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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또 조 단위 베팅에 나선다. 스타필드 청라를 비롯한 대형 개발사업으로 자금 수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신세계프라퍼티를 통해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 인수에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하면서다. 정 회장이 과거 대형 투자에서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했던 사례가 적지 않았던 터라 이번 대규모 투자를 향한 우려의 시선이 짙어지고 있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프라퍼티는 최근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와 미국 투자운용사 레드버드캐피털파트너스 등이 추진하는 WBD 인수에 참여하기로 했다. 신세계그룹이 투자 기구 RB텐트폴의 지분 100%를 취득하고 이 투자 기구를 통해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와 위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합병과 관련 발행되는 신주의 간접 투자하는 구조다.
◇개발회사 1년 벌어들인 현금의 9배…1조원은 외부서 조달
신세계그룹은 이번 투자를 놓고 "단순 지분 투자를 넘어 그룹이 아시아 콘텐츠 시장의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할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WBD가 보유한 해리포터, 왕좌의 게임 등 글로벌 IP를 스타필드와 화성 스타베이시티 등에 접목하면 기존 부동산 개발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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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회장이 콘텐츠 사업에 관심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 회장은 지난 2018년 신년사에서 "세상에 없는 일류기업이 되려면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룹은 자체 캐릭터인 일렉트로맨을 활용한 한국형 히어로 영화 제작을 추진한 바 있다.
문제는 신세계프라퍼티가 감당해야 할 투자액이다. 지난해 신세계프라퍼티의 영업으로부터 창출된 현금흐름은 1504억원이고, 투자부동산 취득에는 2995억원을 사용했다. 이번 WBD 투자금은 지난해 영업으로 창출한 현금의 9배가 넘는 셈이다. 투자금 대부분도 외부에서 마련하는 모양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약 1조원을 메리츠증권을 상대로 한 사모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고, 나머지 보유 현금을 활용할 것으로 전해진다.
차입금도 빠르게 증가했다. 신세계프라퍼티의 총차입금은 2020년 7416억원에서 2024년 1조6868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올해는 신종자본증권을 차환하면서 1000억원을 추가 확보했다. 여기에 WBD 투자에 따른 외부 조달까지 더해지면 금융비용 부담이 한층 커질 수 있다. 또 투자 성과가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 차입에 따른 부담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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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WBD 투자는 신세계프라퍼티의 유일한 대규모 자금 수요가 아니라는 。도 부담이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스타필드 청라와 화성 스타베이시티, 동서울터미널 복합개발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부동산 개발사업은 착공부터 준공, 운영 안정화까지 장기간 자금이 투입되는 구조다. 기존 개발사업에 필요한 투자금을 확보하면서 해외 콘텐츠 투자에 따른 차입금을 감당해야 하는 만큼 향후 현금흐름 관리가 중요해졌다.
◇지마켓·쉐이퍼 빈야드…시너지 내걸었던 과거 투자 성적표
그간 신세계그룹은 대규모 투자 때마다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강조해왔다. 정용진 회장은 공격적인 M&A로 그룹 사업 영역을 넓혀왔지만 투자 규모에 걸맞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마켓이다. 이마트는 2021년 이베이코리아 지분 80%를 약 3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그룹은 SSG닷컴과 지마켓을 결합해 이커머스 경쟁력을 확보할 구상이었지만, 막대한 인수금액에도 두 플랫폼 간 시너지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JV)을 설립해 지마켓을 JV 산하에 편입시키며 전략을 수정했다.
신세계프라퍼티가 지난 2022년 약 3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미국 와이너리 쉐이퍼 빈야드도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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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룹은 기존 와인 사업과의 시너지를 기대했지만, 와인 시장 침체와 실적 부진이 이어졌고 관련 영업권은 전액 손상 처리됐다. 특히 쉐이퍼 빈야드는 이번 WBD 투자와 마찬가지로 신세계프라퍼티가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해 직접 투자한 사례라는 .에서 주목된다.
SSG닷컴도 기업공개(IPO)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마트와 신세계는 올해 재무적투자자(FI)가 보유한 SSG닷컴 지분을 되사오는 데 다시 조 단위 자금을 투입했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사업을 키우겠다는 구상이 오히려 추가적인 자금 부담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마트는 이같은 투자와 유통업 침체 등이 맞물리면서 2023년 창사 이래 첫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이마트는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고 .포 효율화에 나서면서 실적을 회복해왔다. 업계 안팎에선 이마트가 본업 경쟁력 강화, 재무구조 개선 등에 나섰던 만큼, 그룹 차원에서 다시 대형 M&A, 신사업 확장에 힘을 싣는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이 과거에도 대규모 투자 당시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강조했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다"면서 "이번에도 콘텐츠 사업과의 시너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기존 개발사업에 필요한 자금이 상당해 투자 규모에 걸맞는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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