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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 협곡과 능선을 가르며 전차와 화포가 내달리던 전술도로가 수풀에 덮여 사라지고 있다. 흐릿해진 바퀴 자국만이 그곳이 길이었음을 증명한다. 도로의 소멸은 단순한 지형 변화가 아니다. 우리 군의 내면에서 야전성이 어떻게 죽어가는지를 보여주는 명백한 경고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군의 혈관에는 실전의 피가 돌았다. 6·25 전쟁의 포연을 뚫은 선배들, 베트남 정글과 대침투작전의 사선을 넘나든 무사(武士)들의 경험이 군의 뼈대였다. 1982년 초 임관을 앞둔 소대장 실습 현장은 거친 숨결 그 자체였다. 5박6일 주야 연속 훈련에서 허락된 휴식은 하루 두세 시간의 쪽잠뿐이었다. 발을 떼지 못하면 뒤처진다는 절박함으로 졸면서 걸었던 주야 연속 행군, 험준한 산악을 돌파하던 궤도 장비의 굉음과 멈추지 않던 사격 소리는 군사적 전문성의 증명이었다. 군사학교는 밤마다 불야성을 이뤘다. 장교들은 도상연습과 참모 판단, 통합전투력 발휘를 위해 밤샘 토의를 거듭했다. 교정의 흙먼지 속에서도 전쟁의 냄새가 났다. 1957년 기갑학교 체력검정에서 쌀가마니를 메고 사력을 다해 달리던 장교의 모습처럼, 전쟁의 본질은 단련에 있었다. 선배들은 관리자가 아닌 무사였다. 자신의 칼날을 갈고, 검술을 익히며, 부하를 지도하고, 진법을 펴는 무인의 네 가지 업(業)에 청춘을 걸었다. ‘전쟁론’의 저자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는 군인이 겪는 위험과 육체적 고통이 어떻게 숭고한 군인적 덕목으로 승화되는지를 갈파했다. 군인은 위험 속에서만 자신의 본령을 찾으며, 타인이 겪지 못한 고통과 훈련의 상처를 이겨냈을 때 비로소 평범한 시민과 구별되는 고귀한 자부심을 얻는다. 전술은 책상 위의 글자가 아니었다. 군복에 밴 땀 냄새와 군화의 흙먼지, 사선을 넘나들며 졸음을 견뎌낸 숙달의 과정 속에서 완성되는 무사의 숙명이었다. 100년 뒤에 찾아온 로마의 파국: 갑옷을 벗은 군대의 말로 모바일파칭코게임 그러나 평화에 취하자 군기가 풀렸다. 병사들은 무장을 너무 무겁다고 여기기 시작해 거의 착용하지 않았다. 그들은 처음에는 갑옷 착용을, 그 다음에는 투구 착용을 중단해줄 것을 요구했다. 지휘부는 훈련의 고통을 피하려는 병사들의 나태를 방관했다. 베게티우스는 황제 발렌티니아누스 2세에게 군대의 쇠퇴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직언했다. 로마 사회는 이를 듣지 않았다. 결국 로마는 100여 년 뒤 허약해진 방어선이 뚫리며 지도상에서 사라졌다. 지금 우리 군의 모습이 망하기 직전의 로마군대와 무엇이 다른가. 젊은이들의 표 계산에 눈먼 정치권은 ‘인권’과 ‘평화’라는 번지르르한 간판을 내걸고 병사들의 나태와 기강 해이를 앞장서 허용했다. 그 결과 군대는 본래의 야성을 잃고 병들었다. 사고가 날까 두려워 실전 훈련은 취소된다. 간부는 병사 눈치를 보느라 지휘권을 포기했다. 전사들이 컴퓨터 모니터 앞 행정 서류에 파묻혀 있는 사이, 군은 속이 문드러진 고목으로 썩어 들어갔다. 어금니 빠진 40대 장년: 붕괴 직전의 야전 허리 지금 우리 군의 야전 현실은 40대 장년의 치아가 30~40%나 빠져 음식조차 씹지 못하는 초췌한 몰골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자료가 폭로한 수치는 재앙 그 자체다. 전방 보병사단 소대장과 부사관 결원율은 30~40%에 달한다. 전방 3개 소대 중 1개 소대는 지휘관도 없이 방치돼 있다. 2015년 4.5대 1이던 학군장교(ROTC) 지원율은 1.6대 1로 반토막 나며 사상 초유의 미달 사태를 빚었다. 학사장교와 부사관 지원율도 매년 바닥을 친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국가가 엘리트로 길러낸 육사 출신 장교들의 5년 차 전역 신청자가 최근 5년 새 2배 이상 치솟았다는 사실이다. 야전에서 소부대를 이끌고 적과 싸워야 할 초급간부들이 군을 탈출하고 있다 알라딘릴게임 . 군의 허리가 통째로 주저앉았다. 최전방 장병들이 실탄도 없는 빈 총을 들고 경계에 서고,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 남쪽을 침범해 몰래 지뢰를 매설하는 동안 군은 이를 알고도 1년 넘게 방치했다. 야전성은 거세됐고, 군은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공문 0건’과 참모총장의 직무유기 더 참담한 것은 군 수뇌부의 비겁한 침묵이다. 서부전선 25사단 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 남쪽 10m에서 우리 장병이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에 발목이 잘리며 피를 흘렸다. 명백한 적의 침범 앞에서도 군 수뇌부는 ‘도발’과 ‘조준사격’이라는 군 본연의 언어를 입 밖으로 내지조차 못했다. 안보관의 왜곡은 극에 달하고 있다. 최고 권력 주변에서는 “북핵은 방어용”이라는 위험한 인식이 흘러나오고, “드론이 뜨니 사관학교를 합치자”는 해괴한 논리로 군을 마구 흔들고 있다. 통합군이 되면 육·해·공군 구분 자체가 사라지는 줄 아는 사람들이 군사정책을 휘두르는데도, 군 수뇌부는 반박 한마디 못 한 채 입을 닫고 있다. 그 침묵의 극치가 80년 전통의 사관학교를 허물겠다는 ‘국군사관학교 통폐합’ 추진이다. 당사자인 사관생도의 91.3%가 반대한다. 그런데도 군 수뇌부는 청와대와 장관의 눈치만 보며 입을 닫고 있다.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진실은 경악스럽다. 국방부가 사관학교를 통폐합하겠다면서 육·해·공군 본부에 보낸 공식 의견 수렴 공문은 ‘0건’이었다. 육군도, 해군도, 공군도 공식 의견 제출 공문이 전무하다고 한다. 이는 직권남용과 직무유기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국군조직법 제10조는 각 군 참모총장이 해당 군의 ‘인사와 교육’을 총괄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장교 양성은 참모총장의 고유 권한이자 존재 이유다. 장관이 법적 절차도 없이 자기 권한을 마음대로 주무르는데도 한마디 반대 의견조차 내지 못하면 참모총장 자격이 있는가. 바다신게임 “앞으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말은 결론을 정해놓고 요식 행위를 거치겠다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자기 부하들의 정체성이 훼손되는데도 침묵하는 장군단이 유사시 국가 안보와 5천만 국민의 생명을 지켜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의 군사정책은 정치권의 단순한 보복이나 정략적 계산 수준을 넘어섰다. 국가의 생존을 뿌리부터 뒤흔드는 치명적인 안보 위기를 부를 수 있다. 군을 정치의 늪에서 구출하라: 각 군 사관학교 수호와 무인 전통의 부활 정권의 백을 믿고 군을 흔드는 폴리페서들은 헌법과 민주주의를 팔아 사관학교를 이념의 실험장으로 만들려 한다. 고려 의종 때 무인의 수염을 촛불로 태우며 능멸했던 문신들의 오만과 무엇이 다른가? 군복의 무게를 모르는 자들이 군을 정략의 노리개로 전락시키는 사회에서, 어떤 청년이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는가. 클라우제비츠가 갈파했듯, 군대는 혹독한 훈련과 전장의 고통을 피하는 집단이 아니라 그것을 무인의 긍지이자 자부심으로 삼는 집단이다. 실전적 훈련의 고통을 영예로 여기던 자랑스러운 군 전통을 시급히 부활시켜야 한다. 각 군의 고유한 전장 환경과 전문성을 지탱해 온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온전히 지켜내는 일은 그 출발.이다. 우리 군은 스스로 환부를 도려낼 자정능력을 잃었다. 수뇌부는 제 권리도 찾지 못하고 할 말도 못 한다. 정치권 눈치 보기가 선을 넘었다. 더 늦기 전에 국민이 나서야 한다. 군이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하지 않고 오직 헌법과 국민에게 충성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군사 문제만큼은 군이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군정권과 지휘권의 독립을 보장하는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 국민이 지켜주지 않으면 군은 바로 서지 못한다. 수풀에 뒤덮인 전술도로를 다시 열어야 한다. 이빨 빠진 군대에 다시 서슬 퍼런 칼날을 쥐여주어야 한다. 군이 침묵할 때, 그 대가는 언제나 국민의 피와 눈물이었다. 오상봉 예비역 육군 대령. 전 삼성반도체 예비군 여단장·육군 신지식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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