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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모델 경쟁에서 서비스·가치 창출 경쟁으로…글로벌 빅테크와 국내 플랫폼 격차 확대
전문가 패널, 산업 진흥과 규제 재설계 강조…시장 실패와 이용자 후생부터 따져야
AI 에이전트가 이용자 접. 재편…자율규제 실효성과 디지털 서비스 수출 경쟁력 확보 과제 부상
인공지능(AI)이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상품을 추천하고 거래까지 실행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일부 AI 서비스에서는 이용자가 쇼핑 플랫폼에 직접 접속하지 않고도 AI 에이전트에 원하는 조건을 입력해 상품을 비교하거나, 연동된 서비스를 통해 구매 절차까지 진행할 수 있다. 플랫폼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검색과 추천, 거래의 접.이 AI로 이동하면서 기존 플랫폼 기업이 경쟁해야 할 상대와 시장의 경계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플랫폼 산업의 경쟁력은 이용자와 판매자를 연결하고 네트워크 효과를 확대하는 데 있었다. 그러나 이제 AI 모델 개발사와 클라우드 사업자, 하드웨어 제조사까지 이용자 접。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AI 모델의 성능을 높이는 기술 경쟁은 확보한 AI 역량을 실제 서비스로 전환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가치를 누가 가져갈 것인지를 둘러싼 경쟁으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에 국내 플랫폼 산업과 관련 정책이 얼마나 시의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느냐다. 구글과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부터 모델, 서비스에 이르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동안 국내에서는 시장지배력과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플랫폼 규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플랫폼의 사회적 영향력에 상응하는 책임은 필요하지만, 산업의 경쟁 환경 자체가 달라진 상황에서 기존의 규제 방식만으로 대응하는 것이 적절한지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산업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이용자 보호나 공정경쟁 원칙을 후순위로 미룰 수는 없다. 플랫폼에는 입. 사업자와 소비자, 개발자, 노동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한다. 특정 집단의 부담을 줄이는 정책이 다른 참여자에게 새로운 비용을 발생시킬 가능성도 있는 만큼 규제의 실질적 효과와 산업 혁신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얼마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플랫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 과제' 세미나에서 구체화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디지털플랫폼 정책포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정보통신법학회가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는 AI 시대 플랫폼의 역할 변화와 규제 개선을 주제로 한 발제에 이어 학계와 산업계, 정부 관계자들이 국내 플랫폼 산업의 경쟁력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
AI 경쟁의 중심 이동…플랫폼, 가치 창출의 핵심 통로로
이날 행사에서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이경선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박사는 'AI 시대 플랫폼의 가치와 정책 방향'을 주제로 글로벌 플랫폼 산업의 경쟁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을 강조했다. 특히 지난 수년간 국내 플랫폼 규제 논의가 이어지는 사이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사업자들이 등장하면서 기존 플랫폼의 경쟁 환경도 크게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이 박사는 이러한 변화를 국내외 플랫폼 기업 간 시가총액 격차 사례로 설명했다. 발제에서 제시한 비교에 따르면 알파벳(구글)과 네이버의 시가총액 격차는 2020년 약 27배에서 약 175배(9월 11일 기준)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애플과 카카오의 격차도 약 71배에서 426배로 벌어졌다.
이 박사가 주목한 것은 AI 산업의 경쟁 중심이 모델 확보에서 활용과 가치 창출로 이동하고 있다는 。이다. AI 모델의 성능이 빠르게 발전하고 관련 기술의 활용이 확산되면서 우수한 모델을 확보하는 것만으로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유지하기는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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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박사는 이러한 변화를 설명하며 AI가 텍스트 등을 처리할 때 사용하는 데이터 단위인 '토큰'에 주목했다.
“최근에는 토큰 경제가 굉장히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단위당 토큰 비용이 내려가고 있는데도 연산량이 엄청나게 증가하면서 전체 토큰 비용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것은 AI가 더 이상 연구개발 중심의 기술만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생산되고 소비되는 경제적 서비스로 전환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경쟁은 AI 역량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를 넘어서 어떻게 서비스로 만들고 산업적인 가치를 창출하느냐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플랫폼은 AI 기술을 이용자와 산업 현장에 연결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AI 인프라나 전문 인력을 확보하지 않더라도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활용해 AI 기술을 도입하고 업무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박사는 네이버쇼핑과 숙박·여행 관련 플랫폼 사례를 통해 이러한 효과를 설명했다. 플랫폼에 AI 기능이 도입되면 소규모 판매자와 숙박업체도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로 고도화된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으며, 플랫폼은 이용자와의 상호작용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다시 서비스 개선과 AI 모델 고도화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구조는 AI 활용 확대, 데이터 축적, 모델 개선, 서비스 혁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형성할 수 있다. 정부의 AI 인프라 투자 역시 실제 서비스 수요와 연결되지 못한다면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로 발전하기 어렵다는 .에서 플랫폼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경쟁의 영역도 확대되고 있다. 기존 플랫폼 기업들이 AI 모델을 서비스에 통합하는 동시에 오픈AI(OpenAI), 앤트로픽(Anthropic) 등 AI 모델 기업들은 이용자와 직접 만나는 애플리케이션 영역으로 진출하고 있다. 구글 등 인프라와 모델, 서비스를 함께 보유한 기업들은 각 사업 영역에서 확보한 기술과 데이터를 결합해 경쟁우위를 강화하고 있다. 이 박사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국내 플랫폼 정책의 우선순위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프라 경쟁에서는 천문학적인 자본력을 가진 기업들 간의 싸움이었다면, 가치 창출 단계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기업들이 애플리케이션 단계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굉장한 기회가 될 수 있겠지만, 진입이 늦어진다면 미국이나 중국 기업들이 서비스 생태계의 표준을 고착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우리나라의 플랫폼 정책과 AI 정책의 틀이 좀 바뀌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국내 플랫폼의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플랫폼 정책의 핵심 목표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정책 방향으로는 AI 인프라·모델·데이터·플랫폼·서비스 간 연계 강화와 산업 경쟁력 중심의 정책 목표 재설정을 제안했다. 또한 소수 글로벌 기업이 장악한 AI 인프라 영역에서 경쟁제한 행위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응하되, 기업의 규모보다 실질적인 경쟁제한 효과와 혁신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규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 진흥과 이용자 보호, 공정경쟁을 함께 조정하는 정책 거버넌스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기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자율규제 체계를 마련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관련 정책을 종합적으로 조정하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규제의 명분보다 실효성…시장 실패·집행 가능성·이용자 후생 강조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선지원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플랫폼 산업의 규제 현안과 개선 방안'을 주제로 플랫폼에 대한 기존 규제 방식의 적정성을 검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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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교수는 플랫폼의 핵심 기능이 중개와 연결에 있다는 。에서 논의를 시작했다. 온라인 플랫폼은 단순히 상품과 서비스를 거래하는 공간을 넘어 이용자의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연결하는 복합적인 구조로 발전하고 있으며, AI 도입으로 이러한 관계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선 교수는 플랫폼의 규모와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추가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접근은 경계했다. 플랫폼 사업자의 특정 행위가 실제로 경쟁을 제한하거나 이용자에게 피해를 발생시켰는지 확인하고, 해당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절한 규제 수단이 무엇인지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선 교수는 플랫폼에 대한 직접적인 사전규제를 검토할 때 세 가지 질문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째는 별도의 규제를 도입할 만큼 시장 실패가 실제로 발생했는지, 둘째는 복잡한 플랫폼 산업에서 해당 규제를 실질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지, 셋째는 그 규제가 궁극적으로 이용자 후생에 도움이 되는지다.
특히 플랫폼은 산업과 서비스 유형에 따라 거래 구조가 다르고 여러 이해관계자의 활동이 결합돼 있어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할 경우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선 교수의 설명이다. 기존 공정거래법이나 다른 관련 법률이 작동하는 영역에 새로운 의무를 추가하는 것이 실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선 교수는 유럽연합(EU)의 정책 변화를 사례로 제시했다. EU는 디지털서비스법(DSA)과 디지털시장법(DMA)을 통해 플랫폼의 책임과 경쟁 관련 의무를 강화해 왔지만, 최근에는 디지털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일부 규제의 적용 일정과 부담을 조정하고 있다.
특히 EU는 지난 7월 AI법 개정 규정을 채택해 일부 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한 의무 적용 시.을 연기했다. 독립형 고위험 AI 시스템 관련 의무는 2027년 12월 2일부터, 관련 제품에 내장된 고위험 AI 시스템 관련 의무는 2028년 8월 2일부터 적용하도록 조정했다. 선 교수는 이러한 움직임을 산업 혁신과 규제의 균형을 재검토하는 정책 변화의 사례로 설명했다.
하지만 그에 반해 국내에서는 전자상거래법,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 보호 관련 법령, AI 기본법 등 여러 규범이 플랫폼 사업자에게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는 것이 선 교수의 지적이다. 서로 다른 법률에 따른 규제 부담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각각의 규제가 실제로 해결하려는 문제와 그 효과를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선 교수는 이용자를 일방적인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기반 플랫폼에서는 이용자가 다양한 서비스를 선택하고 직접 활동에 참여하는 만큼 선택권과 자유로운 이용 가능성도 중요한 정책 목표가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제가 오늘 말씀드리는 건 플랫폼에 대해서 전혀 규제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아닙니다. 슬기롭고 합리적으로 이용자 후생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규제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 규제 방식으로는 자율규제가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자율규제 역시 일률적으로 구성할 것이 아니라 세부 영역과 문제의 다양성을 고려해 방식도 다양하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AI 에이전트 시대의 플랫폼 정책…규제 실효성과 산업 경쟁력을 함께 묻다
이성엽 고려대학교 교수 겸 한국정보통신법학회장이 좌장을 맡은 종합토론에서도 플랫폼 규제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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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널로는 황용석 건국대학교 교수, 황혜선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박성식 놀유니버스 대외협력대표, 김용환 네이버 리더, 김성옥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박사, 조영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 구희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플랫폼·OTT 정책팀장 등이 참석했다.
먼저 발언에 나선 황용석 교수는 플랫폼을 단일 기업이 아닌 산업 생태계이자 의사소통 생태계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가치사슬과 참여자가 연결된 플랫폼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기업 규모만을 기준으로 규제할 경우 산업 전반에 예상하지 못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황 교수는 특히 AI 모델과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국가 AI 경쟁력을 완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확보한 기술을 사회와 산업에 적용하고 이용자 접.까지 연결하는 플랫폼의 역할이 중요하며, 이용자 수요와 피드백을 통해 데이터와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황 교수는 플랫폼 규제 역시 기업 규모뿐 아니라 연결된 참여자에게 미치는 파급효과와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율규제도 기업에는 비용을 수반하는 규제인 만큼 사회가 요구하는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정책 판단을 할 때 무엇을 보호해야 하고, 보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와 효과가 무엇인지를 봐야 합니다. 단순히 규범적으로 판단할 게 아니라 각각의 효과를 경험적으로 찾아내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국 플랫폼이 빈 그릇처럼 남게 되면 우리의 데이터 경쟁력도 없어지고 소상공인들의 기회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어 황혜선 변호사는 경쟁법 실무 관.에서 플랫폼 기업의 특정 행위가 실제로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지 정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사우대나 끼워팔기 등으로 해석될 수 있는 행위라도 이용자 편의 증대나 거래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동반할 수 있는 만큼 구체적인 시장 영향에 근거해 위법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황 변호사는 2025년 10월 16일 대법원이 네이버쇼핑 검색 알고리즘 관련 자사우대 사건의 원심을 파기환송한 판결을 언급했다. 이 판결이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만으로 경쟁사업자에 대한 동등대우 의무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과 경쟁제한 효과에 대한 구체적인 심사의 필요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특히 황 변호사는 AI 산업이 반도체와 클라우드, AI 모델, 응용 서비스 등 여러 계층으로 구성돼 있고 계층별 경쟁 양상과 참여 사업자가 다르다는 。에 주목했다. 기존 빅테크의 시장지배력이 AI 산업에서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가정만으로 선제적인 규제를 도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AI 시장은 오히려 독.화되기보다는 새로운 경쟁 압력을 계속 받고 있고, 새로운 시장에서 성과 경쟁이 치열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관.도 있습니다. 이런 시장이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시。에 선언적인 문제 제기를 하기보다는 먼저 시장을 연구하고 분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되는 행위가 있다면 그 행위가 관련되는 영역을 선별해서 핀포인트로 통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박성식 놀유니버스 대외협력대표는 숙박·여행 산업의 사례를 들어 플랫폼마다 다른 거래 구조와 사업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플랫폼 규제 논의에서 개별 산업의 구조적 차이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을 지적했다.
“결국 플랫폼은 산업 중립적인 그릇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설정할 때는 무엇을 염두에 둬야 할지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플랫폼은 여러 가지 산업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지, 플랫폼 자체를 하나의 산업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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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여행뿐 아니라 이커머스, 배달, 모빌리티, 핀테크, 콘텐츠 유통까지 굉장히 많은 플랫폼이 있는데 실제 거래 구조는 다릅니다.”
박 대표는 숙박·여행 산업에서 공급자와 소비자, 플랫폼 간 거래 관계가 일반적인 전자상거래보다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사나 대형 호텔 체인처럼 플랫폼보다 거래상 우위에 있는 공급자도 존재하며, 글로벌 유통시스템 사업자까지 관여하는 경우에는 플랫폼이 거래조건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OTA)와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국내 플랫폼에 일률적인 수수료 규제가 적용될 경우 투자 여력과 가격 경쟁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특히 박 대표는 예약 취소와 환불 문제를 산업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는 사례로 제시했다. 숙박과 항공 상품은 특정 시간과 공간을 판매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이용 시.이 지나면 상품의 가치가 사라지거나 크게 달라진다. 이에 따라 일반적인 전자상거래 상품과 동일한 청약철회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적절한지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네이버의 김용환 리더(박사)는 플랫폼 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당장의 시장 문제를 해결하는 단기적 접근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정책 목표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플랫폼 산업의 성과를 기업 시가총액뿐 아니라 디지털 서비스의 국제 경쟁력과 수출 실적 등 다양한 지표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김 리더는 기존 제조업 중심의 수출 구조와 달리 한국의 디지털 서비스 수출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특히 김 리더는 이날 자료집을 통해서 한국의 2025년 디지털 전달 서비스 무역수지가 137억 5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는 수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디지털 서비스 수지를 개선하려면 수입을 막는 방법도 있고, 우리가 수출할 수 있는 상품을 키우는 방법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유럽의 사례를 보더라도 규제로 장벽을 세운다고 수입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결국 우리가 수출할 수 있는 디지털 서비스 상품들을 키워야 하고, 무엇을 키워낼 것인지를 봐야 합니다. AI도 우리가 키워 나가야 할 중요한 디지털 서비스 수출 상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김 리더는 구체적인 수출 가능 분야로 AI 팩토리와 AI 토큰, 로봇친화형 건축물 운영 시스템, 고령자 대상 AI 돌봄 서비스 등을 제시했다. 특히 AI 기술을 적용한 건축물 운영 시스템은 물리적 시설뿐 아니라 운영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구독형 수출 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본에 제공하고 있는 AI 기반 돌봄 서비스 사례를 언급하며 고령화 등 해외 시장의 구체적인 수요에 대응하는 서비스 상품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김성옥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박사는 AI 에이전트의 확산이 기존 플랫폼의 기능과 시장 권력 구조를 변화시킬 가능성에 주목했다. 기존 플랫폼이 수행하던 탐색과 추천, 거래, 결제, 이행 등의 기능이 AI 기술을 통해 분해되고 새로운 방식으로 재조합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박사는 특히 이용자와 직접 만나는 접.을 AI 기업이 장악하더라도 상품과 서비스를 실제로 공급하는 기존 플랫폼의 역할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AI 에이전트가 이용자의 요청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기존 플랫폼이 보유한 거래 이행 능력과 전략적 자산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에이전트가 더 광범위하게 활성화되고 나면 실행을 하는 주체는 따로 있고, 이용자 접.을 장악하는 굉장히 가벼운 몸체를 가진 주체가 게이트키퍼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접。을 가져가면서 이 게이트키퍼가 가지는 시장 배분의 권한이나 시장지배력을 과연 지금의 개념으로 규율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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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체는 작아지지만 게이트키핑의 역할은 더 강력해질 수 있기 때문에 게이트키퍼라는 개념을 다시 생각해 볼 시.이 아닌가 싶습니다.”
김 박사는 AI 시대의 혁신 구조 역시 양극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에서는 1인 창업이나 소규모 스타트업이 AI를 활용해 개별 기능을 개선하는 작은 혁신이 나타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글로벌 빅테크가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술과 서비스 자산을 흡수하는 움직임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조영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플랫폼 규제가 특정 이해관계자의 처우 개선에 집중하면서 서비스 이용자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중개 거래에는 판매자와 소비자뿐 아니라 배달 노동자, 중소 입。업체, 대형 브랜드 등 다양한 참여자가 연결돼 있는데도 정책 논의가 일부 이해관계자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수수료 규제와 정산주기 단축 등 사업자의 부담을 줄이려는 정책이 다른 참여자에게 비용을 전가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중개수수료 상한 규제나 정산주기 단축도 선한 의도에서 출발했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 비용은 어디론가 전가될 겁니다. 그렇다면 전 국민이 이용하는 배달이나 온라인 쇼핑의 물가 상승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배달앱 의존도가 높은 20·30대의 실질적인 생활비 부담은 높아질 텐데,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가 충분히 다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구희선 과기정통부 플랫폼·OTT 정책팀장은 국내 플랫폼 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규제의 실효성 문제를 정책 수립 과정에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 팀장은 앞선 발제에서 제기된 글로벌 빅테크와 국내 플랫폼 간 기업가치 격차가 국내 플랫폼 정책의 방향을 돌아볼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특히 혁신과 이용자 보호, 공정거래를 분리된 과제로 접근하기보다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제안에 주목했다.
또한 새로운 직접규제를 도입할 정도로 시장 실패가 존재했는지, 규제 도입 이후 실질적인 집행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 규제가 이용자 후생에 도움이 되는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 팀장은 정부가 플랫폼 이용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소통 기반 정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안도 향후 정책 검토 과정에서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AI·AX 시대에 플랫폼이 AI 기술을 활용해서 실제 서비스와 산업으로 연결하는 혁신의 허브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디지털 플랫폼 정책포럼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전문가들과 여러 정책 의제를 논의해 왔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플랫폼 기업들과 자율규제 원칙을 마련하고 이행 현황을 。검하면서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정부와 기업, 이용자가 함께하는 책임 있는 자율규제가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이날 종합토론은 플랫폼 규제가 개별 기업의 행위를 제한하는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산업 생태계와 기술 변화, 시장 참여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특히 AI 에이전트의 확산으로 기존 플랫폼의 검색과 추천, 거래 기능이 재편되고 새로운 시장 통제 주체가 등장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존의 기업 규모 중심 규제 체계가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가 핵심 쟁。으로 떠올랐다.
다만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 개선이 이용자 보호나 공정경쟁 원칙의 후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도 강조됐다. 결국 당면한 플랫폼 산업의 과제는 AI 기술을 산업적 가치와 수출 경쟁력으로 연결하면서도 시장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경쟁제한 행위에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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