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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이 70여년간 쌓아온 연구개발 데이터를 AI가 활용할 수 있는 자산으로 바꿔 연구원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배서윤 아모레퍼시픽 연구원은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인더스트리 서밋'에 연사로 나서 "연구원이 데이터를 찾아다니는 대신 데이터가 연구원에게 답할 수 있도록 흩어진 사내 데이터를 한 곳에 연결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연구소는 화장품을 연구하고 처방을 짜는 곳이다. 그리고 연구원들은 처방과 원료, 시험 효능, 규제 등 다방면의 분야에서 매일 데이터를 만들어낸다.
배 연구원은 "이 데이터는 70여년 동안 회사에 쌓여 소중한 자산이 됐다"며 "연구원들은 과거 처방을 찾아볼 때와 원료를 선정할 때, 선행 시험 결과를 확인할 때, 클레임이나 국가별 규제를 검토할 때 이 데이터를 다시 찾아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자산을 필요한 순간에 꺼내 쓰기 어려웠다는 。이다.
주름 개선 에센스를 기획하는 연구원을 예로 들었다. 그는 "제품 하나를 기획하려면 효능과 임상, 규제 정보를 정리해야 하고 이 과정이 생각보다 너무 많다"며 "연구원들은 시스템에서 소재 이력을 찾고 보고서를 열어보고 엑셀을 정리한 뒤 임상 담당자를 직접 만나 임상 정보를 확인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규제 검토는 RA에 문의하고 회신을 끝까지 기다려야 했다"며 "기획 하나를 준비하려면 이 모든 과정을 거쳐야 했기 때문에 길게는 며칠씩 걸렸다"고 말했다.
불편은 기획 단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배 연구원은 "현업을 인터뷰해 보니 같은 문제가 다방면에서 나타났다"며 "처방을 비교할 때도 원료 정보나 과거 연구를 탐색할 때도 조회하고 모으고 다운로드해 알맞게 재가공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반복해야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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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업무는 달랐지만 반복되는 문제는 같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질문 하나로 해결될 문제가 왜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 배 연구원은 데이터가 없어서가 아니라 연결되지 않아서라고 진단했다. 그는 "데이터는 회사 안에 있었다"며 "정형 DB에도 있었지만 맥락이 없었고 비정형 문서에는 정말 많은 보고서가 있었지만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시스템마다 각각의 정보가 들어 있었지만 서로 연결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아모레퍼시픽이 찾는 방식 자체를 바꾸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배 연구원은 "데이터를 찾고 모으는 데 반복되는 시간을 없애고 싶었다"며 "흩어진 사내 데이터를 한 곳에 연결해 AI가 그 데이터를 모으고 정리해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당장 여러 번의 탐색을 하나의 질문으로 바꾸려면 먼저 데이터가 지나갈 길이 필요했다. 아모레퍼시픽이 구축한 '데이터 하이웨이'가 그 길이다. 배 연구원은 "데이터 하이웨이는 흩어진 연구 데이터를 AI가 바로 쓸 수 있도록 연결한 연구소의 데이터 플랫폼"이라며 "여러 시스템과 문서에 나뉘어 있던 연구 처방과 시험 보고서를 한 곳에 모으고 원료명과 용어, 형식을 정비해 AI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표준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형 데이터와 비정형 문서를 내용물 코드와 원료 코드에 연결해 함께 찾고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길이 닦이자 그 위를 달릴 서비스가 나왔다. 연구원들이 실제로 만나는 서비스 '레몬(LEMON)'이다.
'Lab Efficiency Mode On'의 약자로 연구소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뜻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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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연구원은 "연구원들이 기존에 쓰던 시스템의 정보를 데이터 하이웨이 1.0, 즉 AI 데이터 허브의 핵심 데이터로 축적했다"며 "이 정형과 비정형 데이터를 연결해 연구원들이 자연어로 질문할 수 있는 서비스 접.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레몬이 할 수 있는 일은 연구원이 여러 시스템을 오가며 하던 일과 겹친다. 배 연구원은 "레몬은 원료와 효능, 규제를 한 번에 연결해 다차원적인 선택을 가능하게 하고 처방과 제품 이력을 추적하며 시험이나 임상 보고서의 핵심 정보를 요약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 초기에 국가별 규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조기 탐지를 가능하게 했고 효능과 원가, 규제를 하나의 질문으로 묶어 복합적인 조건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 연구원은 어떤 시스템이나 메뉴가 아니라 궁금한 업무 질문부터 시작한다"며 "회사 데이터를 쫓아다니던 연구원들이 데이터에 직접 질문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사내 데이터를 안다는 것만으로 연구원의 기대를 채울 수는 없었다. 도입 과정에서 진행한 CBT와 UAT에서 연구원들의 눈높이가 이미 상용 AI에 맞춰져 있다는 。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배 연구원은 "연구원들은 ChatGPT나 코파일럿 같은 상용 AI에 익숙했다"며 "그래서 세 가지 가치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가 꼽은 기준은 기다린 만큼 가치 있는 정보를 얻는지, 그럴듯함보다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는지,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업무로 이어서 활용할 수 있는지였다. 배 연구원은 "사내 여러 데이터를 탐색하고 연결하는 과정에서는 응답 시간이 좀 더 걸릴 수 있다"며 "그래서 기준은 속도가 아니라 기다릴 가치가 있는 답을 주느냐였다"고 설명했다.
레몬은 이 세 가지 기준에 맞춰 설계됐다. 배 연구원은 "원료와 처방, 규제 보고서를 연결해 상용 AI에서는 얻을 수 없는 사내 데이터에서만 나오는 업무 맥락의 답을 제공했다"며 "답을 줄 때는 출처와 근거를 레퍼런스로 보여줘 원문에서 직접 더블 체크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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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 "여러 시스템의 정보를 하나의 표로 정리해 엑셀로 내려받아 다음 업무에 쓸 수 있게 했다"고 덧붙였다. 범용 AI가 줄 수 없는 답이 곧 사내 AI의 존재 이유라는 설명이다.
변화는 연구원들의 업무 시간에서 드러났다. 배 연구원은 도입 이후 연구원들을 다시 만나 달라진 .을 확인했다. 그는 "연구원 A씨는 처방 구성을 한눈에 파악하려고 처방별 파일을 내려받아 엑셀로 통합하고 원료를 비교하는 작업을 3명이 일주일 동안 했다"며 "이제는 레몬에 조건으로 처방을 질문하고 원료 유형을 비교해 뽑아달라고 하면 하루면 충분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원료 정보를 찾는 연구원의 반응도 비슷했다. 배 연구원은 "연구원 B씨는 원료 코드별 조회나 성분명, 원산지, 제조사 같은 정보 검색에 레몬을 활용하는데 '정직한 박사' 같다고 말했다"며 "레퍼런스와 함께 정확한 답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 역시 반나절 걸리던 일을 10분으로 줄였다고 한다.
신규 입사자에게도 레몬이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배 연구원은 "처음에는 선배에게 확인하거나 어디서부터 자료를 찾아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면 이제는 '레몬한테 한번 물어볼까'라는 말을 먼저 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연구소에 쌓인 경험이 사람을 거치지 않고도 신입에게 전달되고 있다는 의미다.
배 연구원은 흩어진 정보를 연결한 것이 연구원의 시간을 바꿨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복적인 정보 탐색은 AI에 맡기고 연구원은 판단과 실행, 본연의 업무인 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데이터 하이웨이와 레몬을 만들며 확인한 것은 AI 혁신의 본질이 기술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의 변화라는 ."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기술을 쓸지보다 어떤 일을 바꿀지부터 함께 정의하는 것이 출발.이었다"고 덧붙였다.
퍼시픽이 70여년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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