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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복 선생님(경기도교육청 제1부교육감)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한동안 막막했다. 함께 나눌 이야기가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사람, 교육을 바꾸는 데 다시 힘을 보탤 사람이라고 생각했기에 그가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내가 선생님을 만난 것은 그가 서울시교육청 기획조정실장으로 일하던 때였다. 나는 서울혁신교육지구 공동운영위원장으로 회의를 이끌고 있었고, 그 자리에서 그와 교육이 나아갈 길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에는 머리 모양과 옷차림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익숙하게 보아 온 높은 자리에 있는 공무원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정해진 격식에 자신을 맞추기보다 자기 모습대로 살아가는 사람 같았다. 만나 이야기를 나눌수록 그 자유로움은 겉모습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교육행정 일을 하면서도 행정이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을 다시 묻는 사람이었다.
우리는 종종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교육정책과 교육운동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려운 시간을 보내던 때에도 만나 안부를 묻고 사정을 들었다. 그가 다시 교육 현장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는 다행스럽고 반가웠다. 경기도 부교육감으로 온다는 소식에는 앞으로 함께할 일을 기대했다.
그러나 그는 부임을 하루 앞두고 쓰러졌고, 끝내 첫 출근을 하지 못한 채 지난 10월 1일 세상을 떠났다. 새로운 자리에서 하고 싶은 일이 많았을 텐데, 그 길이 너무 갑작스럽게 멈추었다. 그분을 생각하며 선물로 받았던 책을 다시 펼쳤다. <포노 사피엔스 학교의 탄생>. 이제 이 책은 한 교육행정가의 생각만으로 읽히지 않는다. 그가 우리 교육에 남기고 싶었던 질문이며, 끝내 놓지 않았던 바람으로 다가온다.
아이들이 아니라 학교가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보내주신 책의 본문에서 가장 먼저 마음을 붙드는 것은 저자가 던지는 질문이다. 그는 우리 학교가 경제와 기술, 사회와 문화의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고 본다. 세상과 아이들의 삶은 달라졌는데, 학교는 국가 교육과정에 따라 지식을 가르치고 관리하고 통제하며 줄을 세우는 오래된 틀을 지켜 왔다는 것이다.
우리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를 쉽게 말한다.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 공부에 흥미가 없는 아이,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는 아이를 문제 삼는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다르게 묻게 된다.
아이들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일까. 학교가 달라진 아이들의 삶과 배움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저자는 앞선 책의 제목을 '부적응 학교'로 하고 싶었다고 밝힌다. 나는 이 표현에 교육의 책임을 학생에게만 돌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고 읽었다. 아이를 지금까지의 틀에 맞추는 데 힘을 쏟기 전에, 그 틀이 오늘날에도 알맞은지 먼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목차에 나란히 놓인 '학교의 종말'과 '포노 사피엔스 학교의 탄생'도 그런 흐름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학교를 포기하자는 말이 아니라, 학교가 움직이는 오래된 방식을 뿌리부터 바꾸자는 요구다.
▲ 최승복선생님을 추모하며 최승복선생님을 추모하는 서평을 쓰기 위해서 포노 사피엔스 학교의 상징을 ai가 그림으로 그려준 것이다.
ⓒ 김옥성
스마트폰을 쓰는 아이들은 어떻게 배우는가
'포노 사피엔스'라는 말은 스마트폰과 디지털 통신망이 일상의 한 부분이 된 사람들을 가리킨다. 이 책은 이들이 배우는 방식이 인쇄된 교과서를 정해진 순서대로 익히는 방식과 어떻게 다른지 살핀다. 아이들은 궁금한 데서 출발하고, 여러 자료를 찾아보며, 다른 사람과 생각을 나누고, 자기 관심에 따라 배운다. 책의 목차에 담긴 학습법은 그런 움직임을 보여 준다. 어디에서 배움을 시작하고 어떻게 배워 갈지가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교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책은 코로나 시기의 온라인 수업을 돌아보며, 지금까지 교실에서 하던 활동을 화면으로 옮기는 데 머문 것은 아닌지 묻는다. 도구가 바뀌면 활동과 관계도 달라질 수 있는데, 우리는 수업하는 곳만 바꾸고 배우는 방식은 그대로 두었던 것은 아닌가.
이 질문은 지금도 뜻이 있다. 기기를 나눠 주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들여오는 것만으로 교육이 새로워지지는 않는다. 학생이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자료가 믿을 만한지 가려 보고, 다른 사람과 힘을 모으며, 배운 것을 삶에서 직접 해 볼 수 있도록 수업과 학교 운영이 달라져야 한다.
학교의 중심에 학생 한 사람을 놓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읽는 것은 기술에 대한 관심보다 학생을 바라보는 눈이다. 책의 두 번째 부분은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춘 학교, 지식을 머릿속에 넣어 주는 교육에서 직접 해내는 힘을 기르는 배움으로 바꾸기, 그리고 교사가 하는 일의 변화로 이어진다. 이는 학생마다 다른 관심과 속도, 삶의 조건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배움을 마련하자는 제안으로 읽힌다.
교육운동을 오래 해 온 나에게도 이 대목은 익숙하면서 아프다. 우리는 오랫동안 학생 중심 교육을 말해 왔다. 그러나 막상 무언가를 결정할 때는 행정하기 편한 방식과 오래된 평가 관행, 입시의 요구가 앞서곤 했다. 아이들의 목소리는 듣지만, 그 목소리가 교육을 실제로 바꾸는 데까지 이어지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최승복 선생님은 바로 그 틈을 묻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학생 중심'이라는 말을 정책 문서에 넣는 데서 그치지 않고, 수업과 평가, 교육과정과 학교 조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묻고 있었다. 교사도 지식을 전달하는 데 머물지 않고 학생의 배움을 이어 주고 돕는 일을 해야 한다는 제안이 이어진다. 이를 이루려면 교사에게 노력만 요구해서는 안 된다. 교사가 학생을 만나고 수업을 짤 시간, 함께 고민할 동료,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는 자율성이 필요하다.
그의 제안을 이어 가려면 더 물어야 한다
추모의 마음으로 읽는다고 해서 책의 모든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가 던진 질문을 진지하게 이어 가려면 우리가 더 물어야 한다. 디지털 기기와 자료를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모든 아이에게 같은 배움의 기회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정보가 많아질수록 믿을 만한 자료를 가려내는 힘이 필요하다. 스스로 배우라는 말도 알맞은 도움 없이 주어지면, 이미 배울 여건이 잘 갖춰진 아이에게 더 유리할 수 있다.
따라서 학생 중심 학교는 학생을 혼자 두는 학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서로 다른 조건에 놓인 아이들이 충분한 도움을 받으며 자기 배움을 만들어 가는 학교여야 한다. 학교는 지식을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관계를 맺고 돌보며 함께 경험하는 곳으로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나는 이것을 책의 제안에 반대하는 생각이라기보다, 그 제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우리가 이어서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먼 미래를 묻는 용기, 오늘을 바꾸는 책임
보내주신 31쪽에서 저자는 2050년의 학교를 이야기하는 까닭을 설명한다. 눈앞의 이해관계에서 한 걸음 떨어지면 더 과감한 변화를 그려 볼 수 있고, 여러 사람이 이야기에 함께할 수 있으며, 큰 변화도 작은 걸음으로 나누어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교육행정가 최승복의 고민을 느꼈다. 눈앞의 어려움을 잘 아는 사람이기에, 그 어려움에만 붙들리지 않고 더 멀리 내다보며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그는 자신의 지위와 관계 때문에 스스로 말을 삼키게 되는 일도 돌아본다. 교육을 바꾸자고 말하면서도 정작 해야 할 말을 삼키는 일은 없는지 묻는다. 나 역시 교육운동을 하며 이 질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가까운 사람에게 불편한 말을 하기 어렵고, 함께 추진하는 정책의 약。을 말하기를 주저할 때가 있다.
그러나 교육을 아끼는 마음은 잘못된 길을 지적하고 더 나은 길을 찾는 책임으로 이어져야 한다. 선생님의 책을 다시 읽으며 그 책임을 생각한다.
최승복 선생님은 떠났다. 함께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는 사실이 여전히 안타깝다. 그러나 그가 책에 남긴 질문은 우리 곁에 있다.
학교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아이들의 삶과 배움이 달라졌는데 학교는 얼마나 달라졌는가.
우리는 제도를 지키는 데 익숙해진 나머지, 아이들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고인을 추모하는 일은 이 질문을 기억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답을 만들어 가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선생님, 함께 나눈 시간에 감사드립니다.
선생님이 꿈꾸던 학교를 우리도 계속 묻고, 조금씩 만들어 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평안히 쉬십시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교육희망네트워크 상임대표·교육대개혁국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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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교사에게 노력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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