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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폭염경보가 발효 중이던 강원 고성군에서는 지붕 공사를 하다가 쉬던 40대 근로자가 쓰러져 숨졌다. 이달 4일 충남 당진에서도 70대 여성이 폭염 속에 고추밭에서 일하다 사망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질병관리청이 집계하는 올해 온열질환 사망자(9일 기준 30명)에 포함되지 않았다. 질병청이 온열질환 현황을 파악하는 전국 516개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극한 폭염’으로 온열질환 사망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보건당국의 응급실 감시체계에 잡히는 피해 규모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폭염 등 기후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선 정확한 통계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보건당국 집계보다 2, 3배 많은 ‘폭염 사망’
10일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국가데이터처에서 받은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2020∼2024년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총 298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같은 기간 질병청의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통해 집계된 온열질환 사망자는 104명으로, 실제 사망자의 34.9%에 그쳤다. 2022년엔 질병청 집계 사망자가 9명에 불과했지만, 이듬해 발표된 2022년 데이터처 사망원인통계에선 34명으로 늘었다.
이는 질병청 온열질환 감시체계가 응급실 516곳에서 보고된 사례만 집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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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본 조사인 탓에 실제 환자 수보다 적게 반영되는 것이다. 폭염으로 현장에서 사망해 응급실로 이송되지 않거나, 응급실이 없는 의료기관에 내원했다가 사망하는 경우 등은 온열질환 사망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실제 환자 수를 반영한 국가데이터처 통계는 이듬해 9월경 발표돼 현재 폭염으로 인한 피해 현황 파악과 대책 마련이 어렵다.
안윤진 질병청 기후보건건강위해대비과장은 “온열질환 감시체계의 목적은 전체 폭염 피해를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동향 파악이다 보니 상황을 파악해서 알리는 게 우선”이라며 “정확한 정보를 알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 폭염, 우울-자살 등 정신건강에도 악영향
가을 바라는 하늘… 당분간 무더위는 지속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시민들이 솜사탕 같은 구름이 가득 펼쳐진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멀리 남산 서울타워가 선명하게 보인다. 지난주 40도를 넘나들었던 서울 한낮 기온은 이날 34.3도까지 떨어졌다. 다만 낮 최고 체감온도는 당분간 33도 안팎을 이어가며 무더위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원건 기자
전문가들은 폭염으로 인한 사망 피해가 정부 공식 집계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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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이 2022년 발표한 ‘제1차 기후보건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역대급 무더위가 덮친 2018년 폭염으로 인한 ‘초과사망자’는 804명으로 추산됐다. 질병청 응급실 통계 48명, 국가데이터처 사망원인통계 170명을 크게 웃돈다. 초과사망은 특정 기간 발생한 사망자가 통상적으로 예상되는 기대 사망자보다 얼마나 많은지 추려낸 것이다.
전문가들은 폭염이 호흡기, 심뇌혈관, 신장 등 기저질환을 악화시켜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질병청 통계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의 일부”라며 “초과사망 규모를 매년 산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폭염이 장기화할수록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커진다. 체온 상승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 반응이 활성화돼 불면, 우울감, 폭력성 증가 등을 초래한다. 가톨릭대·서울대·부산대 연구팀이 2024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거주 지역의 연평균 기온이 평년 기온보다 1도 높아질 때마다 우울 증상을 호소하는 응답은 13% 많았다. 미국에선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자살률이 3% 가까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일상화된 극한 폭염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평가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채수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정책연구 부실장은 “폭염은 온열질환 외에도 사회경제적 불평등, 정신건강 문제까지 유발한다”며 “각 부처가 재난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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