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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큰 명절, 추석이지요. 맑은 가을 하늘에 떠오른 달은 평소보다 크고 밝게 느껴졌기에, 특히 추석 때 사람들은 달을 보며 여러 꿈을 꾸곤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토끼가 떡방아를 찧는다고 생각했고, 중국에서는 천녀 항아가 산다고 여겼죠. 어딘가에서는 두꺼비나 게를 찾았고, 마녀나 사람의 얼굴을 보거나, 계수나무와 그 나무를 끝없이 베는 사람을 상상하기도 했어요. 둥글게 차올랐다가 줄어드는 달을 보며 게르만인들은 달의 신 마니가 늑대에게 쫓기는 풍경을 상상했는데, 날마다 모습을 바꾸는 달은 그 자체로 신비로운 존재였겠죠.
그러니 풍요로운 가을에 커다란 달을 맞이하는 추석이 특별해진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겁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 유리왕 때 왕녀들이 도읍의 여성들을 두 편으로 나누어 한 달 동안 길쌈 경쟁을 벌였다고 해요. 마지막 날인 8월 보름(음력)에 승부를 가리며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겼다는데, 어딘지 강강술래를 떠올리게 하죠. 가을밤 밝은 달 아래 많은 여성이 모여 경쟁하고 노래하며 춤추는 장면은 분명히 즐겁고도 인상적이었을 거예요. 지금도 많은 나라에서 이 시기를 즐기는 축제를 볼 수 있죠.
시간이 흐르면서 달을 바라보는 방법은 달라졌습니다. 중세시대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달을 보았을 때, 그건 흔히 생각했던 매끈한 공 형태가 아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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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퉁불퉁한 산과 움푹 팬 곳, 넓게 펼쳐진 어두운 영역이 가득한 달은 빛나는 천체인 동시에 지구처럼 땅을 가진 하나의 세계였어요.
달로 향하는 상상도 시대마다 다양하게 변했죠. 1800여 년 전 루키아노스가 쓴 『이카로메니포스』에서는 메니포스라는 사람이 새의 날개를 달고 달까지 올라갑니다. 그곳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니 사람들이 중요시하던 재산과 권력, 다툼이 모두 작고 하찮게 보였죠. 천문학자 케플러의 소설 『솜니움』(꿈)에서는 정령의 힘을 빌려 달로 가는데, 그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달에서 보면 지구와 하늘은 어떻게 보일까?’ 그는 달이 어떤지 상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달에서 바라본 지구의 움직임과 일식 같은 현상을 상상했어요. 에드거 앨런 포는 기구를 타고 달로 향했고, 쥘 베른은 거대한 대포로 사람을 실은 포탄을 발사했죠. 조지 웰스는 중력 차단 물질을 이용해 달로 날아가 셀레나이트라는 달의 주민을 만나는 이야기를 엮어냈습니다.
이렇게 달은 .차 가까워졌지만, 그만큼 달의 신비는 작아졌어요. .. 성능이 좋아지는 망원경을 통해 바라본 달에서는 토끼나 천녀가 발견되지 않았죠. 그래도 신비는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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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는 볼 수 없는 곳, 달의 뒷면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달은 항상 거의 같은 면을 지구로 향해서 오랫동안 그 뒤쪽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달의 뒷면엔 외계인이 살거나 비밀 도시가 숨어 있다고 상상해도 이상하지 않았죠.
1959년 드디어 사람들은 그곳을 보게 되었습니다. 소련의 루나 3호가 달의 뒷면을 찍어 보낸 거죠. 사진은 흐릿했지만, 비밀 왕국은 없었어요. 단지 앞면보다 훨씬 울퉁불퉁한 낯선 풍경뿐이었습니다. 쥘 베른이 달 여행을 상상하고 99년이 흐른 1968년엔 처음으로 직접 달의 뒷면을 보게 됐죠. 아폴로 8호의 우주비행사들은 달의 뒷면을 넘어, 달의 지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푸른 지구를 촬영했어요. 달을 보러 갔다가 오히려 지구를 새롭게 바라보게 된 거죠. 이듬해에는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습니다.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작은 한 걸음’을 내디딘 순간, 사람들은 깨달았습니다. 달은 전설과 달리 황량한 땅이라고.
2026년 봄에는 아르테미스 II가 우주비행사들을 태우고 달을 돌아봤어요. 수십 년 만에 가까이서 본 달은 변함없이 황량했지만, 그 너머에서 바라본 지구는 여전히 낯설고 아름다웠죠. 오래지 않아 인류는 다시 달에 내려설 것입니다. 신화와 전설의 존재를 찾을 수 없는 쓸쓸한 땅이 우리를 맞이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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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달의 신비는, 그 상상은 완전히 사라진 것일까요.
추석이 지나면 둥글고 밝았던 달은 조금씩 줄어들죠. 하지만 달 자체가 작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햇빛을 받지 않는 부분이 우리 눈에 어둡게 보일 뿐이죠. 그렇다면 달을 둘러싼 신비와 상상도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닐지 모릅니다. 달에 떡방아를 찧는 토끼나 아름다운 천녀가 살 가능성은 거의 없죠. 하지만 그렇다고 달을 상상할 이유까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이야기 속에서는 달 지하 깊숙한 곳에 숨어 사는 존재를 떠올릴 수도, 오래전 달에서 살아간 누군가의 흔적을 발견할 수도 있죠. 아직 아무도 없다면 앞으로 누군가가 살게 될 수도 있어요. 달에 집을 짓고, 창밖으로 지구가 떠오르는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 그곳에서 태어나 달을 고향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 그들은 먼 세계의 외계인이 아니라 우리의 후손일지도 모릅니다.
옛사람들은 달을 보며 토끼나 천녀를 상상했죠. 망원경이 생긴 뒤에는 어떻게 달에 갈지를 상상했고, 이제 우리는 그곳에서 어떻게 살아갈지를 생각해요. 상상의 방향이 바뀌었을 뿐, 달에 대한 상상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추석의 보름달은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달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죠. 우리가 달을 바라보는 한, 그곳엔 아직 많은 이야기가 생겨날 수 있습니다.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글=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움', Do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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