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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기장의 일부입니다. 40년 넘게 일기 쓰는 사람.
ⓒ 정형미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복권방 앞에 줄을 서곤 한다. 풍족한 노후를 위해, 자식들에게 무언가를 더 쥐어주기 위해, 혹은 당장 오늘 하루를 견뎌낼 힘을 얻기 위해. 물질을 향한 욕망이든 절박한 금전의 절실함이든, 그 작은 종이 한 장에 삶의 무게를 실어 보내는 심정을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의 나는 복권 한 장 사지 않고도 매일 아침 로또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산다. 가슴속에언제나 나만의 로또를 품고 살아간다. 그 꿈만큼은 오롯이 나 혼자만이 누릴 수 있는 비밀스럽고 달콤한 영역이다.
나의 복권은 바로 '글쓰기'다. 취미로 시작한 글을 모아 요즘 여기저기 공모전에 도전을 해본다. 옛날에는 손으로 꾹꾹 눌러 쓰느라 손목도, 어깨도 시큰거렸지만, 요새는 고마운 인공지능 덕분에 편집부터 문단 나누기, 맞춤법 확인까지 도움을 받아 한결 빠르게 글을 완성한다.
원고를 제출하고 나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달력으로 달려간다.
"아, 발표가 며칠 남았더라?"
비록 낙방의 소식이 하나씩 쌓여갈지라도, 발표날이 다가오면 혼자만의 상상에 빠져든다. '시상식에 가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이 깜짝 이벤트에 가족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당선된다면 어떤 옷을 입고 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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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똑같은 꿈을 꾸면서도 아침에 눈을 뜨면 기쁘다. 그래서 또 글을 쓰게 된다. 비록 떨어져도 신이 난다. 낙방 소식을 들으면 마음 한구석에 이런 생각이 스며든다.
'당선된 그분은 얼마큼 노력을 하셨을까. 로또 같은 인생을 소망하며 당신의 이름 석 자를 위해 얼마나 간절하게 써 내려갔을까. 그분의 사연은 아련한 추억이었을까, 삶의 아픔이었을까, 아니면 깊은 성찰이었을까.'
얼굴 모를 타인의 삶과 이야기가 궁금해지고, 마음 깊이 그분을 축복하게 되는 것이다. 돌아보면 내 삶의 모든 풍경이 글감이다. 어린 시절의 유년, 부모님의 따스한 손길, 나와 함께 늙어가는 남편과 아이들, 그리고 길가에 구르는 작은 돌과 나뭇잎, 가슴을 스치는 서늘한 바람까지도 나에게는 모두 소중한 글감이 되어 가슴을 설레게 한다.
원고를 보내고 나면 "우와, 완성했다!" 싶다가도 "어머, 그 단어는 쓰지 말걸!", "이 단어가 두 번이나 들어갔네, 한 번 더 읽어볼 걸!" 하는 소소한 후회가 밀려오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몇 번 읽다 보면 싫증이 나서 "에라 모르겠다, 던져보자!" 하고 원고를 심사대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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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심사위원의 책상 위에 올려졌으니 행여나 그 부족한 부분은 살짝 못 보고 지나쳐 주셨으면 하는 간절함, 그 행여나 하는 마음이 로또 복권을 사놓고 일요일을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과 무엇이 다를까.
얼마 전,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단감을 올해는 유독 한 개도 찾지 않는 것을 보고 남편이 웃으며 말했다.
"당신 요즘 머릿속에 글 생각만 가득해서 식욕이 억제된 거 아니야?"
"에이, 나이 들어서 그렇지. 이제는 예전만큼 먹고 싶지가 않네."
둘러댔지만 남편 말대로 글 속에 푹 빠져 사느라 다른 욕심들이 싹 가셔버린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의 이 깊은 글사랑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일기를 써왔다. 젊은 날 마터나문학상 입선이나 공모전 수상의 기쁨을 맛보기도 했고, 여러 매체에 글이 실리기도 했지만, 내게 가장 값진 것은 그 수많은 날 동안 글과 함께 걸어온 시간 그 자체다.
지금은 다른 이의 삶을 보듬는 기록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아침이면 어디든 내 글을 써서 보내고 싶어 하는 청춘의 설렘을 품고 산다. 오늘도 나는 달력을 보며 행복한 갈래길에 선다. 마음을 다듬어 수필로 내볼까, 오마이뉴스 신문에 기고해 볼까, 아니면 브런치 스토리에 도전해 볼까. 이 갈래길 역시 참 행복하고 다정한 마음의 갈래다.
당첨되지 않아도 이미 글을 쓰는 순간부터 행복으로 가득 찬, 나만의 로또는 내일 아침에도 계속될 것이다.
려오기도 한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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