. 아시아에서는 도쿄(2007)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행사였다. 2017년 이미 유료 참관객이 14만 명을 넘어섰고, 최근에는 20만 명을 향해 가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커피 축제로 성장하였다. 2009년에는 지역 단위 커피 축제의 효시인 강릉커피축제가 시작되었다. 강릉시의 후원으로 이루어진 행사였고, 지역의 대표적인 커피 업체들이 적극 참여하였다. 이를 통해 커피 도시 강릉의 이미지는 더 강해졌고, 다른 지역 커피 축제의 모델이 되었다. 2012년에는 한국커피연합회(KCA)와 코엑스가 공동 주최하는 서울커피엑스포가 시작되었다. 한국커피연합회는 이후 대구국제커피&카페박람회와 부산커피쇼에도 공동 주최 단체로 참여하였다. 2013년에 서울 aT센터에서 '월간커피앤티' 주관으로 시작된 서울커피앤티페어는 농림축산식품부 후원 행사라는 .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박근혜-최순실게이트, 촛불집회, 대통령 탄핵, 대통령 선거로 。철되었던 2017년 10월에는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주관하고 서울시와 송파구청, 롯데월드타워가 후원하는 '청춘, 2017 커피 페스티벌'이 시작되었다. 발암물질에서 해방된 커피를 축하하는 듯한 행사였다. 다양한 커피 인문학 강의가 행사의 중심을 차지할 정도로 조금 색다른 모습의 커피 축제였다. 커피 애호가로 유명했던 김갑수 시인, <월간커피> 대표로 서울카페쇼를 만든 홍성대 대표 등이 강연자로 참여하였다. 현재까지 '청춘, 커피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서울 잠실에서 열리고 있다. 주최 측에 따르면, 10회째를 맞이한 2026년 9월 행사에는 2일 동안 유료 관객과 무료 관객을 합해 무려 50만 명이 참가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봄부터 가을까지 셀 수 없이 많은 도시와 거리에서, 다양한 이름으로 커피 축제가 열리고 있다. 민간단체나 커피 관련 협회가 주최하는 행사도 있고, 지방자치단체 주최의 행사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를 '커피공화국'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분명한 증거의 하나가 도시마다, 계절마다 열리는 커피 축제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커피 축제는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한계에 이른 한국의 커피 축제 ⓒ 오마이뉴스 우리나라의 커피 축제에는 다른 나라와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동경, 런던, 뉴욕 등에서 열리는 커피 축제나 전시회와는 다른 。이다. 첫째, 대단한 대중 동원이다. 서울카페쇼나 서울커피엑스포가 보여주듯이 유료 행사임에도 많은 커피 전문가, 커피 사업자, 그리고 커피 소비자들이 참가하고 즐긴다. 당일 현장 입장권을 구하려면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할 정도다. 둘째, 커피를 중심으로 지역의 정체성을 만들고, 도시 브랜드를 개발하며,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커피 축제를 활용하고 있다. 강릉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의 커피 소비문화가 단순한 음료 소비를 넘어 지역경제와 관광, 문화산업의 영역으로 확장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런 특징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커피 축제 문화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의 축제가 때와 장소만 달리할 뿐 내용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이다. 차별성 상실은 커피 축제의 양적 성장조차 느리게 만들고 있다. 질적 차별화를 통한 축제의 정체성 확보, 축제의 브랜딩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커피 시음, 바리스타 경연, 원두 판매, 디저트 판매, 음악 공연은 이제 거의 모든 커피 축제에서 볼 수 있는 뻔한 행사가 되었다. 이제는 축제의 목적이나 지역의 역사문화적 특성을 보여주는 내용으로 특성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올해 네 번째를 맞는 시흥 세계커피콩축제는 축제 명칭이 보여주듯이 행사의 주인공이 커피가 아니라 커피콩이라는 .에서 좋은 사례다. 커피콩 자체와 그 안에 담긴 생산국의 문화에 주목하는 행사로 기획되었다. 커피콩은 자연과 농업, 무역과 산업, 노동과 문화가 만나는 출발.이다. 어찌 보면 커피의 출발.이며 중심이 커피콩이라고 할 수 있다. 커피콩을 매개로 한 '세계 문화 축제'를 지향하는 것이 명칭에서 드러난다. 문제는 이런 기획 의도가 행사 내용으로 충실히 구현되고, 일반 관람객들에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되느냐이다. 이런 과제가 해결된다면 충분히 차별성 있는 커피 축제를 기획하려는 사람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역마다 열리는 우리나라 커피 축제의 두 번째 문제는 지역에 무엇을 남기는지가 불분명하다는 。이다. 대부분의 축제가 일회성 행사일뿐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올해로 네 번째를 맞이한 '경춘선 공릉숲길 커피축제'는 매우 모범적이었다. 노원구에서 주도한 이 축제는 이미 형성되어 있던 공릉동의 카페문화와 골목상권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내세웠다는 .이 획기적이다. 경춘선 폐선에 숲길을 조성하고, 카페와 골목상권을 만들고, 커피 축제를 개최함으로써 지역 상권 활성화를 시도하였다. 결과적으로 축제 기간 인근 상. 매출액이 평소보다 50% 이상 증가하였고, 두 번의 축제 후 지역 상인과 주민들의 요구로 축제 기간을 하루에서 이틀로 확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2026년에는 10만 명 이상이 방문하였다. 외부 유명 커피업체의 참여는 최소한이었고, 지역의 카페와 상인, 특히 청년마켓 창업자들이 주인공이었다는 。도 주목할 .이다. 노원구가 선언한 '문화축제 브랜드화'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커피 축제였다. 우리나라 커피 축제의 세 번째 문제.은 서사의 부족이다. 커피 축제가 단순히 먹고 마시고 쇼핑하는 행사를 넘어서는 방법의 하나는 커피의 생산과 역사에 관한 서사를 이벤트화하여 축제의 문화적 성격을 강화하는 것이다. 커피를 재배하는 농민의 삶, 생산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커피 무역과 노동, 공정한 거래와 환경 문제 등이다. 커피 소비국 한국과 많은 커피 생산국을 연결하는 문화적 이벤트의 개발과 이용을 적극 고려할 만하다. 이런 몇 가지 변화 노력을 통해 커피 축제가 커피를 많이 마시는 축제에서 커피를 더 깊이 이해하는 축제로 전환해야 할 시。이다. 커피가 어울리는 계절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멀어도 찾아가고 싶은, 매년 열려도 다시 가고 싶은, 뻔하지 않은 커피 축제가 열리는 나라가 진정한 커피공화국일 것이다. <커피 한잔에 담긴 문화사>의 저자,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덧붙이는 글 | 참고문헌 이길상(2025). 골드몽게임 <커피 한잔에 담긴 문화사>, 싱긋. 동안 1847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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