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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0회 작성일 26-10-25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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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말쯤 나는 참으로 심각한 갈등에 빠져 있었다. 원고를 써달라는 잡지사의 청탁 전화에도 왈칵왈칵 신경질을 내고 있었고 거의 매일 술만 먹고 지냈다. 작품을 쓰기도 싫었으며 내가 왜 이런 작업을 해야 하는가 하는 회의에 빠져 있었다. (중략) 신문에서는 거의 매일같이 상업주의 작가로 얻어맞고 있었으며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려 있었다. 길거리에 나왔다가 어지러워서 쓰러진 적도 있었고 경희대학교에서는 의과 대학생을 상대로 강연을 하다가 기절 상태에 이른 적도 있었다.' -180p 한국에서 글 읽는 사람치고 최인호를 모르는 이는 없을 테다. 소설가 최인호, 1970년대를 풍미한 한국의 독보적 문학가다. 20세기 한국 문학사를 쓸 때 그 앞으로는 김동리, 염상섭, 황순원, 박경리, 김유정, 김승옥, 최인훈 등이 언급되고 그 뒤로는 조세희, 조정래, 이문열, 박완서 등이 거론되는데, 적어도 1970년대를 두고는 최인호보다 나은 이름을 찾기가 쉽지 않다. 아마도 황석영 정도가 나란히 거론될 수 있을 테다. 1970년대에 최인호보다 많은 책을 판 작가, 그만큼 대중의 관심을 받은 소설가는 없었다. 갓 서른 줄에 접어든 젊은 나이에 최인호는 한국 문학, 또 영화의 중심에서 활약했다. 당대의 대중과 함께 호흡하며 더없이 큰 관심을 받았으니 작가로서 참 복된 삶이었다 해도 좋을 테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는 불운했다. 소설, 또 문학이 사회에 복무해야 한다는 지극한 외침에 얼마 부응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도피하는 문학가, 저질적인 대중작가라는 비난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지식인이라 자부하는 이들이 최인호를 소환하여 사회에 책임을 다하지 못한 작가라 매도해온 시절이 짧지 않았다. 당대 제일의 문학평론가라 꼽히는 김현이 술자리에 그를 불러다가 '문학적 가치가 있는 작가로 남을 것이냐 대중작가가 되어 문단에 발을 끊겠느냐' 양자택일을 시켰다는 이야기는 글 쓰는 이 사이에서 상당히 유명한 일이다 카카야마토게임장 . 이후 상당한 기간 동안 시대의 언론이며 비평이 최인호를 얼마 소환하지 않고 비난하였다는 사실은 그가 내린 선택이 무엇이었는지를 짐작하게끔 한다. ▲ 최인호의 인연 책 표지 ⓒ 랜덤하우스코리아 당대의 소설가, 시대의 시나리오 작가, 그러나... 불행한 시대였다. 4·19 혁명을 군홧발로 짓밟고 일어난 박정희의 군사반란과 전두환 신군부 세력의 잔학한 독재까지가 한국의 현대사를 가득 채운 때였다. 1945년생으로, 1960년대 중반에 이르러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그다. 경쾌한 문장과 동 시대 청춘의 호응을 끌어낼 수 있는 감각적 자질이 돋보였던 최인호의 글은 마땅히 제게 어울리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촌향도와 도시화, 그 흐름 속에서 자리를 찾지 못하던 청년세대의 일면이 그 작품 가운데 깃들어 있단 것이 어째서 당시에는 조명 받지 못했을까. 왜 방황과 허무의 정서, 저항하는 대신 대중의 흥미를 끄는 작법만을 눈엣가시처럼 여겼던 것인지를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최인호의 인연>은 지난 2013년 68세로 별세한 최인호의 에세이집이다. 생애 전반에 걸쳐 쓴 38편의 글이 들어차 한 권을 읽는 것만으로도 작가 최인호의 삶을 뒤따르는 듯한 인상이 남는다. 깊이 있는 문학론보다도 글쓰기에서 한 걸음 떨어져 삶과 사람을 돌아보는 그의 글들이 이미 다칠 대로 다친 마음을 확인하게 한다. 제목은 '인연'이다. 예후가 좋지 않은 침샘암으로 인해 이미 건강이 좋지 않던 그가 세상을 떠나기 불과 몇 년 전 쓴 글로 출간 당시 화제를 모았다. 변호사였던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등진 뒤 홀어머니 슬하에서 지독한 가난을 건너야 했던 일들이며, 시나리오 작가로 1980년대 영화판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시절의 이야기 등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바다이야기시즌7 삶을 반추하는 시.에 묶어낸 글인 만큼, 전 생애 가운데 각별히 의미 깊은 일을 짚어내는 글이 많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영향을 주고받은 사람들이 중심이 되지만 꼭 사람만을 다루는 건 아니다. 크고 작은 영향을 준 많은 것들이 하나하나 그에겐 인연이 된다. 종교 또한 그중 하나다. 최인호가 1980년대 후반 가톨릭에 귀의했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역사, 나아가 유교와 불교 등 한국사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종교와 사상에 유달리 관심을 기울여온 그는 죽기 전 가톨릭 역사를 다룬 소설을 쓰겠다는 야심을 품기까지 했었다. 그래서일까. 책 가운데 종교로부터 받은 위안이며 그로부터 비롯됐을 삶에 대한 자세 또한 담겨 읽는 이로 하여금 특별한 감상을 일으킨다. 세상 무엇 하나도 의미 없지 않다는 깨달음과 만물이 연결돼 있다는 성찰은 일견 종교적 영성이 깃든 인식으로 비치기도 한다. 많은 인연 가운데 눈에 띄는 건 역시 가족이다. 일찍 세상을 등진 아버지, 의지할 데 없이 홀로 아이들을 키워낸 어머니, 서로 등을 맞대고 험한 나날을 지나온 형제들, 모진 어려움을 함께 건너온 아내의 이야기가 비슷한 시기를 건너온 한국전쟁 이전세대, 또 베이비부머 세대 독자들에게 상당한 공감을 일으킬 만하다. 나를 내세우기보다 가족부터 챙겨야 했던 지난한 세월 가운데서 가진 재주를 일찍 꽃피웠단 건 행운이었을까. 글로써 밥벌이를 할 수 있는 극소수의 작가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풍족하지 못한 삶 가운데 끝없이 영역을 넓혀간 그는 드물게 성실한 이였다. 지독한 비난과 저평가를 끝내 넘어선 작가 이제와 그에게 붙는 뒤늦은 평가, 이를테면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구분을 깼다는 표현은 대중문학이라 불리는 일군의 소설들에선 드물게도 수준급 문장이며 작품성을 갖추었다는 인정이 깃든 것이기도 하다. 그 작품이 당대 영화계, 또 이후 드라마판에서 유달리 많이 영상화되었다는 .도 주의 깊게 짚어볼 대목이다 메가몰릴게임 . <별들의 고향>을 위시해 영화만도 열 편을 헤아리고, <불새> <상도> <해신> 등 드라마 또한 적잖다. 특히 1980년대엔 직접 시나리오를 써서 이장호, 배창호 감독과 협업했는데, 당대 영화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작가가 바로 그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2000년대 들어 본격적인 활동무대를 역사소설로 옮긴 것도 주효했다. 최인호의 속도감 있는 단문과 무거운 역사의 맞물림, 억지로 교훈을 새겨 넣지 않는 글쓰기 방식이 읽는 이에게 사고가 뛰어놀 장을 열어주었던 것이다. 한국문학의 주류, 문단이라 불리는 권력이 배척한 당대의 작가는 영화와 드라마, 종교와 역사, 대중을 지향한 소설로써 장을 옮겨가면서도 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오늘에 이르러 그를 돌아보자면 도리어 사회파며 참여파라 불렸던 추앙받는 이들의 문학에 결코 빠지지 않는단 걸 알게 된다. 아니, 그가 있어 한국문학의 지평이 도리어 넓어지지는 않았는가. 때로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는 것을 쉬이 판단하길 즐긴다. 무엇이 옳고 다른 것은 그르다고 재단하며, 작품에 작품 이상의 딱지를 붙여 분류하고 평가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제 비좁은 인식은 돌아보지 않고서 남의 행보를 비웃는 데만 여념이 없다. 시간이란 엄정한 심판자가 물과 흙을 갈라 그 얕고 깊음을 드러내 보이기까지, 추잡하게 분탕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 그러나 그 또한 어느 작가에겐 자산이 되는 것이었을까. <최인호의 인연>은 그저 사람만이 아니라 한 그루 나무와 마당의 개구리, 삶 가운데 찾아든 고난과 헤어짐까지도 하나하나 중하게 돌아보려 든다. '초라하고 헐벗은 걸인의 모습'으로 찾아드는 천사를 묘사하며 최인호가 떠올린 건 과연 무엇이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자면 작가의 삶이란 겉에서 해로워 보이는 것이 이롭고 남들이 우러러 보는 것이 피할 만한 것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인호가 겪은 괴로움이 또한 그라는 드문 작가를 빚어낸 것은 아닐까. 문득 그런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get="_b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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