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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딜레마
애니 윌슨·라이언 해밀턴 지음
이상훈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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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지상 과제는 ‘성장’이다. 더 넓은 시장으로 진출하고, 더 많은 대중을 고객으로 끌어안는 것이 비즈니스의 당연한 수순. 그런데 미국 와튼스쿨과 에모리대학의 두 마케팅학 교수가 함께 쓴 ‘성장 딜레마’는 이 상식에 도전한다.
저자들은 마케팅 이론에서 많이 거론되지 않던 ‘성장의 역설’을 이야기한다. 브랜드 확장을 위해 새 고객을 유치할 때, 기존 고객이 원했던 브랜드의 특별한 가치가 흔들리는 변수에 주목했다. 시장을 넓히는 과정에서 신구 고객 집단 사이의 기대와 욕구가 상충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새 고객을 얻는 일이 오히려 오랜 충성 고객을 잃게 만들 수 있다는 역설이 바로 이 책에서 말하는 ‘성장 딜레마’다.
책에 제시된 사례를 들면, 스케이트보더들이 선망하던 뉴욕의 니치 브랜드 ‘슈프림’이 패션 시장으로 영역을 넓힐 때 코어 팬덤이 이탈한 현상이나, 하이엔드 스포츠카의 상징인 ‘포르쉐’가 중형 SUV를 출시할 때 기존 팬층이 느낀 실망감 등은 모두 서로 다른 니즈를 가진 고객층이 충돌한 결과다.
또 트랜스젠더 모델을 발탁해 포용성을 강조하려다 기존 소비층의 반발로 매출이 급락한 맥주 ‘버드 라이트’의 사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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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밖에 애플·디즈니랜드·크록스·버버리·나이키·스타벅스 등 유명 브랜드의 성공과 실패 경험을 통해 서로 다른 고객 집단이 브랜드와 어떻게 긴밀하게 연결되는지 살펴보고 있다.
책에 따르면, 오늘날 브랜드의 이미지는 기업이 제시하는 일방향의 메시지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누가 이 브랜드를 소비하는가, 즉 고객 집단의 취향과 가치관이 브랜드의 정체성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브랜드의 주도권이 기업에서 고객으로 이동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소셜미디어의 발달이 시장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메시지를 특정 집단에게만 조용히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다. 브랜드의 마케팅 행보가 실시간으로 소셜미디어와 알고리즘을 통해 공유되기 때문이다.
고객은 제품을 구매만 하는 수동적 소비자가 아니라 브랜드를 자기표현 수단으로 활용하는 능동적 존재다. 어떤 이는 제품의 기능과 편리함을 중시하고, 다른 이는 브랜드가 상징하는 취향과 지위를 소비하며, 또 어떤 사람은 브랜드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거나 특정한 공동체에 속한다는 감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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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중시하는 가치가 하나의 색깔이 아니라는 관。에서 보면, 브랜드의 성장은 서로 다른 욕구와 기대를 가진 사람들을 하나의 브랜드 안에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문제는 고객 집단의 서로 다른 기대와 욕구가 반드시 양립하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 이때 기업의 과제는 어느 한쪽을 무조건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 그 차이가 공존할 수 있는지, 아니면 구조적인 충돌을 일으키는지 판단해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신구 고객 집단을 연결하는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는 가운데,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 고객 집단을 과감히 떠나보내는 결단도 필요하다고 했다.
책의 관。을 기업 경영 넘어 다른 영역에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예컨대 정당이 지지층을 확대할 때나 온라인 공동체가 새 이용자를 받아들일 때도 신구 구성원 사이에 긴장이 발생한다. 두 개 이상의 집단이 어떤 브랜드에서 가치를 추구할 때는 언제나 충돌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충돌 관리’ 전략을 찾는 이 책의 문제의식은 더 넓은 사회적 의미를 가질 수도 있을 터. 성장의 딜레마를 성장의 기회로 바꾸려면 먼저 “네 고객을 알라”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지속 가능한 성장은 결국 서로 다른 고객들이 맺는 관계를 이해하고 조정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고객과 고객 사이의 관계를 디자인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배영대 서평가
Malgun G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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