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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제자 자공이 국가 경영의 으뜸을 물었을 때, 공자는 족식(足食·경제)과 족병(足兵·국방), 그리고 민신(民信·백성의 신뢰)을 꼽았다. 끝내 하나만 남겨야 한다면 공자의 선택은 망설임 없이 '민신'이었다. 군대나 경제가 없어도 국가 형태는 유지될 수 있지만,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면 국가라는 존재 자체가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의 가르침이다.
신뢰는 구겨진 종이와 같다. 한 번 구겨지고 찢어진 종이는 결코 원래의 매끄러운 상태로 돌이킬 수 없다. 국정 지지율 역시 마찬가지다. 취임 초의 기대감으로 높이 날아오르던 지지율은 신뢰가 흔들리는 순간 제어 불가능한 종이비행기처럼 추락한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맞닥뜨린 지지율 급락 사태는 단순한 지표의 하락 이 아닌, 국민적 신뢰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엄중한 경고음이다.
지지율 추락의 근본 원인은 법과 제도를 다루는 정부 여당의 경솔한 태도에 있다. 부동산 정책부터 검찰 수사권 개편에 이르기까지, 거대 여당은 "일단 시행해 보고 잘못되면 고치면 된다"는 식의 입법 강행을 되풀이해 왔다.
언제든 뒤바뀔 수 있는 법과 제도를 어떤 국민이 믿고 따르겠는가.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상실한 신법(新法)은 준법의식을 약화시키고, 나아가 국정 최고 책임자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되어 국정 동력 상실, 즉 레임덕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입법 과정에서의 협치 부재 역시 신뢰 자산을 갉아먹었다. 법과 제도를 신설할 때는 여당 내부의 논리만으로는 부족하다. 야당의 반대 논리를 기꺼이 수용하고 심사숙고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국민 대다수가 승복하는 단단한 제도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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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당의 무기력을 반사이익으로 삼는 국정 운영은 여권 내부의 오만과 계파 분열만을 부를 뿐이다. 견제 없는 권력은 독이 되고, 강한 야당이 존재할 때 비로소 강한 정부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지금 정부 여당의 모습은 신뢰 회복을 위한 근본적 성찰 대신 임기응변식 국면 전환에만 급급해 보인다. 겉포장만 바꾸는 식의 대책으로는 한 번 구겨진 국민의 마음을 펼 수 없다. 정부 여당은 지금이라도 일방적 독주를 멈추고,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며, 법의 무게감을 되찾아야 한다.
국가 존립의 마지막 보루인 '민신'을 잃는다면 그 어떤 정책도, 수사(修辭)도 국정 지지율의 추락을 막을 수 없다.
문성우 고문변호사(법무법인 바른)·전 법무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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